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한 살이나 먹은 자가 어린 아이를 납치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의 범인이 폐쇄회로 카메라 덕분에 잡혔다고 한다. 아니다. 경찰이 소홀히 취급하니까 전단지를 만들어 붙이는 등 적극적으로 범인 잡기에 나선 부모 덕에 잡혔다고 한다. 아니다. 원로 회의를 끝내고 해당 경찰서를 찾아 혼을 낸 대통령 덕분에 잡혔다고 한다.
하여간 잡혔다. 그런데 이 자가 알고 보니 10여 년 전에 이미 악질적인 아동 강간죄로 형을 살고 나온 자라고 한다.
10년 동안 가두어 두었다 해도 전혀 치료가 되지 않았고, 출소하면 다시 어린 여자아이를 강간하려는 꿈으로 매일 밤 아랫도리를 더럽혀 오던 그 자를 그냥 풀어주었으니 재범하도록 놓아준 셈이다. 10여 년 감옥생활에 매일 밤 연습 했을 터에 이번 사건이 그 자가 출소한 후에 저지른 단 한 번의 범죄 일리가 없다.
어느 집, 어느 아이가 언제 당했는지 모르지만 폐쇄회로 카메라가 없었기에…또는 일에 바쁜 부모가 시간을 낼 수 없어서… 또는 대통령의 관심을 끌 수가 없었기에 아이 목숨 부지 한 것만 고맙게 여기며 그냥 묻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아이들, 특히 여자 아이들을 키우는 집에서는 비상 사태가 될 수 밖에 없다.
자기 집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집을 코 앞에 두고 어린 딸들이 납치 당하는 세상이니 어떻게 안심이 되겠는가. 당연히 자녀들에게도 특별 교육을 시키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떻게 하여야 한단 말인가.
“모르는 아저씨가 납치해 가려고 하면 비명을 질러라. 도망가라.”이렇게 가르치나?
그런데 비명을 질렀다고 범인이 흉기로 찌르거나 하여 상해를 입히면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에서 예전에 있던 일이다. 성인 여자가 야간 근무를 끝내고 퇴근하다가 집 근처에서 납치 되어 근처 옥상에서 강간을 당하게 되었다. 여자가 온 힘을 다해 반항하고 소리를 질러대니까 범인은 여자를 칼로 난자하고 달아나 버렸다.
인근에서 비명을 들은 사람들이 황급히 그녀를 병원으로 옮겨 갔지만 여자는 생명을 구할 수 없었다. 여자는 죽으면서 후회를 하였다고 한다. “차라리 항거하지 말았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텐데…”하지만 과연 그랬을까
이번 일산 어린이 납치 미수 사건에서 보듯이 여자아이가 크게 반항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여자 아이는 납치 되었을 것이고 생명을 잃었거나 아니면 일생 지울 수 없는 육체적, 정신적 상처로 인해 고통 받으면서 살았을 것이다.
이것이 어떤 쪽이 더 나으냐 하는 선택의 문제만은 아니다. 요는 우리가 범죄에 대한 항거 능력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 미덕은 어린 아이들에게 어른을 공경하라고 하고 순종하라고 가르친다. 따라서 말도 여러 층으로 존경어가 발달 되어 있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어른에게는 고분고분하여야 하고 반항하는 아이는 좋은 아이가 아니라고 배워왔다. 언제나 어른은 아이들을 귀여워해 주거나 보호해 주는 존재로 여겨졌다. 약한 아이들이 어른에게 해를 끼칠 수는 없기 때문에 어른들도 어린이를 공격할 일이 없었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온갖 독소들은 악성 변종 인간들을 만들어 내었다. 어린이들을 납치하여 강간하고 토막 내어 죽이는 사건이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 하에서는 어린이들이 어른들에게 과도하게 순종적이거나 무력해지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
이치가 닿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이면 어른이나 상급자나 선생님이나 선배를 막론하고 거부하고 항거하도록 교육하여야 한다. 고분고분한 사람이 좋은 사람의 척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의 컨셉은 나이나 힘이 윗줄인 사람 말이라면 항거할 기력마저 잃어버릴 정도로 예의를 차리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현대의 인권 보호정신은 정신이상자 악성변종 인간들까지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좋은 사회를 만들어 내었다.그 덕에 우리 주위에 위장하고 숨어있는 이런 자들을 완전히 격리 할 수는 없을 터이니 결국 우리들이 터프 해지는 수밖에 없다.
그토록 무서운 상황에서 끝까지 반항하며 도움을 청한 그 아이는 잘 길러진 아이였다. 경찰의 무시 속에 생업과 바쁜 시간을 쪼개어 손수 범인을 잡으려는 의지를 불태운 부모는 따로 상을 받아 마땅하다.
우리 모두가 우리 아이들을 항거 할 줄 아는 아이로 키워내야 한다.
푸드투데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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