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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경제위기 속 매출 200조

신격호 회장, 글로벌 기업 일군 43년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1948년 일본에서 창업한 롯데는 토착자본을 바탕으로 성장한 국내 대부분의 재벌들과는 달리 일본에서 형성한 부와 경영기법을 국내에 도입해 기업집단을 이룬 재벌이다.

삼성, 현대, LG 등 기성 재벌들이 1970년대를 정점으로 다각화작업을 줄이고 SK도 1990년대 이후 계열사 늘리기를 늦춰 기존 사업부문의 양적 성장을 도모하면서 재벌들의 성장세는 크게 둔화됐다. 그러나 롯데는 1967년 창업 이래 2000년대까지 끊임없는 인수합병으로 다각화작업을 전개해 반대로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일본행, 전후 화장품 사업으로 수완 터득 
롯데그룹 창업자 신격호 회장은 19세 때인 1941년 맨손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고학을 하다 첫 사업기회를 만났다. 1944년 평소 신 회장을 눈여겨보았던 일본인 노인이 군수용 커팅오일 제조공장을 차릴 것을 제의하며 소요자금 6만엔을 전액 출자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두 차례 차린 공장이 모두 미군기의 폭격으로 파괴되고 말았다.

이후 신 회장은 일본의 2차 세계대전 패망 직후인 1946년 5월 한 군수공장 자리에 ‘히까리(光)특수연구소’란 사업장을 열고 화장품 사업에 착수해 비누와 포마드 등 유지제품을 생산했다. 당시 일본에서는 오랜 기간의 전쟁으로 생필품의 품귀현상이 심해 신 회장이 생산한 제품은 순식간에 팔려 나갔고 공장 운영 1년 반 만에 차입금 6만엔을 전부 상환할 수 있었다.

신 회장은 이때 시의적절한 상품개발, 수요예측,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추진력이 사업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사업의 묘미를 터득했다고 한다.

‘풍선껌’ 대박, (주)롯데, 롯데상사 설립...일본 최대 과자 메이커로 성장
히까리연구소가 성업 중일 때 신 회장은 또 하나의 사업기회를 만나는데 츄잉껌 제조사업이었다. 일본에는 1945년 미군의 진주와 함께 초콜릿, 통조림, 담배, 츄잉껌 등의 인기가 대단했다. 껌은 과자류에 비해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판매가격의 무려 50% 정도가 이익으로 남았기 때문에 잘만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었다.

27세 때인 1947년 친구의 권유로 껌 제조에 착수한 신 회장은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풍선껌을 본격 생산하는 한편, 1948년 6월 (주)롯데를 설립했다. 롯데껌 매출은 4년 만에 급성장했고 신 회장은 성공한 재일교포 사업가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1959년 2월에는 (주)롯데 제품의 판매를 전담하기 위해 껌 제조사업으로 축적한 자본으로 롯데상사를 설립했다. 또한 1961년부터 당시 일본 초콜릿시장을 석권하고 있던 메이지제과와 모리나가제과의 아성에 도전해 초콜릿 제조사업에도 진출했다. 1964년부터 ‘VIP초콜릿’이란 상표로 시장을 공략해 1968년 롯데는 연매출 700억엔의 일본 최대의 종합과자 메이커로 성장했다.
모국 사업 시작, 롯데제과(주) 설립...둘째 아우 신춘호 (주)농심 설립
롯데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은 1965년 12월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부터였다. 당시 정부는 경제개발에 소요되는 막대한 외화 확보에 혈안이 돼 일본자본을 국내에 끌어들이려고 했다. 

국내에서의 기업활동에 착수한 신 회장은 동생들인 철호·춘호 형제가 1959년에 설립한 (주)롯데와 롯데화학공업을 반발을 무릅쓰고 1966년 정리했다. 이 때 현 농심 신춘호 회장은 라면제조업체인 롯데공업을 차려 분가했으나 신 회장이 ‘롯데’란 상호 사용을 불허하는 바람에 (주)농심으로 변경했다. 1967년 신 회장은 국내의 (주)롯데와 롯데화학공업을 해산하고 롯데제과(주)를 설립했다.
사업다각화, 제과·호텔·쇼핑 체제 완성...10년만에 10대 재벌 진입
당시 국내 제과업계는 해태제과와 동양제과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는데, 후발주자인 롯데제과는 막강한 자본과 질 좋은 상품, 선진화한 마케팅 등으로 단기간에 시장을 잠식해 나갔다.

롯데제과는 1970년대에 사업을 급속히 다각화했는데, 1970년 10월에는 껌과 과자포장에 필요한 은박지생산을 위해 동방알미늄을 인수해 롯데알미늄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1973년 11월에는 공해방지 시설업체인 롯데기공과 오디오 생산업체인 롯데파이오니아(현 롯데전자)를 각각 설립했다. 1974년 1월에는 사무기기 메이커인 롯데산업을, 같은 해 11월에는 그룹의 무역창구인 롯데상사를 설립했다. 또한 그해 4월에는 국내 최대의 청량음료 메이커인 칠성사이다를 인수해 롯데칠성음료로 상호 변경했다. 

