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할랄시장은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하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빠르게 성장 중인 이슬람 시장의 확대는 할랄 수출의 중용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할랄이 수출시장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지만 문턱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에 푸드투데이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할랄 소비재 수출시장 현황 및 수출확대 방안’ 보고서를 토대로 할랄 산업규모와 트렌드, 수출확대 방안 등을 살펴본다.<편집자주>
전 세계 무슬림 인구는 약 21억 명으로 이는 전 세계 인구의 25%에 해당된다. 이들이 먹고, 바르고, 쓰는 세계 할랄시장은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수출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이제는 종교를 넘어 비즈니스 대상이 된 것이다.
6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할랄 소비재 수출시장 현황 및 수출확대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무슬림 인구는 약 21억 명으로 이는 전 세계 인구의 25%에 해당된다. 이들이 먹고, 바르고, 쓰는 세계 할랄시장 규모는 2018년 2조 2000억 달러에서 2024년 3조 2000억 달러로 연평균 6.2% 늘어날 전망이다.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은 식품으로 2018년 1조 3690억 달러에서 2024년 2조 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보이며 패션, 의약품, 화장품, 관광도 연평균 6% 이상의 성장이 기대된다.
할랄 유망 수출 시장으로는 이슬람협력기구(OIC) 57개국 중 우리나라의 수출액이 가장 높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UAE 등이 꼽힌다.
지난해 10월 말 누적 기준 우리나라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UAE 수출은 모두 30억 달러를 상회한다. 그 중 수출 규모가 가장 높은 곳은 말레이시아로 76억2600달러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는 큰 시장 규모, 말레이시아는 안정적인 경제성장, UAE는 높은 국민소득 등을 지닌 매력적인 시장이다.
인도네시아 인구는 2억 6000만 명을 넘고, 전세계 대비 GDP 비중은 2.6%를 기록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내년도 기대성장률은 7.8%로 아세안 10개국 중 가장 높다. UAE 국민소득은 1인당 3만 9179 달러로 높은 구매력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국 모두 소비재 수입수요가 총수입 대비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할랄 소비재 수출국으로 유망할 전망이다.
# 그렇다면 할랄시장에서는 어떤 제품이 통할까
인도네시아는 가공식품, 말레이시아는 화장품, 아랍에미리트(UAE)는 의약품 위주로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UAE 3국의 '수입시장 성장성', '한국 제품 선호도'를 지표로 분석한 결과, 인도네시아에서는 가공식품이, 말레이시아에서는 화장품이, UAE에서는 의약품이 할랄 수출 제품으로 가장 유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성비를 중시하는 인도네시아는 저렴한 쌀.면류 가공식품을, 건강과 노화 방지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기능성 스킨케어 화장품을,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UAE는 특허 의약품을 중심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
인도네시아 - 가공식품
인도네시아의 가공식품 시장 규모는 343억 7000만 달러로 최근 5년간 연평균 6.5% 성장했으며 쌀/면류 비중이 가장 높고 이어 유제품, 유아식 순이다.
쌀/면류, 가공육 시장의 빠른 성장 전망에 힘입어 가공식품 시장 규모는 2025년 526억 3000만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대 한국 수입은 2019년 9500만 달러로 최근 5년간 연평균 10.7% 증가했으며 가공식품 전체수입에서 한국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4%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87%를 차지하는 무슬림 소비자들로 할랄 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으며 도시화로 인한 생활수준 향상으로 건강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고 있다.
화학 조미료를 최소화한 가공 식품 및 유기농 제품의 수요가 증가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장건강 및 체중 감량 등을 위해 요거트 제품의 섭취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K-푸드를 통해 현지에 없는 독특한 맛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할랄 인증을 통해 안정적인 소비자층을 확보한 한국 기업의 활약이 눈에 띈다.
한국 기업들은 건강 간식인 견과류를 활용한 스낵과 한국적 매운맛을 강조한 떡볶이 제품 등에 할랄 인증을 받아 한류를 푸드까지 확장했다.
길림양행의 '허니버터아몬드'는 아몬드에 꿀을 더해 건강한 간식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새롭고 독특한 맛을 경험하고자하는 인도네시아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 잡았다. 온라인 매장 진출 성공 후 오프라인 매장으로 진출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2018년 연매출 1400억원을 기록했으며 연간 9000t 분량의 아몬드를 가공해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16개 국에 수출하고 있다.
2016년 국내 떡류 생산 업체 중 최초로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인 MUI(Majelis Ulama Indonesia)를 획득한 영풍은 MUI 최고등급인 A등급을 받아 품질 경쟁력 확보 및 무슬림 소비자 공략 기반 마련, 현지 업체와 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지난해 인도네시아 연간 수출액은 200만 달러로 예상된다.
