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토착화되나

  • 등록 2008.05.13 10:55:30
크게보기

온 나라가 `광우병 괴담'을 둘러싼 갑론을박으로 지새는 틈에 조류 인플루엔자(AI)의 먹구름이 전국을 뒤엎었다. 지방뿐 아니라 서울, 부산, 대구에서의 잇따른 발생은 방역망이 완전히 뚫렸음을 의미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AI 관계 장관회의를 소집하고 대책 마련을 지시한 다음날인 11일 서울 송파구에서 'H5형' AI 바이러스가 또 검출됐다. 서울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5일 광진구의 고병원성 AI가 확인된 지 일주일도 안 돼서다.

서울시는 야외 사육 가금류 1만5000여마리를 살처분하는 한편 시내에서의 닭.오리 사육과 산 채 반입의 금지를 정부에 건의하고 애완용 조류도 주민이 요청할 경우 안락사시키기로 했다. 아울러 '도시형 AI 대비 매뉴얼'을 제작해 대도시 특성에 맞는 방역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우리는 지난달 3일 전북 김제에서 올해 첫 AI가 발생한 이후 방역 당국의 신속한 초동 대응을 거듭 강조해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과는 너무나 실망스럽다.

가금류 사육업자와 유통업자의 늑장 신고와 불법 출하에 당국은 뒷북 대응으로 `화답'하는 황당한 상황이 번번이 재연되고 있으니 방역망이 고속도로처럼 뻥 뚫리지 않으면 되레 이상하다.

전국이 AI로 들끓는데도 죽은 꿩 2마리를 그냥 파묻었다가 조류가 연일 폐사하자 비로소 AI 감염 여부 감정을 의뢰한 광진구나 문정.장지지구의 불법 사육 현황조차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허둥댄 송파구나 시쳇말로 AI에 대한 `개념'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이제야 시내 전역에 대한 지도 감독과 단속에 나서겠다는 서울시나 AI 최초 발생 후 한 달도 넘어서야 주요 발병 통로로 의심되는 재래시장의 닭.오리 거래를 금지한 정부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때늦긴 했지만 이제부터라도 체계적 대응이 절실하다. 정부도 `먹거리 안전 확보를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총리실 산하에 두기로 했지만 신고와 방역, 피해 지원 등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 대책을 세우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이 협력해 AI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AI 토착화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되나 현 상태에서 확산 요인을 조기에 차단하지 못하면 AI 토착국가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특단의 방역대책이 필요하다"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경고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다만 잠복기가 비교적 긴 오리가 초여름 날씨에도 발병한 것을 보면 토착화는 이미 시작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AI를 철새가 옮기는 겨울철 현상으로 보던 인식에서 벗어나 이젠 상시적 대응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때다. 동남아 등 AI 연중 발생국들과의 비교 조사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광우병보다 파괴력이 훨씬 큰 AI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것도 요긴하다.

정치권과 국민이 광우병에 쏟는 관심의 10분의 1만 AI에 기울였어도 이 지경까지 오진 않았을 게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AI가 인간이나 개, 고양이 등으로 전이된 예가 없지만 앞으로도 그런 일이 없도록 철저한 예방교육이 요구되며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치료용 항바이러스제 비축도 늘려야 한다.

국민이 필요 이상으로 불안에 떨지 않도록 AI 대처 요령도 적극 홍보해야 한다.

닭, 오리 등을 살처분할 경우에는 환경 담당 공무원이 입회해 토지나 수질 오염으로 비화되는 사태를 막고 사육업자 등의 피해에 대한 지원도 강구해야 한다.
푸드투데이 - 기자 001@foodtoday.or.kr
Copyright @2002 foodtoday Corp. All rights reserved.




(주)뉴온미디어 | 발행인/편집인 : 황리현 | 등록번호 : 서울 아 01076 등록일자 : 2009.12.21 서울본사 :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4가 280-8(선유로 274) 3층 TEL. 02-2671-0203 FAX. 02-2671-0244 충북본부 : 충북본부 : 충북 충주시 신니면 신덕로 437 TEL.070-7728-7008 영남본부 : 김해시 봉황동 26-6번지 2층 TEL. 055-905-7730 FAX. 055-327-0139 ⓒ 2002 Foodtoday.or.kr. All rights reserved. 이 사이트는 개인정보 수집을 하지 않습니다. 푸드투데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