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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자의 민낯 취재] 설 명절 전통시장 활성화 총력? 글쎄...상인들 체감 못하는 '전시행정'

"설 대목 없어요. 날이 추워 다 마트로 가요"...다양하지 않은 품목, 불편한 주차 여전히 문제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날도 너무 춥고 명절이니까 돈 쓸 곳이 많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안나오세요. 손님이 너무 없어요"


7일 오후 3시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 정부는 설 명절을 맞아 침체된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겠다며 각종 행사를 진행한다지만 시장 분위기는 명절 대목과는 사뭇 달랐다.

영하의 추운 날씨 탓인건지, 경기가 어려워서인지 시장은 영하권 날씨만큼이나 썰렁했다. 몇몇 장을 보런 나온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긴 했으나 명절 대목을 앞둔 시장이라고 하기에는 한산하기 그지없다.



골목길을 따라 100여개의 과일과 야채, 수산물, 축산물 점포가 늘어서 있지만 품목은 다양하지 않았다. 아예 문을 열지 않은 점포도 눈에 띄었다. 명절임에도 선물세트를 내 놓은 점포는 한과를 파는 점포 정도였다. 설을 맞아 제수용품을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지만 어느 점포에도 이벤트에 관한 표지판이나 안내를 볼 수 없었다. 

그 때문인지 젊은 소비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 지자체의 정책과 현장의 온도 차가 극명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자체는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만두 빚기, 노래자랑, 윷놀이, 무료주차 등 다양한 행사를 해마다 진행해 왔지만 반짝 전시행정에 그치고 있다.


어두운 표정의 상인들은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시장에서 야채점포를 운영하는 김 씨(여.62)는 "날이 추우니 다 마트로 간다"며 "장사도 안되고 오늘도 일찍 문 닫고 들어가려 한다"고 넋두리를 했다. 

과일점포를 운영하는 이 아씨(여‧50)는 "날이 너무 추워 과일이 얼어버릴까봐 전기히터를 틀어 놓고 있다"며 "설을 앞두고 유난히 추워 손님이 뚝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이 시장에서 15년 동안 정육점을 운영했다는 조 씨(남.43)는 "설 대목이라고 방송에서는 떠들지만 한달 기준 평일 매출로 따지면 비슷하다"면서 "명절이 낀 달은 앞뒤로 4일은 장사가 안된다고 보면 된다. 한달 장사로 볼 때는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축산물 점포 박 씨(남.38)는 "한우 선물세트 가격이 내려갔다고 보도가 나오지만 우리 같은 자영업자 소매점에서는 피부에 안 와 닿는다"며 "산지는 내렸지만 우리가 물건을 받을 때도 전혀 내리지 않았다"고 토로하고 "손님들은 방송에서 가격 내렸다는데 왜 이렇게 비싸냐 불만의 소리를 한다"고 전했다.

체감경기가 얼어붙었다고 느끼는 것은 소비자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시장에서 만난 최 씨(여.59)는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평소보다 30% 가까이 오른것 같다. 버섯도 1000원씩 하던게 1800~2000원 한다. 장보기가 무섭다"며 혀를 내둘렀다.

시장 밖에서 만난 손 씨(여.35)는 "애들을 데리고 시장에서 장 보는건 힘들다"며 "감기라도 걸리면 약 값이 더 든다. 주차도 불편하고 마트 만큼 물건이 다양하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