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여부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와 의견수렴에 착수하자 농축수산업계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축산업계는 품목별 피해 분석과 생산자단체의 실질적인 논의 참여를 요구했고, 농민·어민단체들은 추가 시장개방이 농축수산업의 생존기반을 흔들 수 있다며 가입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1일 성명서를 내고 “CPTPP 가입 논의가 축산업의 희생을 전제로 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에 신중한 판단을 요구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제273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CPTPP 가입 관련 향후 대응방향’을 논의하고 가입과 관련한 여론 수렴과 사회적 논의에 본격 착수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익과 민생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를 살펴 가입 추진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축단협은 정부가 가입 여부를 미리 확정하지 않고 사회적 논의와 의견수렴을 거쳐 판단하겠다고 밝힌 점에는 주목하면서도 CPTPP가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을 지향하는 만큼 국내 농축산업에 미칠 파급효과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쇠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우유·유제품, 오리고기 등 주요 축산물에 미칠 영향을 품목별로 분석하고 예상 피해 규모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축단협은 “축산업은 수많은 FTA 체결과 시장개방 확대 속에서 값싼 수입 축산물과 경쟁해 왔다”며 “생산비 상승과 가축질병, 소비 위축 등으로 농가 경영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추가 시장개방은 축산농가의 생존기반을 더욱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향후 CPTPP 가입을 추진할 경우 농·어업계 영향을 살피고 실효성 있는 국내 보완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단순한 설명회나 형식적인 의견수렴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축산농가와 생산자단체가 논의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현장의 의견이 실제 협상 방향에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축단협은 기존 FTA에 따른 축산업의 누적 피해와 추가 개방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지원책도 주문했다. 수출 확대와 통상 네트워크 강화라는 이유로 농축산업에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 되며 식량안보와 국내 먹거리 생산기반 유지 역시 국익의 한 축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민·어민·노동·시민사회단체의 반발도 이어졌다.
CPTPP가입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준비위원회는 이날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CPTPP 가입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는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중행동, 전국어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한국진보연대 등과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이 참여했다.
범국민운동본부는 정부가 가입 여부에 대한 결론을 미리 정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상 가입 추진을 위한 공식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CPTPP의 높은 관세철폐 수준을 거론하며 추가 시장개방이 농축수산업과 식량주권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 FTA 체결 과정에서도 농축수산업이 시장개방에 따른 부담을 떠안아 왔고 피해 보완대책도 현장에서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도 사례로 들었다. 범국민운동본부는 기업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조성하기로 했던 기금이 당초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CPTPP 가입 논의에 앞서 과거 시장개방 대책에 대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농업은 수출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내어줄 수 있는 협상카드가 아니다”며 “농업은 국민의 밥상을 책임지고 국가의 생존을 지키는 식량안보의 최전선”이라고 말했다.
김영복 전국어민회총연맹 공동회장도 수입 수산물 확대뿐 아니라 수산보조금과 면세유 등 어업인 지원정책에 미칠 영향을 공개해야 한다며 어업인의 생존대책 없는 가입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범국민운동본부는 “수출시장 확대와 다변화라는 명목으로 더 이상 농축수산업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에 농축수산업계와의 실질적인 협의와 피해 규모 분석을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