말레이시아 - 화장품
말레이시아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마케팅과 온라인 채널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안티에이징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마케팅이 주목을 받으면서 이를 활용한 뷰티페스티벌 등의 개최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로레알그룹은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최초로 페이스북라이브를 통한 ‘가상 뷰티 페스티벌’을 개최했으며 한국 브랜드인 설화수도 6월 신규 에센스 출시 이벤트를 줌(Zoom)을 통해 진행해 관심을 모았다.
말레이시아 소비자들의 스킨케어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면서 안티에이징(노화방지제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젊은층까지 확대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는 말레이시아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이벤트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올해 3월 진행한 온라인 ‘메이크업챌린지(MakeUpChallenge)’는 말레이시아 디지털협회가 집계한 상호 작용 콘텐츠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밖에도 유튜브를 통한 구독자 이벤트 및 한라봉 세럼 출시 기념 캐릭터 마라톤 게임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비자들과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더페이스샵은 2019년 말레이시아의 푸트라자야(Putrajaya), 샤알람(ShahAlam), 페낭(Penang) 등 여러 도시의 주요 쇼핑몰을 순회하며 팝업 스토어를 운영해 큰 관심을 받았다.
말레이시아 소비자들이 화장품의 색상, 질감, 향, 발림성 등을 테스트해 볼 수 있고 점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한다는 점에 주목해 체험형 공간을 제공했다.
UAE - 특허 의약품
UAE는 당뇨, 심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 환자의 증가에 따라 처방의약품 시장의 비중이 증가 추세이고 제네릭 의약품 보다는 고가의 특허 의약품에 대한 선호가 높은 편이다.
UAE 전체 의약품 시장 내 처방의약품 비중은 80% 이상으로 당뇨 등 성인병 및 만성질환 환자의 증가로 인해 처방의약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국제당뇨연맹에 따르면 2017년 기준 UAE 전체 인구 중 1백만 명 이상이 당뇨 환자이며, 총인구수 대비 당뇨환자 수는 세계 15위를 기록하고 있다.
처방의약품 중 특허 의약품의 비중이 78%로 제네릭 의약품의 시장 규모를 압도한다.
특허 의약품의 경우 제네릭 의약품보다 가격이 높은 편이나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고소득층의 수요와 함께 의료 보험 의무화 정책으로 의료비 개인 부담이 줄어든 점도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국내 의약품 중 코로나19의 예방과 관련한 물질 연구를 위해 UAE 현지의 수입 수요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
한국팜비오는 올해 5월 췌장염 치료제인 ‘호이콜정’을 UAE에 긴급 수출하면서 중동시장에 진출했다. ‘호이콜정’은 ‘카모스타트메실산염’ 성분으로 기본 용도는 만성췌장염 치료제이지만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침투 억제 성분 물질 연구에 활용되면서 글로벌 제약사의 관심을 얻고 있다.
한국팜비오는 이번 UAE 긴급 수출을 통해 자사 브랜드를 현지에 알리는 기회를 얻는 한편, 현지 의약품 유통업체인 TADS사와의 협력을 통해 향후 중동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 할랄시장 높은 성장세 기대되지만 걸림돌도 만만치 않아
이처럼 할랄시장은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지만 우리기업이 할랄시장에 진출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상당하다.
정부는 할랄시장에 진출하는 우리 농식품 수출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할랄식품육성사업에 매년 평균 14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수출실적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이슬람국가 수출 금액은 10억 366만 3000 달러에서 6억 8385만 2000 달러로 32%나 감소했고 수출 중량도 46만734t에서 41만3740t으로 10% 감소했다.
이같은 수출 감소의 원인으로는 이슬림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이 꼽힌다. 할랄 인증기업은 할랄 시장의 매력도가 높다고 평가하면서도 현지 정보 부족을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할랄 인증기업 설문조사 결과, 할랄 인증기업 중 대다수(56%)는 전체 수출액 중 할랄 비중이 5% 미만으로 나타났으며 향후 5년간 수출 전망에 대해서는 60%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할랄 인증기업의 70%는 현재 수출 중인 할랄 시장의 매력도가 높다고 평가했으며 가공단계 별로는 소비재가 유망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56%로 가장 높았다.
할랄 제품 수출시 애로 사항으로는 ‘현지 시장 동향 등 정보 부족’을 답한 기업이 전체의 28%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할랄 인증 비용 부담’과 ‘유통 채널 확보’는 각각 24%, 22%를 차지했다.
또한 응답 기업의 42%는 할랄 수출 확대를 위해 ‘할랄 인증 절차 및 비용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보 지원 및 교육/컨설팅 확대’(34%), ‘할랄 인증 표준화 체계 마련(28%) 등도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손창우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할랄 시장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할랄 인증 비용 지원을 확대하고 인증절차를 보다 간소화 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 필요하다"면서 "국내 할랄 인증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이슬람 국가와의 교차 인증 확대와 인증 시스템의 신뢰성을 향상 시키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