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지 1년이 지났지만 미국산 쇠고기는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광우병 파동의 여파가 소비자들의 뇌리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LA식 갈비도 이제 가까운 대형마트에 가면 얼마든지 살 수 있게 됐지만 광우병 파동의 높은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월 18일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이후에도 7개월이 넘게 대형 마트들은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 여론의 눈치를 보며 관망하다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백화점의 경우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미뤄오다 현대백화점 6개 점포, 신세계백화점 2개 점포가 이달 4일부터 판매를 재개했다. 롯데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은 여전히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형 마트와 일부 백화점 점포들이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나섰지만 그 결과는 낙제점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생필품 위주의 상품을 취급하는 대형 마트에서도 미국산 쇠고기가 호주산에 밀리는 형국이다.
전국에 120개 점포를 갖고 있는 국내 최대 대형마트인 신세계 이마트에서 쇠고기 판매순위는 한우-호주산-미국산 순이다. 호주산과 미국산 판매비중도 60%대 40%로 미국산이 열세를 면치못하고 있다.
백화점에서도 판매량 순위는 한우-호주산-미국산 순이다. 판매비중은 한우가 90%가 넘고 호주산이 7%, 미국산이 겨우 2-3% 선을 유지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에서 지난해 11월 27일부터 올해 4월 15일까지 쇠고기 판매실적을 보면 한우가 606억 원 어치가 팔려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미국산 매출액은 219억 원으로 호주산 315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형마트의 이런 판매실적은 백화점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백화점의 미국산 쇠고기 판매실적은 그야말로 참담한 수준이다.
현대백화점에서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재개한 4일부터 9일까지 쇠고기 매출실적을 보면 한우가 93%로 압도적으로 높고 미국산 쇠고기 비중은 2%에 그쳐 호주산 쇠고기의 5%에 미치지 못했다.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한 천호점, 신촌점, 미아점, 중동점, 부산점, 울산 동구점 등 6개 점포의 미국산 쇠고기 매출액은 모두 1천500만 원어치에 불과했다. 점포당 하루에 40만 원어치 밖에 팔지 못했다는 얘기다.
신세계백화점 죽전점과 마산점에서도 미국산 쇠고기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기간 두 점포의 미국산 쇠고기 매출액은 고작 140만 원어치에 불과했다. 한 점포에서 하루에 겨우 10만 원어치 정도 팔았다는 얘기다.
두 점포의 쇠고기 판매비중도 한우가 전체의 81.1%로 역시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고, 호주산은 17%인데 비해 미국산은 2.9%에 그쳤다.
이런 미국산 쇠고기 판매부진은 사실 예견된 것이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과 일반 소비자들의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상존하기 때문이다.
일부 백화점과 대형 마트들이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나선 것은 불황을 틈타 한우에 비해 최대 3배나 싼 가격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열어보겠다는 계산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신세계백화점 임종길 축산 바이어는 "젊은 고객들이 여전히 미국산 쇠고기를 꺼리는 성향을 갖고 있어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부진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푸드투데이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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