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비빔면이 ‘여름 한정 계절식’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사계절 소비식품으로 변모하고 있다. '팔도비빔면'을 필두로 국내 주요 라면 브랜드들이 시장에 가세하면서 비빔면은 이제 브랜드 간 전략 전쟁의 격전지가 됐다. 최근에는 건강과 가치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제로슈거, 협업 간편식, 샌드위치형 변주까지 시도되며 제품군이 다층화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비빔면 시장 규모는 2015년 757억 원에서 2023년 1800억 원으로 약 2.4배 성장했다. 불과 10년 사이 시장이 두 배 이상 커지면서 계절식의 프레임을 깨고 연중 판매를 겨냥한 주력 제품군으로 도약 중이다.
팔도의 방어전 ‘19억 개의 역사’ 그리고 제로슈거 실험
1984년 출시된 팔도비빔면은 40년에 걸쳐 누적 판매량 19억 개를 넘기며 독보적인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시장 지형이 급변하면서 팔도 역시 다양한 시도를 통해 ‘1위 수성’에 나서고 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은 지난달 새로 출시된 ‘팔도비빔면 제로슈거’. 건강한 식단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설탕을 전혀 넣지 않고 알룰로스를 활용한 무당류 제품으로 식약처 기준을 충족했다. 맛은 유지하면서도 칼로리를 낮춘 ‘가벼운 비빔면’ 콘셉트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반응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더해 GS리테일과 협업한 ‘틈새비김면’, 샌드위치 브랜드 홍루이젠과 공동 개발한 ‘팔도비빔샌드’ 등 이색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브랜드를 확장 중이다. ‘식사+간식’ 사이를 넘나드는 변주 전략이다.
농심·삼양의 반격…새로운 강자들의 부상
팔도의 독주에 제동을 건 건 농심이다. '배홍동 비빔면’은 출시 직후 단숨에 비빔면 시장 2위에 오르며 강력한 후발주자의 위력을 보여줬다. 배홍동 비빔면은 출시했던 당시 2021년 매출 230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2022년 250억원, 2023년 330억원, 2024년 340억원으로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고추장의 감칠맛과 깔끔한 단맛의 조화가 젊은 소비자에게 어필했다. 농심은 배홍동 쫄쫄면, 배홍동 칼빔면을 추가로 출시해 3종 라인업을 구축했다.
지난해 비빔면 생산라인을 불닭볶음면 수출 물량 확대에 활용하면서 비빔면 생산을 중단했던 삼양식품 역시 올해 '맵탱' 브랜드를 앞세워 다시 비빔면시장에 뛰어들었다. 다채로운 매운맛을 선보이는 맵탱 브랜드의 첫 비빔면으로 기존의 매운맛과 차별화된 개성있는 맛을 구현했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큐베브 후추'를 활용해 색다른 쿨링감과 함께 시원한 뒷맛을 강조했다. 매운맛 라면의 글로벌 성공을 경험한 만큼, 글로벌 소비자까지 겨냥한 매콤한 맛 라인업을 조율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계절 수요에서 벗어나 1인 가구, 간편식 소비 확산 등으로 비빔면의 연중 소비 기반이 생긴 상황”이라며 “지금은 단순히 ‘맛’이 아닌 ‘건강성, 차별성, 브랜드 경험’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비빔면의 경계가 흐려진다
비빔면은 더 이상 단순한 여름 한정 라면이 아니다. 제로슈거, 비건, 샌드위치, 컵면, 프리미엄 HMR 등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며, 단일 품목을 넘어선 플랫폼 상품군으로 확장되고 있다.
식사와 간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때로는 샐러드처럼 가볍고, 때로는 매운맛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선택지가 되는 비빔면. 이제 그 시장의 흐름은 계절성을 넘어 ‘무한 변신’의 가능성을 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빔면 시장은 단순한 계절 제품을 넘어 브랜드 콘셉트와 식문화까지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푸드’로 진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해외 시장을 포함한 K-라면 포지셔닝 경쟁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