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린 방역..3차례나 '오염 오리' 반출

  • 등록 2008.04.14 15: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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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병한 방역대 안에서 3차례나 감염 오리가 반출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방역대가 무용지물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감염 오리를 반출한 유통업자들이 무방비 상태로 전북 지역 6개 시.군, 30여 곳의 가금류 농장과 음식점을 드나든 것으로 확인돼 AI가 어디까지 확산할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 통제 안되는 '이동통제'

14일 'AI 감염오리'의 유통 경로를 조사 중인 전북 김제경찰서에 따르면 오리 유통업자 박모(37)씨가 방역망 안에 있는 김제시 용지면 소재 황모(54)씨의 오리 농장에서 오리 600마리를 구입한 시점은 4일부터 6일까지이다.

황씨의 농장은 지난 3일 올 들어 처음으로 고병원성 AI가 확인된 인근 용지면의 양계농장으로부터 1.7km 떨어진 곳이며, 2일부터 방역당국의 가금류 이동통제가 이뤄지고 있었다.

방역당국은 전파력이 강한 AI의 특성 때문에 가금류의 엄격한 이동통제를 방역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삼고, AI 발생 직후부터 철저한 이동통제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박씨는 3차례나 이 방역대를 드나들며 오리를 사들였고 반출하는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제재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방역당국의 이동통제가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이에 대해 전북도 AI 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사실 AI 발생 초기에는 이동 통제가 제대로 안 되는 측면이 있으며, 특히 탑 차와 같은 차량을 이용할 경우 반출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털어놨다.

◇ AI, 통제 범위 벗어나나?

유통업자가 AI에 오염된 가금류와 차량을 전북 지역 곳곳으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전방위 확산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이들 유통업자가 드나들었던 음식점과 양계농장에서 이틀 사이에 2건의 AI 양성반응이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방역대 안에서 오리를 빼돌린 박씨는 전체 600마리 가운데 40마리를 또 다른 유통업자 김씨에게 팔았으며 360마리는 전주와 정읍, 부안, 군산, 익산 등지의 음식점에 공급했다.

박씨에게 40마리를 전달받은 김씨는 이를 트럭에 싣고 다니다 지난 6일 김제 금산면의 음식점에 팔았고 지난 12일 이 음식점에서 AI 양성반응이 나왔다.

박씨는 또 지난 10일 자신이 직접 익산시 황등면의 토종닭 농장에 가서 닭을 사들였고 이 농장 역시 13일 AI 양성반응이 확인됐다.

따라서 이들 유통업자들이 드나든 가금류 농장과 음식점, 이동 경로를 타고 AI가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이들 유통업자가 또 다른 가금류 농장 등을 출입했을 가능성이 있고, 이들처럼 AI 오염 농장을 드나든 제 3의 유통업자들이 있을 개연성도 있다.

◇ '농가 협조 없이 방역 없다'

AI 조기 종식을 위해서는 가금류 사육 농가들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AI 감염 위험이 큰 가금류를 반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AI가 확인된 정읍시 영원면의 오리 농장 주인도 집단 폐사가 이뤄지고 있는 과정에서 오리 8400마리를 개 사료용과 식용으로 반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불법 반출과 이로 인한 AI 확산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농가라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협조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방역당국에서도 "과거 구제역이나 돼지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농가들이 자율적으로 나서 이동통제를 하는 등 솔선수범해 방역을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한 방역당국 관계자는 "솔직히 농가들이 가금류의 이동이나 살처분 등에 비협조적인 측면이 크다"며 "농가들의 도움이 없이는 AI 근절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푸드투데이 장은영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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