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남편)과 을(아내)은 30년이 넘게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으며,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러한 갑과 을을 주변의 이웃이나 친척들은 갑과 을을 두고 잉꼬부부라며 모두들 부러워했으며, 갑과 을 또한 이러한 자신들의 삶에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을은 주변의 친구들의 꾀임에 빠져 주식을 하게 되면 큰돈을 벌수 있다는 말을 듣고 주식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 동안 틈틈이 모아 둔 돈으로 주식거래를 시작하였고 조금이나마 이득을 보게 되었다.
이러한 주식의 맛에 길들여진 을은 보다 큰돈을 주식에 투자하게 되면 많은 돈을 벌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 모으게 되었다. 이렇게 모은 3억여 원의 돈으로 주식거래를 하게 되었으나 웬일인지 주식이 계속하여 하락하기 시작하였고 결국에는 주변에서 빌린 돈을 모두 탕진하게 되었다.
막상 3억 원이라는 큰돈을 갚을 길이 막막해진 을은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갑의 인감을 가지고 갑명의로 되어 있는 집을 처분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경우 갑은 갑의 명의로 되어 있는 집의 소유권을 잃게 되는 것일까?
부부간에는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거래에 대해 연대하여 책임을 부담하고(민법 제832조), 그런 일상가사에 관해선 서로에게 대리권이 있다(제827조). 이를 ‘일상가사대리권’이라 한다.
즉 부부는 가정생활상 상시 행하여지는 행위로써, 아내와 남편으로서의 동거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각각 필요한 범위내의 법률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서로 대리권을 가지며, 부부가 연대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범위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의식주에 대한 것, 가족의 보건, 오락, 자녀의 양육, 교육 등이 해당한다 할 것이다.
한편 일상가사의 범위를 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로는 아내의 근저당권설정, 부동산의 처분, 금전차용을 위한 가등기설정담보 등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부부의 일방이 이러한 일상가사의 범위를 넘는 법률행위를 하는 경우의 효력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일상가사의 범위를 넘는 아내의 법률행위에 대해 제3자가 남편이 아내에게 대리권을 주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민법 제126조에 따라 남편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표현대리책임). 즉, 제3자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남편은 아내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판례는 처가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안에서 “처가 근저당권설정등기에 필요한 각종 서류를 소지하고 있는데다가 그 인감증명서가 본인인 남편이 발급 받은 것이고, 남편이 스스로 처에게 인감을 보냈음을 추단할 수 있는 문서와 남편의 무인이 찍힌 위임장 및 주민등록증 등을 제시하는 등 남편이 처에게 대리권을 수여하였다고 믿게 할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면, 그 상대방으로서는 처가 남편을 대리할 적법한 권한이 있었다고 믿은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라고 판시하였으나,
남편이 자신의 사업상의 채무에 대하여 처 명의로 연대보증약정을 한 행위에 있어서는 “일반적으로 처가 남편이 부담하는 사업상의 채무를 남편과 연대하여 부담하기 위하여 남편에게 채권자와의 채무부담약정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한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 할 것이고, 채무자가 남편으로서 처의 도장을 쉽게 입수할 수 있었으며 채권자도 이러한 사정을 쉽게 알 수 있었던 점에 비추어 상대방인 채권자에게는 남편이 처를 대리할 적법한 권한이 있었다고 믿은데 정당한 이유가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즉, 판례는 정당한 이유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아내의 도장이나 인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정당한 이유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인감 이외에 남편이 스스로 처에게 인감을 보냈음을 추단할 수 있는 문서나 위임장 등 다른 서류가 구비되어 있어야만 정당한 이유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사안의 경우 을이 갑의 명의로 되어 있는 집을 처분함에 있어서 평소 을이 보관하고 있던 갑의 인감을 이용하였고 기타 갑이 을의 처분에 대해 대리권을 수여하였다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을의 처분행위는 대리권이 없는 무효의 법률행위라 할 것이고, 갑은 자신의 명의로 되어 있는 집의 소유권을 되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푸드투데이 fe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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