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전국의 유명 떡집을 찾아다니는 ‘떡지순례’가 새로운 미식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명절이나 잔칫날 먹던 전통 음식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피자설기, 과일·크림 찹쌀떡, 호박·카스테라 인절미 등 퓨전 떡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떡의 소비 영역도 일상 디저트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15일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떡지순례’는 떡과 성지순례를 합친 신조어로, 유명 떡집이나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제품을 찾아 직접 방문하는 소비 행태를 뜻한다. 인기 제품이 온라인 판매와 동시에 품절되는 ‘떡켓팅(떡+티켓팅)’, 개점 전부터 줄을 서는 ‘떡픈런(떡+오픈런)’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최근 주목받는 제품은 ‘피자설기’다. 백설기 위에 토마토소스와 치즈, 페퍼로니, 올리브 등을 올린 제품으로, SNS와 유튜브 쇼츠를 통해 판매처와 구매 후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찹쌀떡도 변신하고 있다. 찹쌀떡 브랜드 한정선은 샤인머스캣·블루베리·복숭아 요거트부터 초코딸기, 무화과, 골드키위, 통귤 등을 활용한 제품을 판매한다. 두바이 찹쌀떡과 앙버터 등 이색적인 재료 조합도 등장했다.

이처럼 떡이 젊은 층의 디저트로 재조명되는 배경에는 ‘쫀득한 식감’과 이색적인 조합이 자리한다. 약과와 인절미 등 전통 간식을 즐기는 이른바 ‘할매니얼’ 트렌드에서 출발해 최근에는 사진과 영상으로 공유하기 좋은 비주얼과 색다른 식감·맛을 중시하는 SNS 소비 문화가 결합하면서 소비층이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온라인에서도 떡을 디저트로 소비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온라인에서 ‘떡’과 ‘디저트’가 함께 언급된 게시물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이상 증가했다.
온라인 유통에서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컬리에 따르면 최근 3개월인 6~8월 떡·한과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 증가했고, 같은 기간 판매 상품 수도 80% 늘었다. 창억 ‘호박인절미’ 거래액은 336% 증가하며 판매 1위에 올랐고, SNS에서 주목받은 ‘피자설기’도 입점 2주 만에 상위권에 진입했다. 약과·전병 등 한과 거래액도 123% 늘면서 전통 간식 전반으로 소비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떡류 시장의 외형 확대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생산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식품 등의 생산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떡류 국내판매액은 9623억7982만원으로 전년 9291억678만원보다 3.58% 증가했다. 2021년 7649억3796만원과 비교하면 4년 만에 25.8% 늘어난 규모다. 국내 떡류 판매액이 1조원에 근접하면서 전통식품에 머물던 떡 시장이 디저트와 간편식 등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통업계도 전국 유명 떡집을 불러들이며 ‘떡지순례’ 수요 잡기에 나섰다.
이마트24는 오는 17일부터 20일까지 트렌드랩 성수점과 디저트랩 서울숲점에서 퓨전 떡 팝업을 열고 부산 ‘영도다리떡방’과 ‘익산농협떡방앗간’의 인기 상품 11종을 판매한다. 영도다리떡방은 피자설기로, 익산농협떡방앗간은 생크림 찹쌀떡 등 냉동 떡 제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백화점과 복합쇼핑몰도 지역 유명 떡집 유치에 나섰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용인의 피자설기 전문점 ‘마시떡’을, 부산본점은 영도다리떡방 팝업을 운영했다. 용산 아이파크몰에서도 강원떡집X떼구르르 베이커리, 모락절미, 쭈악쭈악 등의 팝업이 진행되고 있다. 전국 떡집을 찾아가던 ‘떡지순례’ 수요를 유통업체가 도심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모습이다.
식품업계의 제품 개발도 떡 특유의 ‘쫀득한 식감’에 주목하고 있다. 전통적인 떡류를 넘어 떡볶이와 베이커리, 아이스크림 등 다른 식품군에서도 찰기와 탄력을 강조한 제품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풀무원식품은 ‘식감혁신 본격 떡볶이’ 쌀떡볶이 마포식과 밀떡볶이 선릉식 2종을 출시했다. 고압으로 반죽을 두 차례 압출하는 특허 기술인 ‘이중 압출 공법’을 적용해 떡의 탄력과 찰기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찰감자 유래 성분을 더해 시간이 지나도 촉촉한 식감을 유지하도록 설계했다.
파리바게뜨도 찹쌀을 활용한 ‘감자쫀떡’을 선보였다. 감자의 담백한 맛에 버터 풍미를 더하고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쫀득한 식감을 구현했다. 지난 4월 출시한 ‘버터쫀떡’에 이어 익숙한 식재료와 쫀득한 식감을 결합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웰푸드 역시 tvN 예능 ‘우주떡집’과 협업한 ‘찰떡아이스 IN 우주떡집 흑임자인절미’로 흥행 효과를 보고 있다. 흑임자 아이스크림을 찹쌀떡으로 감싼 이 제품은 초도 물량 50만개가 출시 닷새 만에 소진됐고, 공식 온라인몰에서 진행한 500세트 한정 예약 판매도 18시간 만에 완판됐다.
업계 관계자는 “떡이 익숙한 맛에 새로운 재료와 형태를 접목하면서 차별화된 디저트 카테고리로 자리 잡고 있다”며 “쫀득한 식감과 이색적인 조합을 선호하는 소비가 이어지는 만큼 지역 유명 떡집과 유통업체 간 협업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