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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남방정책과 농식품 수출증대

노장서 한국할랄산업연구원 사무총장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한 지난 11월 9일 자카르타에서 신남방정책을 선언했다. 신남방정책을 통해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줄이면서 세계 경제의 신흥시장으로 각광받는 아세안에 새로운 번영축을 만들어 시장다변화를 이룬다는 취지다. 

이날 문대통령은 한-아세안 교역규모 확대를 위해 2016년 기준 160억 달러인 한-인도네시아 교역액을 2022년까지 300억 달러 수준으로, 장기적으로는 500억 달러 이상을 목표로 확대할 것을 밝혔다. 2022년까지는 5년이 남아있다. 이 기간 중 교역액을 거의 두 배 늘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식품의 경우 인도네시아는 지난 3년간 연평균 식품수입금액이 155억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 우리나라의 대 인도네시아 농식품 수출금액은 연평균 1억 4천만 달러를 기록하여 인도네시아 총수입액의 1%에도 못 미치는 0.87%를 기록했다. 식품의 성격상 인도네시아의 식품시장이 단기간에 급증하거나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이 단기간에 폭등할 가능성은 없다. 우리나라가 스스로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뭔가 획기적인 것이 필요하다. 다음과 같은 사례에서 가능성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삼양식품의 발표에 따르면 불닭볶음면의 인기에 힘입어 2017년 상반기 매출(2,183억원)과 영업이익(204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7.8%, 148.8% 증가했다. 특히 해외시장에서 선전하면서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1.2% 늘어난 885억원을 달성했다. 수출액이 전년 동기에 비해 두 배 이상인 261% 증가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불닭볶음면은 영어로 ‘핫스파이시치킨라면(hot spicy chicken Ramyeon)’으로 번역한다. 직역하면 ‘아주 매운 닭고기 (볶음)라면’이 될 것이다. 동영상사이트인 유튜브에서 ‘Samyang’나 ‘samyang challenge’로 키워드검색을 하면 40만개 이상의 동영상이 올라와 있는 것이 확인된다. 이 동영상 중 상당수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올린 것도 확인된다. 왜 매운 닭고기 볶음면이 이 지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을까?

한국할랄산업연구원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이들은 육류 중 닭고기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닭고기 요리를 할 때 선호하는 맛은 매운 맛을 가장 선호하는 것이 드러났다. 한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미고렝’이라는 볶음면이 매우 대중적인 음식 중 하나이다. 따라서 불닭볶음면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인들의 기호에 정확히 부합하는 음식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것이 이 지역에서의 불닭볶음면의 대성공을 설명하는 것이다.

불닭볶음면의 성공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가 없다. 필자가 올해 인도네시아 방문 시 만났던 한 대형마트의 구매담당자는 이에 대비해서 한국식품으로서 불닭볶음면의 뒤를 이을 제 2의 히트상품이 필요하다며 떡볶이가 유망할 것 같다는 팁을 줬다. 떡볶이는 우리나라의 가장 대중적인 음식의 하나로서 불닭볶음면의 매운맛 열풍을 이을 수 있는 식품이다. 말레이시아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는 78.6%가 떡볶이를 먹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중 92.5%가 계속 먹을 의향이 있다고 대답했다. 떡볶이를 집에서 만들어먹겠다는 대답도 82.1%에 달했다.

한국 식품에서 매운 맛의 원천은 고추장이다. 떡볶이도 고추장을 베이스로 한다. 한국할랄산업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인도네시아인들 중 88.7%가 떡볶이와 비빔밥 등 고추장이 들어간 음식을 먹어 본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45%는 고추장이 맵지만 맛있다고 대답을 했고 33.6%은 보통이다, 25.8%는 단순히 맵다라고 대답했다. 

고추장이 들어간 음식을 향후에도 계속 먹을 의향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87.1%가 있다고 대답했다. 75.8%는 고추장이 들어간 음식을 집에서 해 먹을 의향도 있다고 대답했다. 고추장을 산다면 고추장하고 떡볶이 떡을 같이 산다는 응답이 68.5%로 고추장만 사겠다는 응답 31.5%보다 높았다. 63.7%는 현재의 고추장 맛에 만족을 느끼고 있었고 16.1%는 단맛을 조금 더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와 같은 설문조사 결과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고추장에 대한 선호를 보여준다. 고추장은 이제 국경을 넘어 국제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것처럼 고추장의 소비는 떡볶이 떡 등 고추장이 활용되는 요리의 재료를 함께 사겠다는 의견이 거의 70%에 육박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말레이시아 소비자들의 경우에도 82.1%가 집에서 떡볶이를 직접 조리하여 먹을 의향이 있다고 밝힌 점을 감안할 때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떡볶이 가공식품 시장의 형성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현지에 수출되고 있는 포장떡볶이 제품은 냉장포장 형태와 즉석조리컵 형태로 나뉜다. 뿐만 아니라 즉석떡볶이 전문점 프랜차이즈도 출점하고 있다. 포장떡볶이 시장은 제품이 다양하지 않아 아직까지 라면과 같이 큰 시장을 형성하지는 못하고 있다. 삼양 불닭볶음면의 사례처럼 폭발적인 시장을 창출하려면 현지 기호나 문화에 최적화된 뭔가 혁신적인 제품 콘셉트가 도출되어야 한다. 

떡의 유통성이나 식감, 고추장 베이스의 소스, 포장 등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 특히 소스와 떡에 대한 할랄인증을 통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무슬림 소비자에게 어필해야 한다. 

특히 국내 생산자들인 소규모 고추장 제조업체나 소스 업체들과 떡볶이 떡 제조업체들이 수출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특히 이들 소규모 업체들은 자신들만의 레시피로 승부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고추장과 떡볶이 제품의 다양화에 기여를 함으로써 오히려 현지인들의 기호에 맞는 대박 상품의 출현이 가능해 질 수도 있다.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음식이 동남아시아에서도 큰 사랑을 받아 정부의 신남방정책의 성공에 마중물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