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혐오감과 판로 확보의 어려움으로 성장세가 주춤했던 국내 식용곤충 산업이 명칭 변경과 과학적 효능 입증을 앞세워 ‘고부가가치 바이오 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단순한 대체 단백질 수준을 넘어 근감소증 등 노인성 질환을 겨냥한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소재로 영억을 넓히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7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은 최근 식용곤충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개선하고 영양적 가치를 친숙하게 알리기 위해 곤충단백질의 새 이름을 ‘파워프로틴-아이(I)’로 공식화했다. 곤충(Insect)의 영문 첫 글자인 ‘I’와 에너지를 상징하는 ‘파워프로틴’을 결합한 명칭으로, '곤충'이라는 단어가 주는 거부감을 낮추고 기능성 단백질 원료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그간 곤충 산업은 2010년 법제화 이후 식용곤충 10종이 식품 원료로 등록되며 외형적 성장을 이어왔지만 최근 5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3.9%에 머무는 등 업계 안팎에서는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농진청은 이번 새 명칭과 함께 원료 곤충의 학명을 조합한 세부 지침을 마련해 식품업계와 연구 현장에서의 통용성을 높이고 제품 신뢰도를 강화할 방침이다.
기업의 시장 진입도 본격화되고 있다. 기능성 소재 영역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사례로는 한미양행이 꼽힌다. 한미양행은 고소애(갈색거저리 애벌레) 단백질을 독자적인 가수분해 기술로 저분자 펩타이드화한 소재를 통해 ‘농림식품신기술(NET) 인증’을 획득하며 산업화의 물꼬를 텄다.
해당 원료는 고령자 대상 인체적용시험에서 악력과 하지 근력 등 주요 근력 지표가 유의미하게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양행은 이를 바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개별인정형 원료 신청을 마쳤으며, 내년 하반기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정명수 한미양행 대표는 “NET 인증은 식용곤충이 기능성 소재 산업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이라며 “근감소증 등 노인성 질환 케어 제품을 통해 K-곤충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산업 인프라와 연구 성과도 뒷받침되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와 춘천시는 총 200억 원을 투입해 국내 최초 ‘인공지능(AI) 기반 곤충산업 거점단지’ 구축에 나섰다. LG CNS와 풀무원 등 14개 기업이 참여하는 이 단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연간 1,000톤 규모의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할 예정으로, 기존 농가 중심의 소규모 생산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 수요에 대응하는 산업형 공급망을 구축하는 첫 사례로 평가된다.
학계의 효능 입증도 이어지고 있다. 농진청은 ‘꽃벵이’ 추출물이 근육 세포 분화를 촉진해 근감소 억제에 효과가 있음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데 이어 ‘고소애’ 추출물이 염증성 장 질환의 염증 인자 분비를 최대 30%까지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게재하며 바이오 소재로서의 가치를 증명했다.
전문가들은 식용곤충이 건기식 소재로 본격 등록되기 시작할 경우 시장 확대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 원료 공급 ▲표준화된 품질 관리 ▲소비자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영웅 농진청 산업곤충과장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곤충 식품의 이미지를 친숙하게 알리고, 기능성 소재 산업으로의 도약을 통해 곤충산업 전반의 활성화를 이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