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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김순자 세계김치협회 회장

지난해 5월 출범한 세계김치협회는 초대 회장인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농림수산식품부 공인 대한민국 김치 명인 1호)를 주축으로 한국김치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하고, 김치를 포함한 한식 세계화와 관련 산업의 발전에 앞장선다는 계획으로 활발한 활동을 다짐하고 있다.

발효과학 극대화 효능연구 계속돼야
‘세계김치사전’편찬 DB구축 최우선

김치 세계화 가능성 재확인

▷ 세계김치협회의 설립배경과 성과에 대해.


- 정부의 한식세계화 정책에 발맞춰 김치업계 역시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사업 시행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일환으로 김치의 우수성과 효능을 다양한 경로로 세계인에게 홍보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2009년 5월에 세계김치협회가 출범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세계김치협회는 김치원료의 수급불균형, 값싼 중국 김치와의 가격경쟁, 일본김치의 세계시장 선점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타개하려는 과정에서 설립됐다.

산업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기술과 연구 활동을 활성화시켜 김치의 표준화, 과학화를 이룸으로써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키고 김치의 세계화, 국가브랜드화 하겠다는 목표도 함께 가지고 있다.

출범한지 1년이 채 안됐지만 세계김치협회에서는 그간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지난해 5월 출범 후 6월에 김치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한 ‘교과서 저작자 관계관 워크샵’을 개최했으며 9월에는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한국김치페스티벌 in Tokyo’에 참가했다.

특히 일본 행사는 한국김치의 세계화에 대한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봄·여름·가을·겨울 등 4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변화무쌍한 50여 종의 김치를 선보였던 ‘김치4계관’과 ‘김치명인의 공개 시연’의 경우, 일본 내에서 달라진 한국 김치의 위상을 엿볼 수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김치 행사에 참여한 일본인 대부분이 김치 특유의 냄새를 불쾌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오히려 향기롭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또한 공식적인 시식 행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한국김치 맛을 보기 위해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마땅한 시식 용기가 없을 때는 모두들 손을 내밀어 받아먹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9월부터 11월까지 총 6회에 걸쳐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Fall in Korea! 한국전통문화체험’을 개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단기 어학연수생이나 대학에 재학중인 외국인 교환학생, 유학생 등에게 한국의 김치를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일본 기무치와 차별화 중점

▷ 대한민국 김치명인1호이자 한성식품의 대표로서 김치세계화를 위해 주력해야 할 점은?


- 일본의 기무치와 한국의 김치는 근본적으로 다른 종류의 식품이다.

한국의 김치는 장기간의 발효로 독특한 풍미와 영양학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

숙성 과정에 작용하는 유기산은 새콤달콤한 김치의 맛을 내는데 호박산과 아미노산의 종류가 많아질수록 김치 맛은 좋아진다. 비타민C의 양도 이 시기에 가장 많아진다.

유해균의 번식과 발육을 저지해 부패를 막고 유익한 미생물과 효소가 작용하는 복합적 발효 작용에 의해 탄생한 한국 김치만이 독특한 맛과 향, 영양학적 가치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김치의 세계화는 기무치와는 다른, 김치만의 특징을 확실하게 차별화해 세계인에게 그 우수성을 알리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또한 현지인들의 입맛을 고려하되 전통 김치가 갖는 발효 과학적 특징과 그 효능은 그대로 유지시킬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들을 끊임없이 연구해 적용시킬 필요가 있다.

300여 가지가 넘는 김치의 정확한 명칭과 맛의 특징 등을 정립해 한국 김치의 정체성과 김치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하게 지켜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1986년에 설립된 한성식품은 포기김치와 알타리김치 등 전통김치 80여종, 인삼포기김치 등 웰빙김치 10종, 미니롤보쌈김치와 미역김치 등 특허 김치 16종을 생산하고 있다. 김치제조업체 중 가장 많은 김치 종류를 선보이고 있는 셈이다.

한성식품은 2016년까지 전통 김치를 앞세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 일본, 중국, 동남아 등에 수출하고 있는 공로를 인정받아 농리수산식품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주최한 ‘2009 농식품 파워브랜드 선발대회’에서 전통식품 부문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퓨전·미래형 김치 개발 중요

▷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계획이 있다면.


- 가장 시급한 것은 ‘세계 김치사전’ 편찬이다.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작업이다. 김치 용어의 정립과 문화, 학술적인 개념을 정립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수 백여종에 이르는 김치와 김치요리에 관한 한글 명칭과 영어 명칭을 이번 기회에 확립할 필요가 있다. 김치 관련 문헌과 중요 학술적 자료들을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 작업을 통해 코덱스 규격 및 세계 식품 관련 규격을 최종적으로 수정해 확립시키는 것이다.

‘세계김치 아카데미’운영도 꼭 실현시키고자 한다.

해외 대사관 파견 요리사나 국내 주재 해외 대사관 요리사, 해외에서 한식당을 운영하거나 일하는 종사자에게 올바른 김치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식품 산업전문 인력 또한 마찬가지다. 유아와 초·중·고생을 위한 김치교육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해외 유수의 식품관련 엑스포에 김치 테마관을 기획해 참가하는 방법도 추진 중에 있다.

단순한 산업박람회 형식보다 전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축제 형태의 문화적 접근을 시도하려고 한다.

전통 발효식품을 문화와 접목시켜 국가 이미지 제고 효과를 얻고 글로벌 식품 산업으로서의 발전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김치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퓨전김치, 건강기능성 미래형 김치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성식품의 대표로서, 또한 농림수산식품부 지정 김치명인으로서 다양한 김치를 연구하고 개발해온 것도 그 때문이다.

현재 한성김치에서 생산하고 있는 16종의 특허김치는 그동안 수많은 해외 전시와 행사를 통해 외국인들의 호응을 얻어낸 것들이다.

김치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글로벌 식품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계인들의 입맛에 맞는 시도들이 더욱 다양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김치산업에도 R&D 투자 확대와 적극적인 홍보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