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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약 식품’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식약처, 단계별 규제 로드맵 본격화

식품안전정보원 ‘정제·캡슐 형태 식품의 허용요건 개선 연구 보고서’
정제·캡슐 일반식품 2년 새 132% 급증…소비자 84% “건기식 오인”
표시 강화부터 고위험 제품 관리, 유형별 제한까지 단계적 규제 추진
기존 제품은 최대 24개월 유예…분말·젤리 등 다른 제형 전환 유도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이른바 ‘알약 형태’로 유통되는 일반식품에 대한 정부 규제가 본격적인 전환점을 맞고 있다. 최근 글루타치온, 멜라토닌, 콘드로이친 등을 표방한 일반식품이 정제·캡슐 형태로 출시되면서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처럼 오인되는 사례가 급증하자 정부가 ‘단계적 규제 체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온라인 쇼핑몰과 SNS를 중심으로 정제·캡슐형 일반식품은 ‘1일 1정’, ‘집중 케어’, ‘먹는 루틴’ 등 건강기능식품과 유사한 복용 문법과 광고 표현을 사용하며 시장을 빠르게 확대해왔다. 특히 소비자 후기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결합되면서 일반식품과 건강기능식품의 경계가 사실상 흐려졌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12일 식품안전정보원의 ‘정제·캡슐 형태 식품의 허용요건 개선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정제·캡슐 형태 일반식품은 2021년 1,731개에서 2023년 4,026개로 약 132.6% 증가했다. 특히 캔디류 중심이었던 제품 유형도 최근에는 과·채가공품, 당류가공품, 고형차, 음료베이스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소비자가 오인을 유발하는 핵심 요소로 ▲정제·캡슐 형태의 제형 ▲기능성을 연상시키는 제품명 ▲정량·정기 복용 방식의 섭취 문구를 지목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이 세 가지 요소가 동시에 결합된 제품은 당류가공품 520개, 과·채가공품 493개, 음료베이스 413개 등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도 규제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조사에 따르면 정제·캡슐 제형은 소비자에게 ‘약과 유사한 외형’으로 강하게 인식됐으며, 실제 섭취 방식 역시 물과 함께 삼키는 ‘약 복용 형태’로 수렴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정제형 제품의 경우 응답자의 95.6%가 물과 함께 삼켜 섭취한다고 답했고, 캡슐형은 그 비율이 97.4%에 달했다. 소비자들은 그 이유로 “약처럼 생겼기 때문”이라는 점을 가장 많이 꼽았다.

 

또 특정 멜라토닌 정제 제품을 제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4.4%가 이를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식한 것으로 나타나, 일반식품과 건강기능식품 간 ‘범주 오인’ 가능성이 실제 소비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면 금지보다 선별 규제”…식약처, 섭취 방식 따라 허용 범위 세분화

 

식약처는 이러한 시장 상황을 반영해 오는 6월 ‘일반식품 정제·캡슐 형태 허용요건 개선안’을 행정예고할 계획이다. 이번 개선안은 단순히 제형 자체를 일괄 금지하기보다는 식품의 사용 목적과 실제 섭취 방식에 따라 정제·캡슐 형태의 허용 범위를 세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체적으로 과채가공품의 정제 형태는 전면 제한하고, 당류가공품은 운동·야외활동 시 당분 또는 식염 보충 목적 제품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식용유지류는 조리용 제품에 한해 캡슐 형태가 인정하고, 캔디·초콜릿·과자류는 씹거나 입안에서 녹여 먹는 형태만 허용하는 기준이 마련될 전망이다.

 

음료류의 경우에도 물에 녹여 섭취하는 발포정 형태 제품만 허용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명확히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특히 물과 함께 그대로 삼켜 먹는 제품을 캔디류나 음료류로 신고하는 편법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씹어 먹는 형태’나 ‘물에 녹여 섭취하는 형태’ 등 실제 섭취 방식에 대한 기준을 보다 구체화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표시 강화→고위험 관리→유형 제한”…3단계 규제 로드맵 제시

 

식품안전정보원은 이번 연구보고서를 통해 단순 제형 금지보다 '오인 가능성 관리' 중심의 3단계 로드맵을 제안했다.

 

1단계는 ‘표시 및 정보 제공 강화’다. 제품 전면과 온라인 판매 상세페이지 상단에 ‘본 제품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닙니다’라는 표준 문구와 시각적 배지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단순 문구 삽입을 넘어 글자 크기와 색상 대비, 배치 위치까지 구체적으로 규정해 소비자 식별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또 HACCP 인증마크 등이 건강기능식품 인증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제품 전면에 HACCP 마크를 표시할 경우, 인접 위치에 “HACCP은 위생(안전) 인증이며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인증이 아닙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함께 표기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2단계는 오인 가능성이 높은 제품군에 대한 ‘집중 관리 체계’다. 정제·캡슐 형태에 기능성 연상 성분명, 건강기능식품식 복용 문구가 결합된 제품을 ‘고위험군’으로 지정해 별도 관리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보고서는 이들 제품에 대해 사전신고제 또는 표시·광고 사전검토 제도를 병행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대상은 오인 가능성이 높은 정제·캡슐 형태 일반식품이며, 제품명(국·영문), 제형, 섭취방법 문구, 표시·광고 문안 등을 사전에 제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운영 방식으로는 기업 부담을 고려한 ‘사전신고 후 표본점검’ 방식과 위험성이 높은 제품에 대해 보완 요구나 판매 제한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사전검토제’ 방식이 함께 검토됐다.

