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년 1월 1일부터 가공식품 영양성분 표시 의무 대상을 259개 품목으로 확대한다. 사실상 대부분의 가공식품이 표시 대상에 포함되는 셈으로,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중소 식품업체들은 품목당 수십만 원에 달하는 분석비가 누적되면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비용이 불어날 수 있어 현실적인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가공식품 영양표시제도는 1995년 처음 도입된 이후 소비자 요구와 식생활 변화를 반영해 지속적으로 대상 품목을 확대해왔다. 2018년에는 시리얼 등 7개 품목이 추가됐고, 2022년에는 배추김치를 비롯한 61개 품목이 새롭게 포함됐다. 이어 오는 2026년에는 간편조리세트 등 78개 품목이 추가되면서 영양표시 의무 대상은 총 259개 품목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사실상 대부분의 가공식품이 영양표시 대상에 포함된다.
내년 1월 1일부터 떡류, 두부류, 배추김치 등 김치류, 소스류, 절임류, 전분류, 양념육류, 알가공품류, 어육가공품류, 젓갈류 등 61개 품목은 영양성분 표시가 전면 시행된다.
또한 아이스크림믹스, 설탕·포도당·과당, 동물성유지류, 장류(한식간장·청국장), 절임배추, 즉석섭취·편의식품류(신선편의식품·간편조리세트) 등 78개 품목도 같은 날부터 영양표시 의무대상에 새로 포함되며, 업체 매출 규모에 따라 2026년부터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식약처는 2022년 기준 업종별 매출액이 120억 원을 초과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2026년 1월 1일부터 영양표시를 의무화하고, 매출액 120억 원 이하 업체는 2028년 1월 1일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영양표시 대상 항목은 열량, 탄수화물, 당류, 단백질, 지방, 포화지방, 트랜스지방, 콜레스테롤, 나트륨 등 9개다. 아울러 제품의 영양적 특성을 강조하는 ‘영양강조표시’도 활용할 수 있다.
영양표시를 누락하거나 허위·오표기할 경우에는 시정명령, 영업정지, 허가 취소 등의 행정처분과 함께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소비자 신뢰” 취지 속 영세업체는 부담…“분석비 누적되면 수천만 원”
영양표시 확대에 대해 소비자 신뢰 제고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지만, 소규모 제조업체들은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한다.
디저트류를 제조·판매하는 A업체 대표는 “고객들이 칼로리와 당류를 많이 물어봐 표시를 하고 싶지만, 한 품목당 분석 비용이 비싸 부담이 크다”며 “특히 디저트를 즐기면서도 칼로리를 신경 쓰는 소비자들이 많아 필요성은 느끼지만 선뜻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스류를 제조·판매하는 B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의무 품목이 아니어서 영양성분을 표시하지 않았는데, 최근 의무화가 추진되면서 이제는 표시를 준비하고 있다”며 “하지만 열량을 포함한 9대 영양성분 분석 비용이 한 기관은 67만 원, 다른 곳은 27만 원으로 편차가 커 여러 곳을 알아보고 있다. 기존 포장재에 영양성분 표시가 없어 새 포장재를 제작해야 하는 점까지 고려하면 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간편조리세트를 제조·판매하는 C업체 관계자도 “현재 제품이 40여 종에 이르는데 전 제품에 대해 영양성분 분석을 의뢰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며 “시장 반응이 미미한 일부 제품은 제조를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중소업체 지원책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식품업계 전문가는 “업체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표시 의무가 확대되지만 영양성분 검사를 위한 비용은 중소 식품업체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정부가 비용 부담을 줄이고 준비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외식과 배달이 일상화된 만큼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제한된 영양표시 제도가 소규모 음식점과 배달앱까지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영양표시 확대는 소비자 신뢰와 선택권 강화를 위한 흐름이지만 제도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중소업체 부담 완화와 외식·배달 영역까지 포함하는 종합적 정책 보완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