본격적인 여름철을 맞아 각종 녹황색 채소와 함께 수박, 참외, 토마토 등 계절과일이 한창이다.
그러나 이처럼 풍성한 먹을거리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중에서도 만성신장질환자들은 일반인보다 수분과 전해질(칼륨, 나트륨 등)을 배설하는 능력이 떨어져 음식섭취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관련 전문의의 설명이다.
4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칼륨은 하루 ㎏당 1mEq(농도단위) 정도로 이 중 90% 이상이 신장을 통해 배설된다. 정상인은 칼륨을 과잉 섭취하더라도 신장을 통해 효과적으로 배설되기 때문에 혈중 칼륨 농도가 짙어지는 일은 없다.
하지만, 만성신장질환자는 신장의 칼륨 배설능력이 떨어져 칼륨이 다량으로 포함된 계절 과일 섭취만으로도 고칼륨혈증(혈장 속의 칼륨농도가 정상치(3.7~5.3mEq/ℓ)보다 높은 상태)을 일으킬 수 있다.
고칼륨혈증이 오면 근육의 마비로 손발이 저리고 다리가 무거워지며, 혈압이 떨어지고, 부정맥 등의 심장장애 증상을 느낄 수 있다. 칼륨은 일차적으로 세포 내(약 98%)에 존재하는데, 세포 내에서 세포 외로 소량만 유출돼도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서울시 북부노인병원 노인투석센터 정훈 과장은 "만성신장질환으로 혈액투석을 받는 사람의 경우 칼륨이 다량 포함된 과일만 섭취해도 심장장애뿐만 아니라 감각이상, 반사저하, 호흡부전 증세를 호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과장은 "특히 칼륨이 장에서 흡수되고서 골격근이나 간의 조직에 흡수되지 않는다면 세포 내 칼륨이 세포 외로 유출돼 세포외액의 칼륨농도를 치사 수준까지 올릴 수 있는 만큼 더더욱 음식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만성신장질환자들은 평소 고칼륨혈증의 증상을 잘 숙지하고 있다가 증상이 의심되면 혈중 칼륨농도를 낮춰주는 약물을 복용하고, 무엇보다도 즉시 응급실을 방문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정 과장은 권고했다.
일상생활에서 고칼륨혈증 예방을 위해서는 음식을 조리할 때 칼륨이 많은 껍질이나 줄기를 제거하고 식품을 충분한 양의 물에 2시간 이상 담가두는 게 좋다.
또 식품을 건져 여러번 헹구고, 채소는 그냥 먹기보다는 데치거나 삶아서 먹되 데쳐낸 물은 버리고 필요하면 다시 물에 넣어 조리하는 게 권장된다.
이와 함께 칼륨함량이 높은 감자, 고구마, 밤, 견과류, 녹황색 채소류(근대, 시금치, 당근), 과일류(참외, 바나나, 토마토, 오렌지)는 가급적 삼가고 먹더라도 소량만 섭취해야 한다. 만약 채소나 과일을 과량 섭취했다면 칼륨이 장에서 흡수되는 것을 줄여주는 약물을 즉시 복용해야 한다.
푸드투데이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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