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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점검] "소주 가격 안오른다...일본 도수 구간 종량세 도입"

"국내 맥주산업 2020년까지 기다릴수 없어...가격 경쟁력 잃어 존폐 위기"
원가에 유통 마진, 인건비까지 세금에 포함...'종가세'서 '종량세'로 개편
위성곤 의원 "일본, 알코올 도수 따라 구간 세분화해 세금 매기고 있어"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정부가 국내 맥주의 다양성, 활성화를 위해 소규모 양조장의 외부 유통을 허용하는 등 정책을 펼쳤지만 올해 1월부터는 미국 맥주의 수입관세가 0%로 적용 중이고 7월부터는 유럽산 맥주의 관세가 없어졌습니다."


"현재 수입맥주와 국산맥주, 국내에서 제조하는 맥주와의 차이가 존재하고 세금 때문에 그 차이가 존재한다고 하면 당연히 동등한 스타트라인이 되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국내 맥주 산업은 2020년까지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위급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역차별적인 세금체계로 수입맥주보다 국산 맥주의 세금이 약 2배 많아 가격 경쟁력을 찾지 못해 존폐 위기에 놓인 상태입니다."

주류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1968년 도입, 50여년 된 국내 주세법이 또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현행 주류세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것인데 현행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

문제는 종량세가 소주 가격 상승을 부르고 서민들이 즐겨 마시는 소주의 가격상승은 국민적 반발을 불러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부는 지난 50여 년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최근 다시 논란이 불거진 것은 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종량세 전환을 촉구하면서다. 이에 기재부는 2020년 시행을 목표로 맥주뿐만 아니라 모든 주류에 종량세를 적용하는 개정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맥주업계는 2020년까지 기다릴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의 세금차이가 약 2배에 달하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을 찾지 못해 존폐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현행 종가세에서는 ‘수입원가’를 과세기준으로 잡는 수입맥주에 반해 국산 맥주는 원가에 유통 마진, 인건비까지 모두 세금에 포함된다. 실제로 2015년 이후 약 20곳의 소규모 양조장이 폐업했다.



국내 주류세는 알코올 도수로 매기는 종량제가 아닌 가격에 따라 매기는 종가세를 적용, 1968년 도입됐다. 

현재 종가세는 제조원가에 인건비, 마케팅비, 이윤 등을 모두 포함한 금액에 72%의 세금을 매기고 있어 양질의 원료로 술을 빚고 오래 숙성시켜 좋은 병에 담으면 출고가가 오르기 때문에 제조자가 내야 할 세금도 폭증, 양질의 술 개발을 기피하는 현상을 초래해 주류 발전에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류는 다른 식품과 달리 기본적으로 주세율이 적용된 출고가격에 유통마진이 더해져서 결정된다. 출고가격은 제조원가에 주세, 교육세, 부가가치세가 합산돼 결정되는데 탁주 5%, 약주 30%, 청주 30%, 맥주 72%, 소주.위스키.브랜디 72%의 주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현행 출고가격 기준인 종가세에서 알코올 도수 기준인 종량세로 개편하게 되면 알코올 도수가 낮은 맥주 가격은 내려가고 상대적으로 도수가 높은 소주 가격이 인상된다. 때문에 주류세 인상 카드는 해마다 거론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수제맥주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입맥주가 2012년 이후 단 6년 만에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이 4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수입맥주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함에 따라 국산 맥주 및 수제맥주사들의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면서 "수입맥주사가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기울어진 운동장’인 현행 종가세에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종량세가 소주 가격 상승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수입산이 없는 소주의 경우 맥주만큼 종가세로 인한 타격을 거의 입지 않는다"면서 "현 종가세 체계는 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50년 동안 유지된 낡은 제도로 실제로 OECD 35개 회원국 중 모든 주류를 종가세로 채택하는 국가는 한국, 칠레, 멕시코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9개국은 가격이 아니라 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에선 소주, 멕시코에선 ‘테킬라’, 터키에선 ‘라크’, 칠레에선 ‘피스코’ 등 도수가 높은 술이 전통주로 자리 잡고 있다. 고도주(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 중심의 전통주 시장이 세금 때문에 위축되는 일을 막으려 종가세를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한국의 경우는 서민주로 자리 잡은 소주 가격 인상도 우려하는 상황이다.

한국 주세법의 토대가 된 일본은 이미 1989년에 종량세를 채택해 시행하고 있다. 독주를 전통주로 가졌지만 종량세로 전환한 일본처럼 도수 구간에 따른 세율 적용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쇼주'나 '사케'처럼 도수가 비교적 높은 전통주를 둔 일본도 1990년 주세 체계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했다"며 "도수가 높은 술에 불리한 종량세를 시행한다고 해서 관련 산업이 가라앉은 전례도 찾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위 의원은 "도수와 주정에 따라서 세율을 차등하면 (소주의)세금을 현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며 "일본의 경우 알코올 도수에 따라서 13도, 21도, 37도 이런식으로 구간을 세분화해서 세금을 매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 알코올 도수가 21도 미만이라면 킬로미터당 20만엔(약 195만원)의 세금을 부과하고 21도 이상이면 1도가 올라갈때 마다 20만엔에서 1만엔씩 붙는다.

위 의원은 "국내 소주는 과거 알코올 도수가 20도가 넘었지만 최근에는 20도 미만인 소주가 많이 나오고 있는 추세"라며 "종량세를 도입하고 도수별로 세금을 매기면 소주 가격이 증가하는 부분은 극히 드물 것이라는게 종량세 도입하고자 하는 분들의 논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주세제도 도입 부분을 살펴보면 세수수입 목적으로 1968년 도입됐다"며 "한때 주세 수입은 '조세 원유'라고 할 만큼 비중이 컸지만 이젠 국세의 1.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국내 맥주의 다양성, 활성화를 위해 소규모 양조장의 외부 유통을 허용하는 등 정책을 펼쳤지만 올해 1월부터는 미국 맥주의 수입관세가 0%로 적용 중이고 7월부터는 유럽산 맥주의 관세가 없어졌다"면서 "때문에 (수입맥주)가격 인상을 안해도 그 만큼 이윤이 더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고 지금도 많이 팔리는데 국내 맥주업체는 아사하기 직전이고 이것이 국내 맥주의 활성화를 위한 올바른 방향이냐"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리하게 해달라는게 아니다. 현재 수입맥주와 국산맥주, 국내에서 제조하는 맥주와의 차이가 존재하고 세금때문에 그 차이가 존재한다고 하면 당연히 동등한 스타트라인이 되게 그것만 바꿔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수입맥주는 자기네들 양조시설에서 대량으로 퍼붓고 있으니까 거기다 세금까지 싸버리니 국내맥주는 더 이상 경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