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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투데이 편집국의 '쓰리고' 먹go 마시go 즐기go! - 방배동 '유정옻오리백숙'

오랜 내공을 자랑하는 서초구의 로컬 맛집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병아리 기자시절부터 선배들과 다니던 맛집이 있습니다. 바로 방배역과 내방역 사이에 위치한 유정옻닭집인데요. 정확한 상호명은 '유정오리닭한방백숙'입니다. 원래 이수역 서문여고 근처에서 영업을 하셨는데 올해 초 지금의 자리로 옮기셨더라고요.


오리고기를 좋아하진 않지만 소나 돼지에 비해서 많이 먹어도 속이 불편하지 않고^^ 불포화 지방산이 많은 저칼로리 고단백질 식품이라는걸 알게 된 후부터 건강과 피부를 생각해서 자주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곳의 오리고기는 정말 맛이 괜찮아요. 일단 밑반찬의 질부터 다릅니다. 사장님께서 하나하나 정성을 기울이셔서 담근 각종 장아찌와 묵은지, 사이드 야채와 쌈류도 정말 싱싱하고 정갈합니다.


직접 만드신 발사믹식초로 간을 한 상추 샐러드도 발사믹 특유의 상큼한 맛이 감돌았습니다. 외식을 하고 느끼는 점이 식사 후에 물을 많이 마시는 현상이 흔하게 일어나는데 이 곳은 반찬을 아무리 많이 주워먹어도 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좋아요.


특히, 사장님께서 직접 담그신 묵은지가 지나치게 신맛이 나지않고 괜찮았어요. 미리 예약을 한 오리 주물럭과 미리 끓여놓으신 한방백숙이 나옵니다. 원래 옻오리가 소문난집인데 아직 옻은 좀... 무섭더라고요?^^


백숙은 국물이 정말 진해요. 전혀 간을 안했지만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끓여낸 담백하고 순수한 맛이 느껴집니다. 오리로스는 오리고기의 선도가 굉장히 높았습니다. 곁들여주시는 감자와 단호박,버섯도 함께 구우니 그 감칠맛이 배가 되더군요.


삼겹살과 살치살을 좋아했는데 노릇노릇 구운 오리고기도 그에 못지 않다는 생각이 진지하게 들었습니다. 이날은 가족들과 함께 방문했는데, 제 취향과는 다르게 팬시한 감성을 가진 남편은 반응이 시큰둥해서 제가 엄청 많은 양을 먹었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고기를 많이 먹고 더부룩하지 않은 느낌을 주는 고기는 오리고기밖에 없는거 같아요.


스포츠 출입인 선배는 운동선수들 사이에서 "소는 줘도 먹지 말고, 돼지는 사주면 먹고, 오리고기는 본인의 돈을 줘도 사먹어라"라는 말이 있다는 말을 하셨는데 이날 저녁 전 그 말을 몸소 체험했답니다.


엄청난 양의 고기가 바닥을 드러날때쯤 오리를 끓인물로 지으셨다는 오곡 찰밥과 남은 국물에 누룽지를 끓여주십니다. 이 쫄깃한 누룽지죽이 진짜예요.^^


특히, 음식을 먹는 동안 뭐 부족한 것이 없나 홀을 둘러보시고 요청하지 않아도 반찬이나 야채를 가져다주시는 사장님의 변치 않은 세심한 배려가 감사했습니다.


워낙 양이 많기 때문에 도저히 다 먹지 못하고 남은 찰밥을 포장했는데요, 묵은지도 함께 싸주시는 사장님의 친절에 다시 한번 감동이...


단점이라면, 위치가 좀 애매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엔 어렵다는 점입니다. 본인의 생일에 의사도 묻지않고 마음대로 예약을 했다며 토라진 남편을 뒤로하고 이 코스를 굉장히 좋아할만한 술친구 동료 기자 두 명이 떠올랐습니다. 그들과 조만간 재방문할 계획입니다.


어쨌든 저와 부모님은 만족했으니까요. 방문하시는 날 2시간 전 예약은 필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