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原乳) 가격 인상폭을 둘러싸고 우유업체와 갈등을 빚고 있는 낙농농가들이 급기야 원유 공급 일시 중단에 나섰다.
구제역 여파 등으로 원유 생산량이 줄어든 데서 시작된 이번 '우유 대란'은 평소에 부족함 없이 먹던 음식을 한순간에 먹을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미래에 닥칠 수 있는 식량 대란을 미리 체험할 수 있게 하는 사건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독일의 저널리스트 빌프리트 봄머트가 쓴 '식량은 왜! 사라지는가'(알마 펴냄)는 언뜻 피부에 와닿지 않는 식량 위기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펼쳐보이며 경각심을 일깨우는 책이다.
식량 위기의 원인과 현상, 전망까지를 보여주는 식량 문제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식량 문제를 악화시키는 주범 가운데 하나는 전지구적인 기후 변화다.
기온 상승은 수확량 급감으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 땅이 건조해져 경작지와 목초지 면적도 줄어든다. 새로운 병원체 때문에 가축 질병도 증가하게 된다.
최근 며칠간의 기습 폭우로 채소 가격이 급등한 것은 기후변화가 미친 악영향의 단적인 예다.
여전히 세계 인구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고 육식의 수요도 커지고 있다는 점은 식량 공급의 불균형까지 심화시킨다.
"엄청난 육식 욕구가 곡물 시장을 텅 비게 하고, 지구의 적재력을 더욱 빨리 한계에 이르게 한다. 그 결과 비육 시설의 여물통은 가득 차고 가난한 사람들의 접시는 비어간다. 육식은 세계의 기아를 촉진한다."(164쪽)
쌀과 밀, 두 종류의 곡식이 세계 식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위험스러운 징후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쌀과 밀은 세계 식량에서 각각 26%, 23%를 차지하고 있으며 여기에 설탕, 옥수수, 기장 등까지 15종의 식물이 세계 인구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의 90%를 공급한다고 한다.
이같은 사실의 문제점은 단순히 생물의 다양성이 축소됐다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1845년 감자마름병이 아일랜드를 덮치자 섬 전체의 감자가 단숨에 파괴됐고 이 때문에 아일랜드에서는 150만 명이 굶어죽었다. 단 한 가지 품종에서 나온 감자를 단일경작한 것이 원인이었다.
저자는 "세계 식량 위기는 정치적인 문제다. 그런데도 정작 정치는 지금까지 이에 대한 대답을 회피하고 있다"며 "세계 식량 위기는 촌각을 다투는 문제다.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인류에게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경고한다.
전은경 옮김. 376쪽. 1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