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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브리핑] 식약처, 어린이 식품안전관리 대책 보여주기식 쇼?

식품안전보호구역 내 3만5000 업소 중 우수판매업소는 2800개소 불과
보호구역 학원가.놀이공원까지 확대 발표...우수판매업소 확대가 먼저
시리얼.슬러시.홍삼음료 기호식품 추가..."구체적 계획은 아직 없어"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4일 오후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에 위치한 식품 판매점에서 형형색색의 불량식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제조사가 불분명한 사탕부터 성분표시가 없는 과자, 쫀드기까지 판매대에는 수십가지의 불량식품들이 가득하다.


국적 불명의 젤리를 집어든 이모(10)양은 "수업 끝나고 친구들과 들려 거의 매일 사먹는다"며 "가격도 싸고 맛도 있다"고 말했다.

바로 옆 문구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입구 앞에 놓인 각종 자판기뽑기에 서성이던 아이들이 이내 문구점에 들어가 불량식품을 골라 나왔다. 친구들과 이것 저것 골라 나온 김모(9)군은 "학원 가기 전에 들린다"며 불량식품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엄마가 사먹지 말라고해서 몰래 사먹는다"고 전했다.

불량식품 판매에 대해 문구점 주인은 "주식으로 먹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는 괜찮다"라며 '뭐 어떠냐'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었다. 

정부는 어린이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2008년부터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라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학교 주변 200m 이내)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식품안전보호구역 내에 있는 식품판매업소 중 우수판매업소로 지정받은 곳은 '고열량 저영양' 식품을 판매하지 못한다.

하지만 현실은 식품안전보호구역이 있으나마나 한 상황이다. 어른들의 얄팍한 상술에 아이들이 불량식품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류영진)가 해마다 어린이 식품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하지만 이같은 상황은 매년 반복이다. 지자체가 단속을 나가지만 식품안전보호구역 내 업소들은 보여주시식 행정쯤으로 여긴다.

식약처는 올해도 어김없이 어린이 식품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3일 식약처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36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12개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어린이 안전 대책' 중 식품안전 및 제품안전 분야 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고 업계 등 이해관계자 간 소통과 갈등조율도 이뤄지지 않은 채 보여주기식 대책에 머물렀다.

이날 식약처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오는 2022년까지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 지정 장소를 학교주변 구역(200m)에서 학원가·놀이공원 주변까지 확대하고 최근 어린이가 자주 먹는 시리얼, 슬러시, 홍삼음료, 두유 등을 어린이 기호식품에 추가해 안전관리를 강화한다.

문제는 언제부터 어떻게 관리하겠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식약처는 구체적인 안은 마련 중이라는 입장이다. 결국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없이 국민들에게 언제 지킬지 모를 약속을 한 셈이다.

무엇보다 어린이 식품안전관리 내 슈퍼마켓, 문구점, 제과점, 음식점 중 우수판매업소는 찾아 보기 어려워 식품안전보호구역을 확대한다 해도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는 지적이 끓이지 않는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8년 5월 현재 어린이 식품안전관리 내 신고업종은 3만5000여 개소 정도로 그 중 우수판매업체 2800여 개소에 불과하다. 즉, 어린이 식품안전관리 구역이 확대된다 하더라도 우수판매업체가 늘지 않는 이상 유명무실한 정책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일반업소는 년 1~2회 정도 지도.점검이 이뤄지지만 어린이 식품안전관리 구역 내 업소에 대해서는 매월 지도.점검을 하고 홍보도 하는 등 관리를 하고 있다"며 "우수판매업소는 시.도에 자발적으로 신청해 운영되는데 아무래도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보니 현재 거의 답보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식품이라는 것이 기준규격을 받아서 적합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사항인데 규제를 한다고 하면 업소들의 불만이 있다"고 털어놨다.

시리얼, 슬러시, 홍삼음료, 두유 등을 어린이 기호식품에 추가한다는 것 역시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발표만 앞섰다.

식약처 관계자는 "최근 어린이가 많이 먹는데도 빠져 있어 모니터링을 통해 앞으로 넣을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뜻"이라며 "언제부터 실시할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시리얼, 슬러시, 홍삼음료 등을 아이들이 많이 먹는지, 기호식품으로 들어와서 관리하는데 문제가 없는지 등에 대해 모니터링을 실시할 것"이라며 "관련 업계 의견은 아직 들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까지 결론을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식품전문가는 "정부가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은 여전히 불량식품을 학교 앞에서 팔고 있는 업소가 증명한다"며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이 제대로 관리되기 위해서는 본질, 즉 실효성 있는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