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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화자찬' K-방역일까 ...자가격리 체험기(1)

음성 판정 받은 자가격리자, 사망에 이를정도로 '위급'상태 아닐시 병원 진료 못 받아
정부의 오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확진.격리자...가해자는 누구?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그날 저녁 함께 식사한 지인이 확진자였다니...
"나 양성 판정을 받았어, 보건소에서 연락이 갈테지만 네가 그보다 먼저 검사를 받는게 낫지 않을까?" 문자 그대로 눈 앞이 깜깜하다는 말을 실감했다. 최근에 만나서 식사한 지인이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는 비보를 전했다. 따라서 나는 당연스럽게 '밀접접촉자'가 됐다. 그날 함께 동행한 일행 한 명 역시 확진자로 분리됨에 따라 나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코로나 감염은 특정인에 대한 잘못이 아닌 지금 이시간 이 공간을 사는 세월 탓이라고 어머니는 말씀하셨지만 '옹졸' 그 자체인 나는 지인에게 온갖 상처가 될 만한 말부터 끝내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골라서 퍼부었다. 심란한 마음으로 찾아간 강남구 보건소의 선별진료소, 이미 나와 같은 상황과 마음으로 찾아온 구민들이 줄을 길게 서있었다.

 

번호표까지 뽑는 줄도 길었고 뽑고 검사를 대기하는 줄도 길었다. 뾰족한 면봉이 콧구멍을 스치자마자 아프고도 서러운 마음에 주책없이 눈물이 왈칵 흘렀다. 검사를 받고 돌아온 그날 오후 내내 고통스러우리만치 검색창에 코로나에 대한 온갖 검색을 하며 관련 글을 읽었다. 그날 밤, 결과를 기다리며 초조한 마음에 뜬눈으로 밤을 지샜지만 결과는 음성. "나는 비껴갔구나" 너무나도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하지만 안도도 잠시였다. 그날 밤부터 3~4일 동안 37~38도를 넘나드는 고열과 근육통에 시달려야 했다. 아프고 서러워서 하루에도 몇 번씩 엉엉 울었다. 외출을 못한다는 답답함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못견딜 몸살과 고열, 도저히 안돼겠다 싶어서 보건소에 다시 연락을 했다. 아무래도 재검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아플바에야 '양성'이 나아, 걸어다니는 바이러스된 자가격리자 
하지만 이번 역시 결과는 음성. 음성이었다. 문자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처음과 달리 마냥 기쁘지가 않았다. 음성판결을 받은 자가격리자는 아무리 아파도 병원시설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가격리 마지막 날 코로나 검사를 다시 할 때도 대중교통(버스,지하철,택시)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걸어가거나 본인의 차를 이용해야 한다는 지침은 이해하지만 아플때 진료와 처방을 받는 것은 국민의 권리가 아닌가.

 

나이에 비해 항상 체력이 좋았던 나는 몸이 아팠던 경험이 거의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온몸이 부서지는 근육통과 오한, 37.8~38도까지 올라가는 고열에 시달리자 내일이 다가 오는 것이 무서울 정도였다. 그렇게 3~4일을 앓고 받은 음성 판정이 허무할 정도였다. 자가격리자라는 이유로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서러웠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나와 같은 사례 혹은 심한 경우도 많았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A(31)씨는 왼쪽 다리가 퉁퉁 부어도 자가격리가 끝난 2주 후에서야 병원을 찾았고 그러는 사이 왼쪽다리에서 시작된 혈전은 폐 직전까지 차올랐고 한다. 정말 실소를 금할 수 없는 대목이다. 지침을 찾아보니 자가격리자의 상태가 위급하지 않을 경우에는 자가격리 유지를 원칙으로 한다는 말이 있다.

 

대체 개인 아픔에 대한 '위급'을 왜 제3자가 정한단 말인가. 병을 키우게 하는 짓 만큼이나 무식하고 잔인한일이 또 있을까. 나는 현재의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다. 나는 사람보는 눈이 0에 가까운 수준이지만 예외없는 법칙이란 존재할 수 없나보다. 그를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여러모로 깊이 사랑하게됐다.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14일의 모순
이번 일로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내가 확진자와 1일 접촉을 했지만 3일에 확진자가 양성임을 알고 날 밀접접촉자로 보고한다면 자가격리에 들어간 3일부터 14일을 더하지 않는다. 확진자와 접촉한 1일부터 14일을 계산한다는 사실이다.

