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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관점에서 음식 보는 시각 필요"

"문화적 관점에서 음식을 보는 인류학적 시각이 필요합니다. 같은 맥도널드 햄버거도 한국, 중국, 홍콩 등지에서 각각 다른 의미가 있고 먹는 방식도 다릅니다. 음식인류학에선 음식과 인간의 관계를 보는 거죠"

김광억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는 11일 "한ㆍ중ㆍ일 음식의 다양성을 비교문화학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면서 "음식을 만들고 소비하는 행위는 어떻게 다른지, 같은 한국 음식을 일본, 중국 사람은 어떻게 소비하는지 등을 비교해서 각 나라 음식문화의 특징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2~14일 서울대 비교문화연구소와 대만 중화음식문화기금 공동 주최로 열리는 '세계화 시대의 동아시아 음식문화' 국제학술회의의 조직위원장을 맡아 행사를 준비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한식의 세계화와 관련된 대중적 논의는 많이 있었지만, 음식과 세계화를 국내외 저명한 학자들이 학술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는 별로 없었다.

김 교수는 "우리는 정치, 경제 등 거대담론을 좋아하고 음식은 하찮게 생각한다. 음식은 즐기는 거지 그게 무슨 학문이냐는 인식이 있다"면서 "국내에서 이제까지 식품영양학 위주의 학술행사는 있었지만, 이번 학술대회같이 음식을 문화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화가 음식문화와 신체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한다. 젊은 층의 입맛은 미국화해 기름기 많은 음식을 찾다 보니 뚱뚱해지고 그에 따라 비만 예방이나 치료를 위해 건강관리 센터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글로벌'과 '로컬' 양쪽은 상호작용한다. 미국 뉴욕 등지에도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이 생기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같은 쌀 문화권인 중국, 일본과 비교할 때 콩, 녹두, 잡곡 등 다양한 재료를 쌀과 섞어 요리함으로써 밥을 하나의 예술품처럼 만들어내고 있다. 지역적 차원에서 전통적인 음식을 재발명하고 이 음식을 문화적 정체성의 지표로 삼는 현상을 분석하는 것은 음식의 세계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2일 개막하는 '세계화 시대의 동아시아 음식문화' 학술회의에는 마이클 허츠펠드(미국 하버드대), 아사쿠라 도시오(일본 국립민족학박물관), 옌 윤시앙(미국 UCLA) 등 음식문화와 세계화에 대해 연구해온 세계 각지의 저명학자가 모여 음식문화의 역동적 변화상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