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지구 온난화로 폭염과 이상기후가 일상화되면서 식품 부패와 품질 저하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기온 상승은 식품의 생산·보관·운송·소비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콜드체인(저온유통체계)의 역할도 단순한 물류 기능을 넘어 국민 보건위생과 탄소중립을 뒷받침하는 필수 인프라로 재정의되고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와 신선식품 배송 시장이 성장하면서 콜드체인은 더 이상 기업 간 대량 운송 중심의 산업이 아니라 소비자 일상과 직접 맞닿은 생활 밀착형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라재붕 한국콜드체인협회 전무는 최근 푸드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기온 상승 추세 속에서 콜드체인의 역할은 국민의 보건위생과 더욱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다”며 “운송·보관·포장·유통가공·정보시스템 등 물류 전 기능에서 콜드체인 중심의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폭염 시대, 콜드체인은 ‘식품안전 인프라’
라 전무는 최근 기후 변화가 식품 유통 구조 전반을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상청 기후통계분석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여름 평균기온은 2023년 25.8℃, 2024년 26.8℃, 2025년 27.0℃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과거 저온식품 운송은 냉동·냉장 차량을 활용한 B2B 운송이 중심이었지만, 전자상거래가 급성장하면서 냉매를 충전한 보온용기에 식품을 담아 일반 택배 차량으로 배송하는 B2C 방식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신선하고 안전한 식품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저온 창고의 질적 고도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단순히 상품을 차갑게 보관하는 수준을 넘어 식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관리 역량이 콜드체인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정보시스템 분야의 발전도 두드러진다. 최근에는 이력추적시스템을 통해 상품 위치뿐 아니라 창고와 차량 적재함의 온도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 위·변조를 방지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라 전무는 “온도 데이터와 이력 관리가 결합되면서 콜드체인은 단순 물류가 아니라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식품 폐기와 탄소 배출도 콜드체인의 과제
식품 폐기와 탄소 배출 문제도 콜드체인 산업이 주목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라 전무는 “콜드체인 관리 미흡으로 발생하는 식품 폐기량에 대한 별도 통계는 아직 없다”면서도 “기후에너지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음식물류 생활폐기물계 분리배출량은 483만 톤이며, 이 중 가정에서 분리배출한 물량은 연간 448만 톤으로 1인당 하루 0.25kg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유통기한 중심의 표시제도도 식품 폐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라 전무는 “섭취할 수 있는 식품임에도 유통기한이 지나면 버려야 한다는 인식으로 인해 연간 1조5000억 원 상당의 음식물이 폐기물로 버려져 왔다”며 “정부가 2023년 소비기한 표시제를 도입한 만큼 이를 계기로 음식물 폐기량이 점차 줄어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분리배출되는 음식물을 바이오매스 등으로 활용할 경우 화석연료 대비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최대 86%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고 덧붙였다.
◆ 콜드체인 관리사 11기…현장 변화는 ‘인식 전환’
한국콜드체인협회가 운영하는 ‘콜드체인 관리사’ 양성과정은 올해 11기를 맞았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되던 시기 시작된 이 과정은 식품·물류 현장에서 콜드체인 전문성을 높이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라 전무는 “교육생들이 콜드체인의 중요성과 향후 성장 가능성을 인식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서로 다른 콜드체인 분야에서 일하는 교육생들이 협업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실제로 추진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교육을 수료한 인력들이 식품·물류 현장에서 신기술을 적용해 상품 안정성을 확보하고, 에너지 절감과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폐기물 감축에 기여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라 전무는 “전문 인력이 늘어나면서 콜드체인이 단순 운영 업무가 아니라 식품안전, 환경, 에너지 관리까지 포괄하는 전략 영역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일본은 자연냉매 전환 속도…한국은 지원정책 미흡
라 전무는 최근 협회가 진행한 일본 오사카 연수를 통해 국내 콜드체인 산업이 참고해야 할 과제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가장 큰 차이는 친환경 자연냉매 전환에 대한 정부 지원이었다.
