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금사과’, ‘금대파’로 불린 농산물 가격 급등은 이제 유통 구조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 번지고 있다. 공영도매시장의 경매제도와 중간 마진 구조가 도마에 오르며 대통령까지 “도매시장의 독점구조”를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농산물 유통의 무게중심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거대 이커머스 플랫폼의 독점과 지자체 플랫폼의 공공성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 거대 공룡 쿠팡의 독주… 유통 효율인가, 마진 전가인가?
2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온라인 농축수산물 거래액은 2017년 2조4000억 원에서 2025년 14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농산물 유통의 무게중심은 이미 오프라인 대형마트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문제는 특정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 심화다. 2024년 기준 온라인으로 식품을 구매하는 가구 비율은 63.9%에 달한다. 이 시장의 중심에는 쿠팡이 있다. 쿠팡의 2024년 농수산물 판매액은 5조8646억 원으로, 주요 이커머스 6개사의 67%를 차지했다. 쿠팡은 농축수산물 평균 수수료는 10.6%, 정산 주기도 최대 60일에 이른다.
반면 네이버는 농축수산물 수수료 3%, 정산 3일 이내로 상대적으로 생산자 부담이 낮다. 플랫폼 간 조건 차이가 크지만 소비자 접점과 물류망을 장악한 쿠팡의 시장 지배력은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연구원은 "플랫폼 기업의 마진 상승이 유통 효율화의 결과인지, 입점 업체 수수료 인상이나 소비자가격 전가 때문인지 객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지자체 ‘온라인 공영몰’의 반격… ‘낮은 수수료·상생’ 무기
거대 플랫폼의 독주 속에 전남도와 경북도 등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 플랫폼’이 실질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배송 경쟁 대신 저렴한 수수료와 공공 인증을 기반으로 한 신뢰 전략을 택했다.
전남도가 운영하는 남도장터는 지난해 매출 590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자체 쇼핑몰 수수료율은 6.6% 수준으로 민간 플랫폼보다 낮다. 가격 하락으로 위기를 겪던 전복 어가에 집중 판로를 지원해 33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현장 위기 해결사’ 역할을 수행했다. 입점 업체의 만족도는 94%에 달한다.
경북도의 사이소 역시 지난해 매출 542억 원을 기록했다. 수수료는 5% 수준으로 낮춰 농가 수취가격을 높였고, 연 매출 1억 원 이상을 기록한 ‘억대 농가’도 94곳 배출했다. 회원 수는 약 30만 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 접점뿐 아니라 도매 단계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운영하는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은 출범 2년 만에 거래금액 1조 원을 조기 돌파했다.
기존 오프라인 도매시장은 물건과 거래가 동일한 장소에서 이뤄지는 ‘상물일치’ 구조로 인해 불필요한 운송비와 마진이 누적돼 왔다. 반면 온라인 도매시장은 산지에서 소비지로 직접 연결하는 ‘상물분리’ 구조를 구현해 유통 비용률을 7.5%포인트 낮췄고, 농가 수취가격은 평균 3.6% 상승하는 성과를 냈다. 정부는 2030년까지 거래 규모를 7조 원으로 확대해 도매 권력의 집중 구조를 완화한다는 구상이다.

◇ '속도'가 아닌 '신뢰'가 경쟁력
전문가들은 온라인 유통 시장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자체 플랫폼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온라인 장보기에서 가격(50.3%)을 가장 중시하지만 품질(37.1%) 역시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꼽았다.
지자체 플랫폼이 거대 자본의 ‘초고속 배송’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지자체만의 품질 인증과 안전성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이를 지역 먹거리 계획과 연계한다면 신뢰 기반의 차별화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다.
연구원은 “지자체 플랫폼이 소규모 생산자의 시장 접근성을 확대하고 유통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생산자 수취가격 제고와 소비자 부담 완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