또 1973년부터 관광진흥 정책에 따라 서울을 중심으로 호텔신라 등 국제수준의 매머드급 관광호텔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롯데는 1975년 서울도심의 금싸라기 땅인 반도호텔과 고급요리점인 아서원, 국립도서관을 한꺼번에 매입해 특급호텔 호텔롯데를 신축, 1979년 10월에 완공했다. 

1978년 1월에는 한일향료(현 롯데식품)를 설립했으며 2월에는 삼강하드 아이스크림을 인수해 롯데삼강으로 변경했다. 4월에는 롯데햄우유를 설립했으며 중동 건설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그해 평화건설을 인수, 롯데건설로 변경했다. 

한편 이 무렵 정부의 석유화학공업 민영화정책에 편승해 1979년 1월 호남석유화학의 정부 지분 40%를 매입하면서 중화학공업에도 진출했다.

1979년 10월에는 국내 최초의 패스트푸드 체인업체인 롯데리아를 설립했고, 11월에는 호텔롯데 옆에 국내 최대 규모의 롯데백화점을 건설해 롯데그룹 성장을 견인하는 삼두마차인 제과· 호텔·쇼핑 체제를 완성했다. 

롯데는 1967년 창업 이래 10여년 만에 기업인수 및 설립 등을 통해 사업다각화를 이뤄 복합기업군을 형성함으로써 1970년대 말에는 10대 재벌에 진입했다.
특혜시비 의혹 속 유통전문 최대그룹 완성
롯데제과는 1980년 매출액 1000억원을 달성하며 업계 수위로 올라섰고 여세를 몰아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제과공급 업체로 지정되는 등 1986년에는 매출액 2000억원을 돌파했다. 

신 회장의 사업다각화 노력은 1980년대 들어와 더욱 과감해졌다. 1980년에는 식품저장을 목적으로 롯데냉동(주)을 설립하고, 사진감광제 메이커인 한국후지필름(주)을 인수했다. 한국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에는 (주)롯데자이언츠를 출범시켰으며 광고대행업체인 (주)대홍기획과 롯데물산도 설립했다. 1985년 2월에는 롯데백화점 신관을 착공해서 1988년에 개관했다. 또한 같은 해 11월에는 서울 잠실에 롯데월드를 오픈한 결과 1991년에는 롯데백화점 매출이 1조5000억원을 기록, 업계 전체 매출액의 30%를 점할 정도로 도약했다. 

1984년 5월에는 (주)호텔롯데부산을 설립하고 1996년 12월에 ‘호텔롯데 부산’과 롯데백화점 부산점을 오픈했다. 1986년에는 국내 최초의 민자역사인 영등포 역사 운영을 목적으로 (주)롯데역사를 설립했으며 1987년 12월에는 송파구 신천동 2만6000평의 체비지를 시가의 절반에 인수하는 등 특혜시비에 속에 전국의 부동산 요지에 투자했다. 
1990년대에는 비관련 다각화에도 주력해서 1990년 5월에는 부산 지방일간신문인 국제신문을 인수했으며, 1994년 10월에는 (주)코리아세븐을 인수해서 편의점사업에도 진출했다. 1995년 11월에는 부산할부금융을 설립해 새로 금융업에 진출했을 뿐 아니라 1996년 10월에는 계열사들의 물류비 절감과 유통 부문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롯데로지스틱을 설립했다. 1997년 1월에는 롯데텔레콤(현 롯데정보통신)을 설립해서 그룹 내 정보통신사업을 전담케 했으며 그해 7월에는 (주)롯데세가를 설립했다. 

일본의 (주)롯데는 1990년에 일본 제과업계 최정상 기업으로 성장해 일본 200대 기업에 진입했을 뿐만 아니라 22개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집단화에 성공했다. 신 회장이 일본에서 쌓은 재력과 신용으로 30여 년간 30억여 달러를 투입해서 완성한 한국의 롯데그룹은 1997년 당시 계열사수 29개사, 매출액 9조원으로 국내 10위에 랭크됐다. 그룹 총매출액의 60% 이상을 서비스업종에서 벌어들이는 등 전형적인 부동산 및 유통전문 그룹이었다. 
2000년대 이후에는 그 동안 다각화해온 사업의 외연 확대에 주력해 2002년 7월 롯데쇼핑이 경쟁업체인 미도파백화점을 5420억원에 대농그룹으로부터 인수하며 유통사업을 확충했다. 또 롯데쇼핑은 2003년 11월에 한화그룹 계열의 한화마트와 스토어 24개 점포를 1700억 원에 인수했으며 2006년 8월에는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의 지분을 인수해 홈쇼핑에도 진출했다. 2007년 3월과 9월에 빅마트 14개 점포와 나이스마트 5개 점포를 1000억 원에 인수했다.

2010년 1월에는 롯데면세점이 애경그룹 계열의 AK면세점을 2800억원에, 같은 해 2월에는 롯데쇼핑이 GS리테일의 백화점·마트 부문을 1조3000억 원에 각각 인수해서 기존의 유통부문을 크게 강화했다.

