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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자의 민낯 취재] 아기전용 탈을 쓴 일반식품...위생.가격 적정한가?

식약처, 영.유아용 식품 '아기.베베' 제품명.사진 못써...내년부터 특수용도식품 허가 받아야
"유예기간 두겠지만 늦어도 내년 3월 시행할 것"..."엄마들 심리 이용, 가격 높을 이유 없다"
남양유업.일동후디스 '아기꼬야' '아기밀 냠냠' 브랜드명 변경, 매일유업 '요미요미' 그대로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내년부터 '특수용도식품'으로 허가받지 않은 영.유아용 식품은 '아기.베베' 등 아기가 연상되는 제품명, 사진 등을 쓸 수 없게 되면서 국내 이유식 시장에 큰 변화가 예고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류영진)는 내년부터 36개월 미만 대상 영.유아용 제품을 '특수용도식품'으로 허가 받지 않을 경우 '베이비'나 '베베', '아기' 등을 제품명에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 영.유아용 식품에 규제 조치가 시행되면 기존 제품 대부분이 허가를 다시 받거나 제품 포장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 놓여 업계가 큰 지각변동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유아용 이유식과 과자, 김, 반찬 등을 제조하던 식품업체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 졌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특수용도식품 보다 기준.규격이 덜 까다로운 '즉석조리식품'으로 판매해 왔기 때문이다.

특수용도식품인 영유아용 곡류조제식은 살균, 조제, 균질, 건조, 충진 등의 과정을 거치고 기타 영유아식 중 퓌레, 페이스트 형태의 이유식은 원료검수, 원료전처리, 조리, 멸균, 냉각, 품질 검사 등의 까다로운 규격 및 제조공정을 거친다. 반면 즉석조리식품은 일반식품 위생기준을 적용받아 일반세균, 대장균군, 바실러스 세레우스(식중독균)에 대한 제한기준이 없다.



이에 따라 남양유업, 일동후디스는 현재 영.유아식 '아기꼬야'와 '아기밀 냠냠' 브랜드명 변경 작업을 진행 중이며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새 브랜드명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매일유업은 기존 '요미요미' 브랜드를 유지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다 보니 그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사실 준비기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 최대한 빨리 진행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특수용도식품으로 다시 허가를 받는 것은 어렵다"며 "원료 하나 하나 다시 품목제조 보고를 해야하고 사실상 이 일이 더 크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길게는 몇 수십년 짧게는 몇 년된 제품까지 그 동안 소비자들에게 구축해온 브랜드 이미지를 버려야 하는데 새 브랜드명으로 바꾸게 되면 제품 포장비용과 홍보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업계가 이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데에도 식약처가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가 먹는 것이니 만큼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업계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고려해 유예기간을 1~2달 줄 수 있지만 늦어도 내년 3월부터는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아이들이 먹는 음식 경우는 특수용도식품 중 기타영유아식으로 기준.규격을 적용하고 제조해서 판매해야 하는거 아니냐하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라며 "특수용도식품의 기준.규격이 타이트하다 보니 그 카테고리로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가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래 규정이 있는 부분들을 강화해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라며 "내년부터 바로 적용할 계획이였으나 준비기간이나 업계 반발이 있어서 1~2달 정도 유예기간을 갖고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시판 이유식에 대한 위생 문제가 해마다 지적돼 왔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이유식 제조 및 판매 업체의 위생관리 점검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건수는 총 46건에 달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재료를 버젓이 제품에 사용하거나 냉동원료를 비위생적인 곳에서 해동하는가 하면 원재료 허위 표시 및 합성보존료 무첨가표시도 빈번했다. 

발견된 이물질은 곰팡, 대장균, 벌레, 실리콘, 플라스틱, 생선가시, 돌, 나뭇조각, 탄화물, 종이 등 위험 수준이었다. 그러나 행정처분은 단순 시정명령 등 솜방망이에 그쳐 단속에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은 식약처가 온라인 및 대형마트 등에서 유통되는 배달이유식 등 32개 제품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를 밝히고 일반세균이 기준치의 2500배에서 최대 3만5000배까지 검출된 해당 제품들이 영유아를 대상으로 판매하면서도 영업자가 '기타영유아식'이 아닌 '즉석조리식품'으로 신고해 지자체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식품제조가공영업자가 이유식을 표방해 광고.판매를 하고자 할 경우에는 '기타영유아식' 등으로 품목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즉석조리식픔, 기타가공품으로 품목허가를 받은 뒤 이유식을 표방한 광고를 하는 것은 불법.과대광고에 해당한다.


