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과자에 '권장소비자가격' 사라진다

  • 등록 2010.06.30 10: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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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부터 라면이나 과자, 아이스크림 등에 관례적으로 표시된 '권장 소비자가격'이 사라진다.

지난해 7월 지식경제부가 권장 소비자가격 표시금지 품목으로 의류 243개 품목과 가공식품 4개 품목을 추가로 지정하고 1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하는 데 따른 것이다.

가공식품으로는 라면과 과자, 빙과류, 아이스크림류 등 4개 품목이 대상이다.

정부는 제조사가 권장 소비자가격 금지 규정을 위반할 경우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로써 실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을 유통업체가 결정하는 이른바 '오픈 프라이스' 제도가 본격화되는 것이다.

권장 소비자가격은 제조사가 유통업체에 납품하기 전에 미리 상품 포장에 인쇄해 놓은 것이다.

희망 소매가격, 표준소매가격 등 다양하게 표시되는 이 가격들은 애초에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됐다가 실제로는 최종 소비자들에게는 선심쓰듯 40~70%의 할인 가격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오픈 프라이스 제도가 본격화됨에 따라 최종 소비자 가격 결정권은 유통사의 손으로 넘어오게 됐다.

제조사의 손을 떠난 제품의 가격이 유통업체간 경쟁을 통해 결정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소비자들은 유통사들의 가격경쟁으로 싼 값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그러나 제조사와 유통사간 담합, 유통사 상호간 담합 등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어 오픈프라이스의 원래 취지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권장 소비자가격이라는 '기준가'가 사라지면 상품 값을 부풀려 놓고 할인해 준다고 과대 홍보하는 사례를 피할 수 있고 유통업체간 가격 경쟁도 치열해지므로 실제 판매가격은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대형마트부터 동네 슈퍼까지 많은 유통업체들이 이미 아이스크림이나 빙과류, 과자 등을 저마다 마케팅 전략에 따라 권장소비자가격보다 싼 가격에 팔아 왔기 때문이다.

판매가격은 납품가격 조정과 유통업체의 마케팅 전략에 따라 달라지므로, 결국 실제 판매가격의 변화는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간 줄다리기와 대형마트 같은 '파워' 유통업체의 가격 정책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유통업체와 제조업체들은 공식적으로는 오픈 프라이스 제도가 오래 전 고시돼 충분히 준비해 왔으므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가격 결정에 대한 주도권을 둘러싸고 다른 속내를 보이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는 오픈 프라이스 시행으로 제조사의 가격 통제권이 줄어들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으며, 제조업체들은 가격 주도권이 유통업체로 넘어간 지 이미 오래라면서 과도한 경쟁으로 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올초 대형마트 가격경쟁이 치열했을 때 일부 제조사가 납품을 중단했던 것도 가격 결정권이 흔들리니 그걸 잃지 않으려 했던 게 아니었느냐"며 "유통업체가 자유롭게 가격 경쟁을 해야 소비자들에게 이롭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가공식품 제조사 관계자는 "권장 소비자가격이 있었더라도 현실적으로 가격은 유통업체가 결정했고 제조사는 관여하기 어려웠다"며 "상대가 있는 싸움이므로 유통업체들이 어떻게 가격을 매겨 판매할지 두고 봐야 하지만 당분간은 혼란이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통 전문가들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출혈 경쟁'을 자제해 제조사, 경쟁사와 상생해야 하며 소비자들은 꼼꼼하게 따져보는 '똑똑한 소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픈 프라이스는 제조.공급업체가 아니라 소비자 관점에서 가격을 책정한다는 점에서 올바른 제도"라면서도 "대형마트가 '바잉 파워(buying power)'를 무기로 지나치게 경쟁하고 무리한 판촉을 하다 보면 납품업체와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오픈 프라이스는 소비자 권리를 인정하는 제도이므로 그만큼 소비자 책임도 커진다"며 "유통업체의 홍보에 혹해서 물건을 사기보다 어떤 점포를 신뢰할 수 있는지 스스로 판단해 소비자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푸드투데이 조정현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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