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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전도사' 정운천의 한식콘서트(2)

"매일 먹는 밥이 보약이다!"

나는 정치가로서, 또 시골 출신으로서 항상 농촌사회와 농업문제, 농가소득 증대 방안, 쌀 문제 등에 대해 늘 고민해 왔다.

 

농식품부 장관 재직 시 현대지식산업센터사업에서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사업 중 하나가 ‘한식 세계화’였다. 수 천 년 맛과 영양을 자랑하는 전통 한식을 복원하고 산업화해 어려운 농촌을 살리고 국민의 식문화를 개선시키면서 세계인의 건강까지 살리자는 취지였다.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소금 ‘천일염’을 비롯해 이를 이용한 김치, 젓갈, 간장, 된장, 고추장 등 5대 건강발효식품을 한식의 원형으로 복원하고 개선하여 세계의 음식으로 만들어 보급시키고 싶은 열망이 컸기에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한식의 원형복원과 천일염 등에 의학적 지식을 접목함으로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해 한식의 우수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싶은 사명감 때문이기도 했다.

 

한식재단 이사장으로 있을 때, ‘한식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까?’ ‘한식 세계화를 촉진할 수 방안은 무엇일까?’ 등을 늘 고민했다. 생각 끝에 한식의 우수성에 관한 과학적인 근거 마련이 시급함을 깨닫고 한식 우수성을 입증하는 여건 조성에 앞장서 다양한 방법으로 한식의 세계화 사업에 ‘올인’하던 때가 떠오른다.

 

한식은 영양적으로도 손색없는 균형식이다. 그러나 한식의 우수성과 과학성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근거가 미흡하여 아직 적절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전통적 일상식으로 먹어 온 서민들의 소박한 밥상 시절에는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아주 낮았다. 그러나 1970년대 쌀 절약을 위해 혼식, 분식을 장려하는 정책을 펴는 등 밀의 영양학적 가치만을 크게 부각시키면서 쌀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확산됐다.

 

또한 1970년대 이후 동물성식품 섭취와 서구식 식습관이 우수한 것으로 인식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전통 한식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새로운 서구식 생활방식을 도입하려는 경향으로 인하여 우리 식생활이 크게 바뀌고 말았다.

 

이처럼 식생활 패턴이 변화하면서 국민 1인당 연간 쌀소비량은 2003년 83.2㎏에서 2007년 76.9㎏, 2009년 74.4㎏ 등 계속 줄어들고 있어 쌀 소비 촉진을 위한 대책이 매우 시급한 실정이다. 정부에서도 쌀 소비 대책으로 쌀가공업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각도로 대책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쌀 소비는 쉽게 증가하지 않고 있다. 결국 일상에서 국민이 매일 섭취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쌀 섭취 방안 제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쌀 소비를 늘리려면 먼저 밥 중심 식사의 우수성에 대한 근거를 과학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식생활 자료를 홍보하고 교육하는 방안도 절실히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는 자국민의 건강을 위해 도정된 곡류보다 전곡류(Whole Grain)의 섭취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전곡류 섭취의 건강증진과 질병개선 효과에 대한 임상연구를 끊임없이 수행해 발표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전곡류 섭취가 대사성증후군, 당뇨병, 비만 및 암 등 각종 만성퇴행성질환발생을 크게 줄이고 예방한다는 결과를 과학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식생활 패턴이 서구화되면서 쌀 등 곡류 소비가 감소하고, 육류 섭취가 증가해 만성질환 발병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형편이다. 이로 인하여 의료비가 늘어나고 삶의 질이 낮아지며, 국민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밥 중심 식생활 우수성의 구명연구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지난해 ‘국민 건강쌀, 맛있는 현미 먹기 운동본부’ 발족식이 열렸다. 현미는 성인병의 주범인 탄수화물 함유량이 낮은 반면 비타민, 철분, 칼슘 함유량은 높은 건강식품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국가적인 전곡류 섭취 권장에도 불구하고 소비 인구가 전체 국민의 10%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전곡류인 현미 소비량이 백미의 3~5%에 불과하고 국민1인당 매일 12.3g만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에서 권장하는 48g보다 극히 적은 양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건강을 지키고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으나 아직도 첫 번째가 맛이고 그 다음이 영양과 기능성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건강을 위해 좋은 먹거리를 원하지만 대부분 맛이 좋지 않으면 지속적인 섭취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도 오래 전부터 현미나 잡곡이 건강에 좋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현미나 보리밥보다 흰쌀밥을 더 선호한다. 이에 따라 현미의 맛을 개선하고 기능과 영양을 살려 개발된 기능성 혼합곡이 눈길을 끌고 있다.

 

현미의 특성 중 우수한 쌀눈과 미강성분의 기능을 살리면서, 식감을 떨어뜨리는 부분을 기술적으로 보완해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쌀을 개발한 사례이다. 개발된 것은 당뇨병 환자에게 좋은 쌀, 수험생에게 필요한 쌀, 운동선수용 쌀 등이다.

 

이제는 쌀에 대한 식량안보를 과학적 근거 없이 말로만 주장하거나 쌀 소비를 해야 한다는 홍보와 권고만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한식의 우수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여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고 건강에 유익하다는 확신을 갖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곡물을 이용한 새로운 기능성 식품 소재로 가치를 극대화하고 국내산 곡물의 부가가치를 높여, 농민 소득을 안정시키고 농식품산업이 활성화 될 수 있는 방안모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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