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한국식품산업협회가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정관 개정과 추천 절차 정비에 나선 가운데, 박진선 샘표 대표가 유력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황종현 SPC삼립 대표는 최근 산재 사고로 사퇴 여론이 거세지며 구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산업협회는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회장 선출 방식을 명확히 하기 위한 정관 개정안을 마련했다. 핵심 내용은 “회장은 이사회의 추천을 받은 자 중에서 선출하며, 선출에 관한 세부 사항은 별도의 규정으로 정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정관 개정안은 오는 6월 4일 임시총회를 통해 회원사 2/3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절차를 거쳐 공식 발효된다. 이후 협회는 이사회를 통해 회장 후보를 추천하고, 이르면 6월 말 두 번째 임시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최종 회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이번 정관 개정은 기존의 총회 중심 추대 방식에서 벗어나 이사회 중심의 추천-선출 구조로 회장직 선출 방식을 제도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협회 관계자는 “정관 개정 이후 이사회가 회장 추천 권한을 갖게 되면 박진선·황종현 두 후보 모두 공식적으로 계속 출마할지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복수 후보 구도에는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황종현 SPC삼립 대표는 최근 시화공장 노동자 사망사고로 인해 사회적 책임 문제에 직면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조사 중이며, 실제 적용될 경우 황 대표도 책임선상에 오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은 황 대표의 회장직 후보 사퇴를 공식 요구했다. “반복되는 산재 사고와 소비자 기만, 위생 불량, 노조 탄압 등의 문제로 SPC는 사회적 신뢰를 잃었다”며, “식품산업을 대표하는 자리에는 도덕성과 책임감을 갖춘 인물이 나서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다만 현재까지 황종현 대표는 공식적인 사퇴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 협회 관계자는 “공식적인 후보 추천 절차가 시작되는 6월 이후에도 황 대표가 계속 도전 의사를 유지할지는 그때 가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는 업계 내 안정성과 상징성을 고루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샘표 창업 2세로서 지난 1997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가족 중심 전통 식품기업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켰으며, 부친 박승복 전 샘표 회장은 과거 10년간 식품산업협회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박 대표가 샘표를 3대째 이끄는 장수 CEO이자, 업계 이해도와 대외 이미지 모두에서 안정감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 반면, 황 대표는 마케팅 기반의 전략가로 사업적 기획 역량은 높게 평가되지만 최근 일련의 사회적 이슈로 도덕성 검증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서 대비된다.
한편, 이번 선거는 1969년 협회 창립 이래 처음으로 복수 후보가 출마한 경선 구도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협회는 CJ제일제당, 대상, 오뚜기, 동원F&B, 농심 등 국내 주요 식품 대기업 192개 회원사가 가입돼 있으며, 식품산업계를 대표해 정부와의 정책 협의, 법제도 대응, 산업 현안 조율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단체다.
협회 관계자는 “정관 개정이 승인되면 이사회 중심의 투명한 후보 추천 체계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