 

추가 표시 기준도 강화된다. 제품명 바로 아래 또는 옆에 ‘일반식품(건강기능식품 아님)’ 문구를 제품명과 동일 시야권에 배치하도록 해 기능성 연상 효과를 상쇄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 ‘1일 1회 1정’과 같은 정량·정기 복용 문구를 사용할 경우에는 “본 제품은 일반식품입니다” 등의 보완 문구를 함께 표시하도록 하는 기준도 포함됐다.

 

광고 관리 역시 강화될 전망이다. 홈쇼핑, 라이브커머스, SNS 인플루언서 콘텐츠, 숏폼 영상, 온라인 상세페이지와 대표 이미지 등에 대해 사전 점검 체계를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점검 대상에는 ▲기능성 및 질병 예방·치료 암시 표현 ▲‘링거’ 등 의약품 오인 표현 ▲‘식약처 인증’ 등 공신력 오인 표현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표현과 유사한 문구 등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광고 소재와 문구에 대해 최초 집행 전 사전 제출을 의무화하고, 이후 문구 변경 시에도 재검토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풍선효과 차단”…우선관리 유형 단계적 제한 검토

 

3단계는 ‘오인 고위험 식품유형’에 대한 우선 규제 단계다. 단순히 개별 제품이 아니라 특정 식품유형 자체를 대상으로 위험 관리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식품안전정보원은 2023년 기준 ‘제형+제품명+섭취방법’이 결합된 고위험 제품이 ▲당류가공품(520개) ▲과·채가공품(493개) ▲음료베이스(413개) ▲고형차(316개)에 집중된 점에 주목했다. 특히 해당 유형 내부에서도 고위험 요소 결합 비중이 70% 안팎에 달해 오인 위험이 특정 식품유형 중심으로 구조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 조사에서도 정제형 제품에 대한 규제 필요성 인식은 당류가공품(3.55점), 음료베이스(3.49점), 과·채가공품(3.45점), 고형차(3.43점)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당류가공품, 음료베이스, 과·채가공품, 고형차를 ‘우선 규제 타깃 유형’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특정 유형만 규제할 경우 제품 신고 유형만 바꾸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실제 정제·캡슐 제품은 2021년 ‘캔디류 중심’에서 2023년에는 과·채가공품, 당류가공품, 음료베이스, 고형차 등으로 빠르게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1~3단계 규제를 패키지 형태로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1단계 표시 의무 강화는 모든 유형에 공통 적용하고, 2단계 오인 고위험 제품 규제 역시 유형과 관계없이 적용해 제품 단위에서 오인 요소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3단계에서 우선관리 유형에 대해서만 부분 금지나 단계적 제한 등 보다 강한 규제를 추가 적용하는 구조다.

 

도입 방식은 ‘신규 제품 우선 제한, 기존 제품 단계적 전환’에 무게가 실렸다. 우선관리 유형에서 새롭게 출시되는 정제형 일반식품은 고시 시행 이후 제조·품목신고를 제한하거나 불허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다만 업계 충격을 고려해 시행 초기 3~6개월의 계도기간을 둘 가능성도 제시됐다.

 

기존 제품에는 12~24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해 단계적으로 제형 전환을 유도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유예기간 종료 전까지는 분말, 액상, 젤리, 캔디형 등 다른 제형으로 전환하거나 생산을 중단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또 유예기간 중이라도 오인 완화 조치는 즉시 적용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기존 제품 역시 전면·온라인 표준문구 표시 의무를 즉시 적용하고, ‘오인 고위험 제품’에 해당할 경우에는 사전신고·사전검토, 광고 사전점검 등 2단계 규제를 병행 적용해 유예기간 동안 오인 요소가 더 강화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보고서는 단계별 허용 요건 개선안이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규제 신설이나 강화에 앞서, 소비자와 업계가 혼란 없이 적응할 수 있는 표준화된 안내 체계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한 유통 환경을 고려해 표시 노출 방식과 광고 점검 절차를 먼저 정비한 뒤, 위험도에 따라 규제를 순차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준비·계도 단계 이후 ▲1단계 본격 시행 ▲2단계 오인 고위험 제품 관리 확대 ▲3단계 우선관리 유형 적용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시행 로드맵을 제시했다. 각 단계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이전 단계의 규제를 기반으로 누적 적용되는 구조로 설계해야 정책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안전정보원은 단계별 허용 요건 개선안이 단순 제형 규제를 넘어 표시·정보 제공 중심의 보편 규정과 위험 기반 선별 규율, 우선관리 식품유형에 대한 단계적·차등적 관리수단을 결합한 구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 오인 방지와 안전성 확보는 물론, 규제 집행의 효율성과 산업계의 정책 수용성까지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식약처는 행정절차와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시행 전 제조된 제품의 판매는 허용하고 일정 기간 유예기간을 둘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