◇ 일반 가공식품 유형 영유아식 증가...아기 전용 식품 강조 비싼 가격 판매
"일반과자로 판매하면서 아기라는 말만 붙여 놓고 비싸게 파는 것은 잘못된 것"

최근 영.유아용 식품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특수용도식품이 아닌 일반 가공식품 유형을 사용하는 영유아식이 증가가고 있는 추세다. 

영유아식을 생산 판매하는 국내 주요 업체는 남양유업, 매일유업, 일동후디스, 풀무원건강생활, 베베쿡 등이 있다. 매일유업, 남양유업, 일동후디스 등은 주로 분말 형태의 시판이유식에서 최근 홈메이드형 시판이유식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추세이며 OEM 등을 통해 다양한 영유아간식의 생산 판매를 늘리고 있다. 베베쿡, 풀무원건강생활 등은 주로 미음, 죽 형태의 배달이유식을 생산 판매한다. 

배달이유식의 식품유형은 상당수가 특수용도식품인 '기타 영유아식'이지만 특수용도식품의 기준.규격을 맞추기 어려운 제품은 대부분 즉석조리식품, 레토르트식품, 기타가공품 등 일반 가공식품 유형으로 판매되고 있다. 밥 단계의 식사를 시작한 유아를 위해 출시되고 있는 김이나 간장, 소스류 등도 일반 가공식품 유형이 주로 유통되고 있다.

실제 푸드투데이가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영.유아 이유식과 간식 등을 조사 결과, 이유식 중 매일유업의 '맘마밀 안심이유식'과 LG생활건강의 '베비언스 바른이유식'은 기타영.유아식으로, 남양유업의 '아기꼬야 맘스쿠킹'은 즉석조리식품으로 조사됐다.



남양유업의 '아기꼬야', 매일유업의 '요미요미', 일동후디스의 '아기밀 냠냠' 브랜드의 간식, 반찬 제품 대부분의 식품 유형은 과.채가공품과 즉석조리식품이었다. 엄밀히 따지면 영.유아 전용 제품이 아닌 일반식품인 것이다.

이들 제품들은 일반식품 임에도 불구하고 아기를 위한 전용 식품인 것처럼 제품 패키지를 구성해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합성첨가물 없이 원재료 그대로 동결.건조시켜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과일칩의 경우 매홍의 '새콤달콤 사과말랭이'는 100g에 3990원에 판매되고 있는 반면 남양유업의 '아기꼬야 동결건조 과일 사과'와 일동후디스의 '아기밀 냠냠 순사과'가 15g에 각각 3900원, 4100원에 판매돼 내용량 대비 6배 가량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이들 제품은 모두 국내산 사과 100% 제품이다.



'아기', '성장발달' 등 문구로 아기전용 제품인 것처럼 판매.광고해 내 아이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엄마들의 마음을 볼모로 한 얄팍한 상술이라는 지적이 여기서 나온다. 

식약처 관계자는 "특수용도식품 중 기타영유아식으로 분류가 되면 관리 받는 항목이 굉장히 많다. 기준.규격이 타이트하다"면서 "제품에 들어가는 첨가물 등에 대한 관리들이 기본적으로 일반 과자하고는 다르다. 과자는 성인부터 누구든 먹는 일반적인 식품이고 기타영유아식은 아이들을 타깃으로 제조하는 것이 때문에 기준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품질이나 안전성을 위해서 부과적인 부담을 했을때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일반과자로 판매하면서 아기라는 말만 붙여 놓고 비싸게 판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그런 부분들도 잡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 관계자 역시 "엄마들은 아기용이라던지 친환경이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으면 비싼 가격을 주고서다로 사는 경우가 많다"면서 "업체들이 아이에게 더 좋을 것을 사주고 싶은 엄마들의 심리를 이용하고 있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면 아기용이라고 해서 가격을 높게 받을 필요는 없다"며 "성분이 똑같은데 아기 문구가 들어갔다고 해서 돈을 더 받는 다는 것은 과도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제식품표준규격(CODEX)은 영유아 대상 식품을 '조제유', '유아식 통조림', '영유아를 위한 곡류가공식품'으로 분류하고 영유아식 섭취 대상인 영아를 12개월 미만, 유아를 12개월 이상 36개월 미만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영유아식의 정의에는 섭취 시작 월령은 명시하고 있지만 영유아식을 섭취하는 영유아의 연령에 대해서는 명시하고 있지 않다. 다만, 영유아보육법 상에 영유아를 6세 미만의 취학 전 아동으로 명시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영유아식 시장편에 따르면 영유아식 구입시 주로 고려하는 요인은 영양 성분 구성(30.8%), 재료 원산지(23.2%), 위생관련 부분(13.5%) 순이었다. 또한 영유아식은 종류에 상관없이 대부분 대형마트에서 구입한다는 응답이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