그는 “일본은 HFC 규제 전인 2014년부터 자연냉매 설비 도입에 매년 50억~73억 엔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며 “적극적인 사업 추진과 보조금 지원으로 2021년까지 자연냉매 사용 비율을 5%에서 57%까지 높이는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 자연냉매 전환에 대한 정부 지원이 사실상 부족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몬트리올의정서와 키갈리개정서에 따라 HCFC와 HFC 냉매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전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라 전무는 “EU 등 선진국은 냉매 규제를 통해 비관세장벽을 높이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R&D 투자를 통해 선진기술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일본 현장에서 인상 깊었던 요소로는 제습 시스템과 작업환경 개선을 꼽았다. 그는 “방문한 일본 냉동·냉장 창고는 제습 시스템이 잘 갖춰져 냉동창고에서 냉장창고로 이동할 때도 안경에 서리가 끼지 않을 정도였다”며 “밝은 소재의 벽면을 사용해 창고 내부를 환하고 쾌적하게 만든 점도 국내에 적용할 만한 요소”라고 평가했다.
◆ IoT 온도관리 확산…친환경 패키징도 본격화
국내 식품 콜드체인 현장에서는 IoT 센서를 활용한 데이터 기반 온도 관리가 일정 수준 보편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냉동·냉장 물류센터와 차량에서는 온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관리하는 시스템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라 전무는 “전자상거래 시장 성장으로 유통 환경이 B2B에서 B2C로 바뀌면서 콜드체인 용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생산·제조 단계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까지 공급망 차원의 일관된 온습도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회용 스티로폼 박스를 대체할 수 있는 에코 라이너(Eco-Liner) 등 친환경 배송박스와 친환경 냉매 개발도 활발하다. 일회용기가 아닌 여러 차례 회수해 사용할 수 있는 다회용(Returnable) 용기 회수 시스템도 시범 운영되고 있다.
라 전무는 미국 수출기업의 대응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2028년 6월부터 시행되는 미국 식품현대화법(FSMA) 204조 이력추적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식품 수출기업들은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 IT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높은 만큼 충분히 대응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유통단계 HACCP 인증 기업 극소수…인센티브 필요”
식품 안전 정책과 관련해서는 유통 단계의 온도 관리 사각지대가 제도적 과제로 꼽혔다. 현재 유통 단계에서 HACCP이 적용되는 분야는 식품냉동냉장업과 식품운반업이다. 그러나 의무 인증 대상이 아니다 보니 실제 인증을 받은 기업은 매우 적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라 전무는 “식품냉동·냉장업에서 HACCP 인증을 받은 기업은 현재 4곳에 불과하고, 2022년부터 HACCP 인증이 적용되기 시작한 식품운반업은 인증 기업이 한 곳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증을 받으면 콜드체인의 보관과 운송 안정성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담보할 수 있지만, 인증을 취득하고 유지관리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그에 상응하는 실익이 부족하다”며 “인증 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통해 더 많은 기업이 인증을 획득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콜드체인을 경쟁력 요소로 인식하게 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식품 안전사고는 기업 평판과 직결되고, 온도 이탈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에너지 절감과 친환경 대응이 ESG 경영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면서 전문 인력 확보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라 전무는 “CJ대한통운 등 주요 물류기업은 콜드체인 전문 인력을 활용해 온·습도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작업장의 온도와 습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체감온도를 산출해 작업자가 법정 의무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시스템까지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콜드체인의 안전 영역이 식품에서 작업자 안전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국내 시장 넘어 글로벌 콜드체인 시장으로 가야”
라 전무는 대한민국 콜드체인 산업의 미래 청사진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제시했다. 콜드체인 산업은 국민 소득이 높아지고 식품안전에 대한 요구가 커질수록 성장하는 특성이 있으며,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지구온난화 역시 콜드체인 수요를 확대하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글로벌 전문 연구기관들은 콜드체인 시장이 2035년까지 14% 이상 고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은 규모가 제한적인 만큼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냉매 규제, 이력추적, 데이터 기반 품질관리 등 국제 기준에 맞는 기술과 제도적 대응이 필수다.
라 전무는 “국내 콜드체인 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냉매 규제, 이력추적, 데이터 기반 품질관리 등 국제 기준에 맞춘 대응력이 필요하다”며 “기업의 기술 투자와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