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오비맥주가 국내 소주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다. 오비맥주는 오는 9월 말 15도 제로슈거 소주 ‘찰랑’을 선보이고 서울 등 수도권과 제주 일부 지역의 식당·주점 등 유흥 채널부터 판매에 나선다. 이번 진출은 단순히 소주라는 신규 카테고리를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카스가 이미 구축한 전국 음식점·주점 영업망에 소주를 더해 맥주 중심의 사업구조를 종합주류 포트폴리오로 확장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내 소주 시장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시장 자체가 감소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가 판매량 기준 80%를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후발주자인 오비맥주가 넘어야 할 장벽도 만만치 않다. 찰랑은 제주 동부 지역 화산암반수를 사용해 제주공장에서 전량 생산된다. 인위적인 알코올 향과 단맛을 줄이고 용암해수소금을 활용해 감칠맛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알코올 도수는 15도로, 최근 소주시장에서 이어지고 있는 저도주 흐름을 한층 더 밀어붙였다.
기존 소주 제품들이 녹색병을 주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투명병을 적용해 차별화했다. 판매 초기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제주 일부 지역의 식당·주점 등 유흥 채널에 집중하고, 시장 반응에 따라 판매 지역과 채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가정용 채널 진출 여부도 향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찰랑의 15도는 최근 주요 소주 제품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올해 롯데칠성음료의 ‘새로’와 ‘처음처럼’, 하이트진로의 주요 저도주 제품들이 15도대에 진입한 가운데 오비맥주가 15도 제품으로 가세하면서 저도주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오비맥주가 소주 시장에 뛰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카스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오비맥주는 음식점과 주점에 카스를 공급하면서도 소주는 경쟁사 제품이 차지하는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그러나 찰랑이 안착할 경우 기존 카스 거래처에 소주까지 함께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별도의 소주 영업망을 처음부터 구축하는 대신 이미 확보한 유흥시장 거래선을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신규 진입에 따른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거래처당 매출을 확대하고 영업 효율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무엇보다 맥주와 소주를 함께 묶은 영업 및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식당에서 카스와 찰랑을 함께 판매하도록 유도하고, 이른바 ‘카스랑’과 같은 소맥 마케팅으로 두 브랜드의 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 단순히 소주 한 품목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카스의 유통·영업 경쟁력을 소주 시장으로 확장하는 셈이다.
오비맥주가 2024년 신세계L&B로부터 제주소주를 인수한 것도 이번 국내 시장 진출의 기반이 됐다. 오비맥주는 그동안 제주공장을 활용해 수출용 소주 사업을 진행하며 생산 및 소주 사업 경험을 축적해왔다. 흥미로운 점은 오비맥주가 성장하는 시장이 아니라 오히려 줄어드는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79만3000㎘로 전년보다 2.8% 감소했다. 2022년 86만2000㎘에서 2023년 84만4000㎘, 2024년 81만6000㎘로 감소한 데 이어 3년 연속 줄었다. 지난해에는 80만㎘ 선까지 처음으로 밑돌았다. 소주 시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신규 사업자가 성장하려면 결국 기존 브랜드의 판매량을 가져와야 한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파이를 나눠 갖는 것이 아니라 작아지는 파이에서 경쟁사의 몫을 빼앗아 와야 하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해 누적 판매량 기준 국내 소주 시장에서 하이트진로의 점유율은 66.2%, 롯데칠성음료는 17.6%로 집계됐다.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만 83.8%에 달한다. 여기에 지역 소주업체들도 지역별로 강한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하고 있다. 소주는 맥주보다 지역과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가 높은 만큼 단순히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췄다는 이유만으로 단기간에 점유율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결국 오비맥주가 찰랑을 통해 노리는 것은 단기간에 소주 시장 1위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맥주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다변화하는 것에 더 가깝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주류 소비 자체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미 시장 1위인 카스의 점유율만으로 추가적인 성장을 만들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존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는 소주를 추가해 거래처당 매출을 높이고, 맥주와 소주의 교차 판매를 통해 영업 효율을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특히 찰랑의 초기 판매처가 수도권 유흥시장이라는 점에서 카스 영업망이 실제 소주 판매 확대에도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주는 맥주보다 지역과 브랜드 충성도가 강해 유통망만으로 단기간에 판도를 바꾸기는 어렵다”면서도 “오비맥주가 전국 음식점과 주점에 이미 영업 기반을 갖춘 만큼 맥주와 소주를 묶은 영업이 기존 소주업체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