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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드라마로 보는 식생활의 변화] (2)전원일기-돼지갈비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편집자 주> 각박한 일상에 지쳐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90년대 드라마가 여러 채널에서 부활하고 있다. 그 중 '전원일기'는 매니아층이 생길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방송된 전원일기는 농촌사회의 이면과 가족애를 섬세하게 그린 작품으로 각광받았다. '양촌리'라는 동네에서 손꼽히는 대가족으로 꼽히는 김회장의 가족을 주축으로 이웃 간의 일상을 이야기 하는 이 드라마는 유독 '음식'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다. 23년이라는 세월을 담은 이 드라마를 보면 우리의 식생활도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있다.

Episode
김 회장의 첫 째 며느리는 한창 성장기인 아들 영남의 식생활이 걱정이었다. 푸성귀와 김치, 찌개, 장아찌류가 주를 이루는 시골밥상은 단백질이 너무 부족했고, 어린아들이 뜨다 만 밥술을 보며 한숨을 쉬던 그녀는 읍내로 어린이가 섭취할 수 있는 영양제를 구입했다. 영양제를 사고 집으로 가는 길, 중대한 결졍을 내린다.

 

바로 외식이다. 층층시하 어른들과 한 집에 살고 있던 때라 처음으로 나선 가족의 나들이였다. 외식을 처음 경험한 영남은 불고기가 무엇이냐고 묻고 메뉴가 나오자 게걸스럽게 먹는다. 그리고 뼈다귀에 붙은 고기를 먹으며,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삼월이를 떠올린다. 결국 영남은 엄마 몰래 뼈를 숨겨와 삼월이에게 건넨다. 그런데 분명히 시킨 메뉴는 돼지갈비인데 왜 메뉴판에는 불고기라고 표기했을까?

갈비의 시작은 소가 아닌 돼지다. 갈비의 시작은 강남시대와 연결이 된다. 일제시대인 1930년대 조선옥과 수원의 화춘옥 등이 있었고 1964년 부산 해운대소문난 암소갈비와 1972년 신촌형제갈비가 생겼지만 본격적인 '가든'이라는 외식문화의 시작은 1976년 오픈한 삼원가든이었다. 지금은 강남구 신사동이지만 당시 신사동은 성동구에 속해있었다.

 

삼원가든의 성공으로 1980년대에 강남에 가든 형태의 소갈비점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삼원가든 이후, ‘가든’이라는 상호가 전국에 열풍처럼 번진 것이다. 현재도 서울과 지방에서 어느 정도의 규모가 있는 음식이라면 모두 ‘가든’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정도로 육류를 판매하는 음식점의 고유대명사로 변해버렸다.

 

소갈비구이는 그 이전에 수원의 상징처럼 그 지역의 유명한 외식 음식이었지만 소금으로만 간을 맞춘 메뉴였기 때문에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삼원가든은 달콤한 간장 양념을 한 소불고기의 양념을 착안, 이 양념으로 소갈비를 재웠다. 달콤한 서울식 소갈비구이는 반응이 좋았다.

 

돼지갈비는 소갈비보다 역사가 짧다. 황교익 맛컬럼니스트에 따르면 "지금은 간장 양념의 돼지고기 구이를 흔히 돼지갈비라 하지만 그때에도 이 이름을 쓰지는 않았다"면서 "돼지에서 갈비는 얼마 되지 않는 부위여서 목살과 등심을 섞어 내는 것이 보통이었고 달콤한 간장 양념의 돼지고기 구이이니 돼지불고기라 불렀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전원일기'속에서 영남이가 맛있게 먹은 돼지갈비가 왜 '불고기'라고 불리었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어쨌든, 강남의 가든에서 뜯는 소갈비구이는 성공한 서울시민의 상징과도 같았다. 시골에서 갓 상경했던 대다수의 시민은 비싼 소갈비를 뜯을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돼지갈비의 흥행은 돼지의 대량생산이 가능했던 1973년부터 시작된다. 용인 자연농원의 양돈장이 생기면서 돼지갈비는 서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됐다. 어떻게보면 소갈비에 대한 대리만족을 충족시킬 수 있는 메뉴였다. 소갈비의 달콤한 간장 양념과 돼지의 갈비 부위이기 때문에 만족감은 높았다. 

 

1970년 마포대교가 생기고, 여의도의 증권가가 형성되고 상업지역으로 개발되면서, 강 건너 마포에 돼지갈비집이 하나 둘 씩 생겨났다. 먹자골목에서 연탄불에 구워 먹는 양념 돼지갈비를 서울에서 처음 선보인 마포 최대포집이다.

 

'단짠'의 원조인 캐러멜을 듬뿍 넣은 돼지갈비가 담긴 양은그릇에 동치미 한 사발, 소주 한 잔은 40년이 넘게 내려오는 노동주+플래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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