2000년 이후에도 계열사 대폭 늘려...88올림픽 계기로 편의점 사업 급성장 
1980년대 초부터 국내에 선보인 편의점들은 대부분 실패했지만, 이후 해외 유명브랜드와의 제휴를 통해 선진적인 경영기법으로 무장한 새로운 편의점들이 등장해 1989년 5월 세븐일레븐을 시작으로 1991년까지 훼미리마트, LG25(현 GS25), 바이더웨이, 미니스톱 등의 브랜드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300여 개의 매장을 오픈했다.

유통업계의 선두주자인 롯데는 1994년에 세븐일레븐을 인수해서 코리아세븐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편의점사업을 총괄케 했다. 코리아세븐은 2010년 1월에 업계 4위인 바이더웨이를 2740억원에 인수해서 전국에 무려 5400개의 매장을 확장한 결과, 연 매출액이 2조원대에 이르는 국내 최고의 편의점 업체로 성장했다. 

모체인 식품제조 부문도 성장을 거듭해 2002년 5월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이 공동으로 외식사업 체인인 TGI프라이데이스의 지분 70%를 501억원에 인수한 이후 2008년 8월에는 롯데제과가 벨기에 초콜릿회사 길리안을 1700억원에 인수했다. 2009년 10월에는 중견 제과업체인 (주)기린을 799억원에 인수해서 제과업의 지평을 넓혔다. 

음료부문에서도 사업을 확대해 롯데칠성음료가 2009년 1월에 두산주류BG(현 롯데주류)를 5030억 원에 인수했으며 같은 해 3월에는 경쟁업체인 해태음료의 안성공장마저 300억원에 인수했다.

석유화학, 신성장 동력으로...금융업 진출, 신사업 육성
2003년 6월에는 호남석유화학이 자기보다 몸집이 2배 이상인 현대석유화학(현 대산유화)을 6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롯데는 석유화학을 그룹의 주력사업으로 확정하고 2004년 11월에 호남석유화학이 KP케미칼 지분(53.8%)을 1785억원에 인수했다.

매출규모가 1조4000억원 안팎이던 호남석화는 매출규모 2조3000억원대의 현대유화를 LG화학과 공동으로 인수한 데 이어, KP케미칼까지 인수함으로써 매출 3조6000억원대의 초대형 유화업체로 부상했다. 이는 2003년 기준 36개 롯데그룹 계열사들 중 1위인 롯데백화점(7조3000억 원)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백화점과 식음료분야 성장세가 정체된 상황에서 미래에 대비한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했던 롯데 입장에서 석유화학이 대안이었던 것이다. 

한편 다른 재벌들에 비해 금융업에 대한 진출이 늦었던 롯데는 2000년대 들어 금융 부문을 강화했다. 2002년 9월에는 롯데쇼핑 등이 동양카드를 1300억 원에 인수해서 롯데카드로 상호를 변경했다. 2007년 12월에는 호텔롯데, 롯데역사, 대홍기획, 부산롯데호텔 등 롯데컨소시엄이 대한화재(현 롯데손해보험)의 지분 57%를 3526억원에 인수했다.

2008년 12월에는 롯데카드, 롯데쇼핑 등이 코스모투자자문의 지분 21%를 629억원에, 2010년 5월에는 롯데카드가 버스교통카드 운영업체인 이비카드를 1500억원에 각각 인수해서 금융 부문을 보강했다. 롯데정보통신과 롯데닷컴도 2008년 10월에 현금 자동입출금기(ATM) 제조사인 케이아이뱅크의 지분 46.04%를 25억원에, 2009년 9월에는 버스교통카드 서비스업체인 (주)마이비의 지분 54.09%를 670억원에 각각 인수하는 등 금융 부문 경쟁력 제고에 기여했다. 

글로벌 경기위기 속 재계순위 5위 부상...8년내 매출 200조 목표
롯데는 2011년 8월 현재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햄, 롯데리아 등 식품 부문 13개 계열사와 유통-관광 부문의 롯데호텔, 롯데백화점, 세븐일레븐 등 20개 계열사와 중화학, 건설 부문의 호남석유화학, 롯데건설, 롯데기공 등 6개 계열사, 그리고 금융 및 서비스 부문의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롯데정보통신 등 8개 계열사 등 총 78개 계열사를 거느리는 자산총액 77조3000여억 원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7위로 성장했다. 공기업을 제외한 순수 민간 기업집단만 고려하면 재계 서열 5위다. 

삼성, 현대, LG, SK 등 다른 재벌들이 기존 사업부문의 몸집 키우기를 통해 양적 성장을 거듭하다 1997년 외환위기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사이, 롯데는 끊임없는 인수합병을 통해 다각화작업을 전개하면서 반대로 약진을 거듭해왔다.

한국보다 발전한 일본에서 기업가로 성공했던 신격호 회장이 선진기술 및 경영기법 등으로 비교적 용이하게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재벌로 도약하며 고국에서 또 다른 드라마를 연출했던 것처럼, 작년 취임한 신동빈 회장이 이끄는 롯데가 그의 목표처럼 글로벌 경기위기 속에서 8년 내 200조 매출 규모로 성장하는 드라마가 다시 연출될지 재계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