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일본 정부가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식료품 소비세율을 현행 8%에서 1%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한국 식품 수출업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소비자가격 인하에 따른 K-푸드 수요 확대가 기대되는 반면 일본산과 다른 수입식품에도 같은 세율이 적용되는 만큼 가격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식료품 소비세율을 2027년 4월부터 2년간 현행 8%에서 1%로 낮춘 뒤 2029년 4월 다시 8%로 되돌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5일 '음식료품 소비세율의 임시적 인하 및 취업자 부담경감 지원금 도입에 관한 대강'을 각의 결정했다. 이에 따라 향후 관련 법안을 마련해 국회 심의를 거칠 예정이다. 일본 정부가 밝힌 시행 기간은 2027년 4월 1일부터 2029년 3월 31일까지다.
이번 조치는 고물가에 따른 가계 부담을 낮추기 위한 것으로, 현재 경감세율이 적용되는 음식료품의 소비세를 2년간 1%로 인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 정부는 2029년도부터 소득에 연동한 급부제도를 본격 도입하고, 식료품 소비세 인하는 그때까지의 한시적 조치로 운용한다는 방침이다.
세율 인하분이 판매가격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소비자가격은 약 6.5%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세전 가격이 1000엔인 식품은 현재 소비세 8%를 포함해 1080엔에 판매되지만 세율이 1%로 낮아지면 1010엔이 된다. 다만 실제 가격 인하폭은 유통·판매업체의 가격정책과 원재료비, 인건비 등 비용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고물가에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일본 소비시장에서는 식료품 구매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예상되지만 현지 식품·유통업계에서는 전산 시스템 개편과 행정비용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aT에 따르면 일본 국민생활산업·소비자단체연합회가 회원 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출 증가를 예상한 기업은 49%였지만 영업이익 증가를 예상한 기업은 22%에 그쳤다.
특히 대형 식품 도·소매기업의 79%는 세율 변경에 따른 시스템 개편 비용 증가를 예상했다. 계산대와 판매관리 시스템 등을 1% 세율에 맞게 바꿔야 하는 데다 2년 뒤 다시 8%로 환원될 경우 추가 개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역시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음식료품 제조·유통·판매사업자와 관련 시스템 업체를 대상으로 홍보와 준비 작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국 식품 수출기업에는 기회와 부담이 동시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일본에서 판매되는 한국산 식품에도 소비세 인하가 적용되면서 최종 소비자가격이 낮아질 수 있어 K-푸드 수요 확대에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산 식품과 다른 국가의 수입식품에도 같은 세율이 적용되는 만큼 소비세 인하 자체가 한국산 제품만의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제품 현지화와 유통망 확대, 물류비 절감 등 별도의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엔화 환율도 변수다.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일본 현지 판매가 증가하더라도 엔화 매출을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어 소비세 인하 효과와 환율 변동을 함께 살펴야 한다.
통관·정산 과정의 변화도 대비해야 한다.
세율 체계가 8%에서 1%로 바뀌면 현지 유통업체의 회계·판매관리 시스템뿐 아니라 인보이스와 과세 표시 등 실무 절차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수출기업은 현지 바이어와 물류업체를 통해 품목별 과세 기준과 회계 증빙 방식 등을 사전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관세지급인도조건(DDP) 방식으로 거래하는 기업은 통관 단계에서 선부담하는 수입 소비세 규모가 줄면서 자금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반면 세금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일본 대형 유통업체나 바이어가 이를 근거로 납품가격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가격 조정 시 공급 물량 확대나 판촉 조건 등을 함께 협상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매와 외식시장 간 소비세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일본은 현재 식료품 등 경감세율 대상에는 8%, 매장 내 외식에는 10%의 소비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정부 방안대로 식료품 세율이 1%로 내려가면 외식과 소매식품 간 세율 격차는 기존 2%포인트에서 9%포인트까지 확대된다. 외식은 이번 음식료품 세율 인하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슈퍼마켓과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는 가공식품과 간편식, 테이크아웃 제품의 상대적인 가격 매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일본 외식업체나 업소용 식자재 등 B2B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해 온 국내 기업이라면 대형마트와 편의점, 온라인몰 등 B2C 유통망으로 판매 채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한국 외식 프랜차이즈 역시 매장 판매에만 의존하기보다 인기 메뉴를 밀키트와 냉동식품, 도시락 등 소매 상품으로 확장해 유통시장과 연결하는 전략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소비세 인하는 2년간의 한시적인 정책이라는 점에서 단순 가격 인하 효과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는 2년간의 인하 기간이 끝난 뒤 현행 8% 경감세율로 복귀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고이치 내각은 국회에서도 2년 뒤 현행 8% 세율로 되돌리는 것을 전제로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aT는 한국 수출기업이 향후 일본 정부의 법안 통과와 세부 시행기준을 비롯해 유통·회계 시스템 변경, 식료품과 외식 간 소비 변화, 현지 바이어의 가격정책, 엔·원 환율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감세가 적용되는 2년 동안 단기적인 가격 경쟁에 집중하기보다 제품 인지도를 높이고 유통망을 확대해 2029년 세율이 다시 8%로 복원된 이후에도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는 장기적인 대일 수출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