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더미식, 왜 5년간 4000억 적자에 빠졌나

  • 등록 2025.04.29 15:50:13
크게보기

광고비 267억 vs R&D 11억…'기술 없는 프리미엄 전략'
스타 마케팅에 기대다 부채 3배, 충성도 잃은 '더미식'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연구개발(R&D) 투자 없이 스타 마케팅에만 의존해온 하림산업이 5년 연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매출은 늘었지만 적자폭은 매년 확대되고 있으며, 부채도 3배 이상 급증하면서 재무건전성 악화까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하림지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하림산업은 지난해 광고판촉비로 267억 원을 지출한 반면, 연구개발(R&D)에는 11억 원만을 사용했다. 전체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은 약 0.15%에 불과해 동종 업계 평균(1%)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CJ제일제당이 2180억 원(1.22%), 대상이 476억 원(1.09%), 농심이 295억 원(0.90%)을 연구개발에 투입한 것과 비교하면 하림산업의 기술 경쟁력 확보 의지가 미약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하림산업은 지난 2021년 '더미식(The미식)' 브랜드를 출시하며 연매출 1조 원 달성을 자신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배우 이정재를 모델로 내세워 대규모 광고비를 지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제품 개발과 기술 투자는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난 상태다.

 

회사 측은 더미식 브랜드가 출시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광고비 투입에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더미식 브랜드의 주력 제품인 HMR 라면, 냉장죽, 육가공 완제품 등은 자체 개발이 아닌 OEM·ODM 방식으로 외부 조달해 만든 제품들이다. 하림산업이 제품 혁신보다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런 전략은 단기 매출 증대에는 일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술력과 제품 차별화 없이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미투(Me-too)' 제품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미식 브랜드는 출범 이후 5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년간 매출은 2228억 원에 그쳤으며, 누적 적자는 4123억 원을 넘어섰다. 이 기간 동안 라면 시장 점유율은 1%에도 못 미쳤고, 즉석밥 시장에서도 CJ제일제당과 오뚜기에 밀려 존재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전략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편의점 기준으로 장인라면 1개 가격은 2200원으로, 농심 신라면이나 오뚜기 진라면 대비 약 두 배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가격 대비 브랜드 인지도와 품질 차별성이 부족해 소비자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적자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림산업은 2024년 한 해 동안 1276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연도별 영업적자 규모를 보면, 2020년 294억 원, 2021년 589억 원, 2022년 868억 원, 2023년 1096억 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나마 매출은 2020년 43억 원에서 2024년 802억 원까지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규모가 매출을 계속 초과하고 있어 성장의 의미가 퇴색된 상황이다. 같은 기간 부채 규모도 2502억 원에서 7257억 원으로 약 3배 증가해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 광고 마케팅에만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기술력 확보와 제품 혁신에 대한 투자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푸드투데이 황인선 기자 001@foodtoday.or.kr
Copyright @2002 foodtoday Corp. All rights reserved.




(주)뉴온미디어 | 발행인/편집인 : 황리현 | 등록번호 : 서울 아 01076 등록일자 : 2009.12.21 서울본사 :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4가 280-8(선유로 274) 3층 TEL. 02-2671-0203 FAX. 02-2671-0244 충북본부 : 충북본부 : 충북 충주시 신니면 신덕로 437 TEL.070-7728-7008 영남본부 : 김해시 봉황동 26-6번지 2층 TEL. 055-905-7730 FAX. 055-327-0139 ⓒ 2002 Foodtoday.or.kr. All rights reserved. 이 사이트는 개인정보 수집을 하지 않습니다. 푸드투데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