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만들어진 법이나 규정들은 왠만해서 고치거나 폐지하기가 어렵다. 법이나 규정이 잘못되어서 국민생활의 실정에 맞지 않고 합리적이지 않은 것이 확실한데도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지 않는 한 잘 바꿔지지가 않는다. 여기저기 관련된 부서에 이야기하고 호소해도 안되기는 마찬가지이다. 마치 교통신호 체계가 잘못되어서 차량정체가 심할 때에 신호변경 타이밍만 살짝 바꿔도 시원하게 풀릴텐데 그걸 안하는 것과 같다. 물론 법이나 규정을 바꾸는 것이 신호체계 바꾸는 것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바꿔야 할 것은 제 때에 바꿔야 한다.
행정조직의 경직성에 대해서는 영국에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영국 의사당 옆 계단에 직원이 한 사람이 서 있었는데 아무도 그 사람이 왜 거기에 배치되어 있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다만 100년도 넘게 그곳에서 직원이 서 있었고 아무도 그 이유를 캐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그냥 계속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 학자가 그 이유를 알아 보았더니 100년도 전에 그곳의 계단을 수리하고 페인트칠을 하였을 때 사람들이 통행하지 못하도록 직원을 세워두게 조치하였는데 그 뒤에 그냥 그렇게 대를 이어서 그 자리가 지속되어 내려왔다는 것이다.
아마 그 자리에도 기득권이 생기고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없앨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런 사례는 법규에도 있다.
몇 년전에만해도 우리나라의 식품위생법규에는 냉동빵과 냉장빵에 대한 구분이 없었다. 냉동빵은 영하 24도 이하로 보관하여 유효기간이 12개월인 대신 냉장빵은 영하 4도로 보관하고 유효기간도 1주일 정도로 짧았다.
문제는 냉동빵이 이미 여러나라에서 일반화 되어 있었는데도 우리나라 법규에는 들어있지 않았던데서 생겼다. 냉동빵 회사가 한국시장에 진출하려고 냉동빵을 수출하였다. 당연히 제조일로부터 1주일이 넘었고 우리 식품부서에서는 유효기간이 넘었다고 보관창고를 털어서 모두 폐기 처분하였다. 아무 이상이 없는 식품이었음에도 말이다. 관련국 대사와 상무장관이 우리나라에 항의하고 교섭한 뒤 그 부분이 개정될 수 있었다.
당시에도 담당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권한 밖이라며 자기들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럴 것이다. 왜냐하면 법을 고치는 것은 국회쪽의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 이렇게 잘못되었거나 시대에 뒤떨어졌거나 무리하거나 우스꽝스런 법규정 또는 관습 같은 것에 대해 담당공무원에게 호소하였을 때 이를 고쳐나갈 수 있는 채널이 있어야 함에도 아무도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국회의원이나 공무원들이 제 할일을 안한다고 욕을 먹는지도 모른다. 이것은 아무도 윗사람이나 조직이 시키지 않는한 안한다는 편의주의적 자세이다. 외부의 자극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굼벵이 조직처럼 되는 것이다.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이런 일들이 수없이 많다.
예를 들어 유류세를 과도히 높여서 우리나라의 경제활동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도 좋은 예이다. 유류세가 60%나 되고 단일세로서 24조원이나 걷고 있으면서도 소비자 유류가격의 초고가 행진을 수수방관하고 있다. 일반서민의 트럭과 승용차에 쓰이는 경유세를 또 올려서 서민복지에 쓴다는 식으로, 내려야 할때에 내리지 않고 온갖 이유를 대면서 고치려 하지 않는다. 자동차를 사용하는 국민의 대다수가 유류관련업자들 같은 기득권자에 대항할 힘이 없는 것이다.
작게 보아서는 남산의 혼잡통행료 2000원도 그렇다. 원래 그 목적이 시내 사대문안의 교통혼잡을 줄이기 위해 강남에서 유입되는 차량에 통행료를 물린 것인데, 그렇다면 강북에서 강남으로 나가는데는 왜 2000원을 내라는지 모르겠다. 강북의 교통량을 해소시키는 것인데 말이다.
저녁 9시 통행료 면제되는 시간이 되면 지나려고 터널 앞에 늘어서 있는 차량들을 보면서 이런 말도 안되는 제도가 그냥 지속되는 것에 국민들은 무기력감과 함께 분노를 느끼는 것이다.
푸드투데이 fe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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