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미·이란 종전 합의…식품값 요지부동 속 포장재 웃는다

하반기 소스·음료 포장재 인하 기대…비료 시설 복구는 변수
8월 EU 포장 규정 본격 적용…친환경 단일 소재 전환 기회로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국제 원유시장과 물류망이 안정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동발 리스크로 확대됐던 원유 가격과 해상운송 비용 부담이 완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럽 식품업계도 원가 구조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다만 이번 합의가 장바구니 물가를 곧바로 낮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 원재료 가격은 장기 계약, 비료·가스 인프라, 작황 반영 시차 등 복합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반면 석유화학 원료 의존도가 높은 식품 포장재 시장은 원유 가격 안정의 영향을 비교적 빠르게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유럽 식품 시장 내 소비자 가격을 즉각 낮추기보다는 원재료와 포장재 공급망 안정에 우선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 비중이 높은 소스류, 음료, 스낵류 제품군은 하반기 이후 원가 부담 완화 가능성이 주목된다.

 

장기 계약에 발 묶인 식품가…가스 인프라 복구도 변수

 

영국의 AI 기반 식품 원자재 예측 플랫폼 ChAI는 평화 합의 체결이 단기적인 식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ChAI는 가격이 현재 수준에서 추가로 급등할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큰 폭의 하락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가장 큰 이유는 식품업계의 계약 구조다. 주요 글로벌 식품 제조사들은 통상 6~12개월 단위의 장기 계약을 통해 원재료를 조달한다. 이 때문에 원유 가격이나 물류비가 안정되더라도 이미 고정된 원재료 가격이 실제 제품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비료 가격 역시 단기 식품 가격을 좌우하기 어려운 변수로 꼽힌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비료 운송이 정상화되더라도 올해 작황에는 반영 시점을 이미 놓쳤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비료 가격 안정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시점을 2027년 작황 이후로 보고 있다.

 

천연가스 인프라 복구 문제도 부담이다. 천연가스는 비료의 핵심 원료다. 전쟁 초기 드론 공격으로 손상된 이란 내 가스 시설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데다 유럽의 가스 생산량도 낮은 수준을 보이면서 원재료 가격 하락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일부 품목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안정될 수 있다. 팜유와 대두유 등 식용유는 전쟁 기간 국제유가 급등과 바이오연료 수요 확대의 영향을 받아 가격 상승 압력을 받아왔다. 향후 유가가 안정세를 보일 경우 바이오연료 원료 수요가 완화되면서 식용유 가격도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플라스틱 원료 가격 안정 기대…소스·음료·스낵류 주목

 

식품 원료와 달리 포장재 시장은 합의의 영향을 보다 직접적으로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동 분쟁 기간 공급 차질 우려로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식품 포장용 플라스틱 원료 가격은 상승 압력을 받아왔다.

 

식품 포장재는 원유와 석유화학 원료 의존도가 높아 에너지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 분쟁 초기에는 원료 확보를 위한 사재기 움직임까지 나타났지만 원유 가격이 안정되면 석유화학업계의 생산 정상화와 플라스틱 공급 개선 가능성도 커진다.

 

이에 따라 유럽 식품 제조업체들은 하반기부터 포장재 비용 부담이 일부 완화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 포장 비중이 높은 소스류, 음료, 스낵류 제품군은 포장재 원가 개선 효과가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

 

국내 수출기업 입장에서도 포장재 가격 안정은 원가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다. 다만 단순히 저렴해진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하는 방식만으로는 유럽 시장 대응에 한계가 있다. EU의 포장재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이 본격 적용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EU PPWR 본격 적용 앞둬…'저가'보다 '규제 대응'이 관건

 

EU의 포장재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은 지난해 2월 발효됐으며 올해 8월부터 본격 적용될 예정이다. 해당 규정은 포장재의 재활용 가능성, 재생 원료 사용, 포장재 감축 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시장에서는 단순한 포장재 원가 절감보다 순환경제 기준을 충족하는 포장재 전환 역량이 더 중요한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재활용이 용이한 단일 소재(Mono-material) 포장재, 재생 플라스틱(rPP·rPET) 적용 여부가 유통망 입점과 거래 지속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유럽 포장 업계도 PPWR 대응 과정에서 향후 재생 플라스틱 수요가 추가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플라스틱 원료 가격이 안정되더라도 재생 원료 확보와 규제 기준 충족 여부에 따라 기업별 비용 부담은 달라질 수 있다.

 

aT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단기적 가격 인하보다 원가 구조의 점진적 정상화로 접근해야 한다"며 "유럽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국내 수출기업들도 6~12개월 단위의 롱텀(Long-term) 계약 구조에 맞춘 가격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플라스틱 원가 안정 조짐을 EU 포장 규제 대응을 위한 포장재 전환의 비용 절감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재활용이 용이한 단일 소재(Mono-material) 포장재나 재생 플라스틱(rPP·rPET) 적용 확대를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곡물 등 원재료 조달 계약 시점은 비료 효과가 반영되는 2027년 작황 시기와 연동하는 전략이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