 

나의 경우, 기자실이 모두 폐쇄했기 때문에 커피숍과 공유 오피스텔, 자택을 오가며 재택근무를 종종해왔다. 하지만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사람들은 함께 만난 지인이 양성판정을 받아야만 접촉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양성 판정 전의 기간은 당연히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그런 경우도 더러 보았다.

 

그리고 자가격리자를 대하는 보건당국의 시스템이 너무나도 허술하다고 느껴졌다. 보건소에 밀접접촉자로 분류가 되면 마스크와 소독제, 쓰레기봉투, 체온계로 구성된 단촐한 키트를 준다. 오전 10시와 오후 8시 자가격리앱을 통해서 체온을 쟤고 온도만 기록하면 끝이다. 자가격리앱에 GPS가 돌아가고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격리장소를 이탈할 수 있다.

 

자가접촉자의 생활과 건강상태에 대해서 관리하는 담당공무원을 배정받는 기간도 너무 길었다. 나의 경우는 5일이나 지난 후에야 담당공무원이 배정됐다. 하루종일 고열로 시달리는 생활이 너무 괴로워서 비대면 진료와 처방약 배달을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반응 뿐이었다. 하지만 민초 공무원들에게 무슨 힘이 있겠는가. 그들도 나처럼 소시민 일 뿐, 관리 법령은 국가가 정하는 것인데. 국회의원과 고위 공무원의 월급은 꼬박꼬박 나오니 타인의 아픔과 죽음에 공감은 커녕 관심이 있을리가 없다. 

 

나는 어렸을때부터 감성이 메말랐다는 핀잔을 들을 정도로 감정표현이 적고 눈물이 없다. 하지만 몸이 아픈 문제는 달랐다. 열이오르고 근육통과 두통이 극심하면 마음이 약해지고 아파서 서러워서 눈물이 났다. 눈 뜨면 아플 내일이 무섭다. 흔히 선인들이 말하는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면 그다지 큰일이 아니다"라는 말이 무엇인지 알게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밀접접촉자로 분류됐다는 사실 하나로 죄인 취급을 받고 고작 감기도 치료받지 못한채 병을 키워야 한다는 사실이 몹시도 서러웠다.

 

K방역의 힘,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나라를 만나다
도대체 무엇이 성공한 방역인 것일까? 방역의 가장 기본은 선제 대응이다. 유입되는 모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말이다. 의료진과 공무원들의 뼈까지 알뜰하게 고아 먹고 겨우 불길이 잡히면 임시공휴일을 만들고 재난지원금을 뿌린다. 여기 저기 눈치를 보느라 공항 문을 활짝 열어둔 본인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국민들의 탓만 하고 있는 K-방역을 신뢰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을까. 부동산 문제 만큼이나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지난해 정부가 주장했던 전공의 파업에 대한 엄정 대처란 말도 섬뜩하다. 어디까지나 직업의 한 카테고리인 의사를 공무원이나 군인처럼 나라의 녹(綠)을 먹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상 자체가 그토록 적폐와 민주주의 를 부르짖는 국가에서 나올 말인가 싶다.

 

반대편에서 권력을 잡은 자들이 적폐라고 하며 제멋대로 칼을 휘두를 때 '이제 지금부터 내마음대로 할래"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대신 '개혁'이라는 말로 포장을 한다. 독재에 저항하고 서민을 위한 정치를 외치던 사람들이 정권을 잡으니 지독한 독재와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인내심의 크기는 모든 사람이 동일하지 않다. 아무리 자가격리자라고 해도 불편함과 인내심을 최소화할 수 있게 제한이 필요한 부분을 제한으로 두고 2주를 정했어야 했다.

 

대한민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그 분이 자신을 지켜달라는 이야기를 하는 장면을 뉴스를 통해 본 적이 있다.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국가 원수는 국가를 본인의 인큐베이터로 착각한 것일까. "본인 스스로 오롯이 똑바로 서지도 못하는 지도자가 과연 성인은 맞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본인 혼자을 할 수 없는 일을 왜 국민에게 대신 해달라고 읍소를 할까. 하물며 2주동안의 자가격리 기간에도 생각지도 못한 시련이 찾아온다. 나를 돕고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은 이 세상에서 딱 한사람, 나 자신 뿐이다.

 

정치인은 감시가 필요한 존재일 뿐 맹목적인 지지와 믿음을 보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래도 그나마 위로감이 느껴지는 부분은 정부의 실효성없는 정책과 탁상행정에 허탈감을 느끼는 국민이 나 한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본 기사는 외부 기고 및 칼럼은 아니지만 기자 개인이 직접 체험을 하고 생각을 담은 체험기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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