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전국 농·축협 조합장들의 집단 반발이 확산되면서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도입 등을 담은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안 처리가 사실상 지방선거 이후로 밀리는 분위기다. 여권 내부에서도 농민 민심 악화 우려가 제기되면서 속도 조절론이 힘을 얻고 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당초 7일 예정됐던 농협법 개정안 입법 공청회를 오는 12일로 연기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6·3 지방선거 이전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했지만, 일정이 늦춰지면서 선거 전 처리 가능성은 사실상 낮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개정안은 농협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도입과 농협 감사위원회 설치, 정부 감독권 확대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농협의 투명성과 민주성 강화를 위한 개혁이라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농협 자율성을 훼손하는 관치 개혁”이라는 반발이 거세다.
특히 전국 조합장들은 중앙회장 직선제가 도입될 경우 선거 과열과 정치화, 막대한 비용 증가 등의 부작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감사위원회 설치 역시 정부 개입 확대와 중앙회 독립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 반발 여론은 집단행동과 국민청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농협법 개정안의 전면 재검토 및 현장 중심 공론화 촉구 청원’은 6일 오후 5시 기준 5만3933명의 동의를 얻었다. 국민동의청원은 30일 내 5만 명 이상이 동의하면 소관 상임위에 자동 회부된다.
청원인은 “농협은 단순 금융기관이 아니라 농업인의 삶과 공동체를 지탱하는 협동조합”이라며 “정부 감독 확대와 중앙회장 직선제는 협동조합 자율성을 훼손하고 농협을 정치화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감사기구 신설과 선거제도 개편에 따른 비용 부담은 결국 조합원 지원 재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충분한 현장 의견 수렴 없이 추진되는 입법은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외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농협법 개정 대응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농협 자율성 수호 농민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전국 농민과 조합장 등 약 2만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관치 감독 중단 ▲독소조항 폐기 ▲협동조합 정체성 수호 ▲감사기구 신설 철회 ▲중앙회장 직선제 도입 중단 등을 요구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도 이날 직접 연단에 올라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강 회장은 “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농협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농협의 민주화가 과거 관치 체제로 회귀하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농협은 이미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개혁위원회를 통해 자율적 개혁을 추진 중”이라며 “현장 의견 수렴 없는 일방적 개편은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앙회장 선출 방식과 관련해서는 “187만 조합원이 참여하는 직선제는 선거 과열과 비용 증가, 지역 구도 고착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신중론을 폈다.
농협중앙회가 지난 4월 전국 농·축협 조합장 11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농식품부 직접 감독권 확대(96.8%) ▲농협 감사위원회 외부 독립기구 설치(96.4%) ▲중앙회장 전 조합원 직선제 도입(96.1%) 등에 대해 압도적인 반대 의견이 나타났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역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농촌 표심 악화를 우려해 강행 처리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당내 일부에서는 선거 이후로 입법이 넘어갈 경우 개혁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농식품부는 현장 설명회 등을 통해 설득에 나서고 있지만 중앙회장 직선제와 감사위원회 설치 등 핵심 개편 방향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되 농협 개혁을 위한 기본 방향은 원안대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