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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자의 민낯 취재] 식약처 폐지론까지...식품안전관리 일원화 약될까 독될까

'식품안전관리 일원화' 목소리 커져...관련 법안 줄줄이 대기 공방 예고
"식품, 축산물 관리감독 주체는 식약처" VS "생산 몰라 농촌.농민 소외, 근본 해결 어려워"
"전체 식품안전관리체계 개편 의견수렴 과정, 축산물 위생관리 논의 바람직하지 않아"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먹거리 안전 국가 책임제 구현을 위한 식품안전관리 일원화가 본격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 두 부처 간 치열한 기싸움이 예상되는데다 해당 법안 처리를 두고 국회 상임위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예단하기 어렵다.


30일 국회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식품안전관리 일원화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살충제 계란 파동'을 겪으면서 식약처와 농식품부로 분리된 식품, 축산물 안전업무의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거세지며 국회에는 관련 법안이 다수 제출돼 있다.

그러나 살충제 계란 파동이 발생한지 5개월이 지났지만 국회에서 관련 법안 처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는 살충제 파동 이후 관련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며 뒤늦게 대책 마련에 속도를 냈지만 일원화 주체를 두고 식약처와 농식품부로 의견이 갈라지면서 분란만 계속되고 있다.



복지위는 31일 전체회의를 열어 농해수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발의한 '축산물위생관리법 전부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축산물의 생산부터 가공, 유통까지 한 부처가 일체 관리하는 내용을 담은 '축산물 위생관리법 전부개정법률안'을 지난달 21일 대표발의했다. 이번 개정법률안의 핵심은 현행 '축산물 위생관리법'을 '축산물 안전관리법'으로 개정하고 현재 식약처와 농식품부로 이원화 돼 있는 축산물의 안전관리 업무를 농식품부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축산물 안전관리 업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권한으로 규정돼 있으나 현행법 제44조제2항 단서에 따라 생산 단계에 대한 위생, 질병, 품질관리, 검사 및 안전관리인증기준 운영 등의 안전관리 업무가 농림축산식품부장관에게 위탁되면서 실질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로 이원화돼 있다.

농식품부는 생산단계에 해당하는 농장, 도축장 및 집유장에 대한 안전관리를 담당하고 식약처는 유통 판매 단계에 해당하는 축산물가공장, 식육포장처리장, 축산물보관장, 일반음식점 등에 대한 안전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현권 의원실 관계자는 "식약처는 그 동안 식품기업들의 애로사항이나 기업들의 규제 업무를 주로 담당해 왔다"면서 "대상이 농민 보다는 기업이다 보니 농민들의 입장이 잘 반영이 안되고 생산쪽 전문가나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근본적인 해결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위생정책 중심으로 기존 패턴으로 하게 되면 국가 식략 안보, 농촌 소득 보장 이런 부분은 관심 밖 사항이 될 수 밖에 없다"면서 "식품위생업무만 봤을 때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국가 도농 균형발전, 농민 소득, 농촌 일자리 창출, 지속가능한 지방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볼 때 식약처는 식품위생이나 규제 등 일부분만 관장해 왔던 곳이라 지방이나 농민은 소외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 법(축산물위생관리법 전부개정안)이 복지위에서 다루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별도 기구를 만들어서 식약처, 농식품부 중 어디 산하로 두느냐를 상식적으로 판단하자는 것이다. 부처 간의 헤게모니(hegemony)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 밑 바닥부터 최종 소비까지 전 단계를 쭉 볼 수 있는 곳에서 균형잡힌 정책을 펼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복지위 의원님들이)충분히 잘 판단해 주실꺼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미 복지위에는 식약처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소위에 회부돼 심사를 기다리고 있어 첨예한 공방과 줄다기리가 어어질 전망이다. 

복지위와 농해수위를 중심으로 식약처, 농식품부 등 이해당사자들은 여전히 지난 10여년 동안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지난해 9월 축산물 위생.안전관리 전 과정을 식약처로 일원화하는 '축산물 위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식약처가 농장과 도축장, 집유장 등 생산시설의 관리.감독을 농식품부에 위탁하도록 하는 규정을 삭제했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도 같은 달 농장, 도축장 및 집유장의 위생, 질병, 품질관리, 검사 및 안전관리인증기준 운영에 관한 사항을 농림축산식품부에 위탁하도록 한 규정을 삭제하고 축산물 안전관리 주체를 식약처로 일원화하는 '축산물 위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기동민 의원실 관계자는 "식품, 축산물의 관리감독의 주체는 식약처다"면서 "예전에 식약처로(축산물 안전관리 업무) 넘어올 때 농식품부와 농가 반발이 심해 권한은 가져오되 위탁을 주는 방향으로 간 것인데 살충제 계란 사태에서도 나타났듯이 위탁 시스템으로 인해 벌이지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걸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로 일원화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관리 체계가 통일돼야 한다는 것은 맞고 대안은 다르게 나올 수 있다"며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예 식약처를 폐지하고 식품안전 업무를 농식품부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국회에는 식약처를 폐지하고 식품안전 관련 사무를 농식품부로 이관해 일원화하고 의약품안전 관련 사무는 보건복지부 소속의 의약품안전청을 신설해 이관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은 농해수위 소속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이 지난해 9월 발의했다.

이에 대해 홍형선 복지위 전문위원은 "한 부처로 축산물 안전관리 업무를 일원화하는 경우 부처 간 업무 협조 및 정보 공유가 미흡한 점을 개선하고 정책의 일관성 있는 추진이 용이하다"며 "특히 농식품부가 '식품산업 진흥'을 주요 사무로 관장하는 것에 반해 식약처는 '식품 안전'을 주요 사무로 관장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식약처가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제안하면서도 현 단계에서는 논의할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홍 전문위원은 "현재 전체 식품안전관리체계 개편과 관련해 정부는 국무조정실 산하 관계부처 합동 ‘식품안전관리 TF’를 구성해 전문가.소비자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있다"면서 "식약처와 농식품부는 현 단계에서 축산물 위생관리 체계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