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7 (화)

식품

[황기자의 민낯 취재] 50년 된 '주세법' 개편하면 소주값 오른다?

"종가세 소주 값 묶어두고 안정적 세수 확보 위한 것...현재 국세의 1.5% 불과"
"국산보다 수입산 유리, 세금 폭탄 양질의 술 개발 기피 주류산업 발전 발목 잡아"
도수 구간 세율 적용 제안..."도수.주정별 세율 차등 적용 소주 세금 현 수준 유지"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50여년 된 낡은 제도다. 바꿔야할 필요성이 있고 과거와 달리 주세가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2% 밖에 되질 않는다. 하지만 심사숙고하고 충분한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국회 위성곤 의원)


"맥주는 싸지고 막걸리는 비싸질 것이다. 하지만 주류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주류세 개편은 필요하다. 종가세 옳다, 종량세가 옳다 따지기 보다 각각의 장.단점과 해외사례를 비교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전통주업계 관계자)

"종량제 도입이요? 가격이 올라가는 구조가 되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적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기존 출고가는 그대로인데 세금이 올라간다. 업계가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것처럼 비춰질까 우려스럽다."(주류업계 관계자)

현행 주류세제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계속돼 왔다. 현행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인데 정부, 업계 모두 개편을 해야 하는 데에는 큰 이견은 없다. 하지만 서민들이 많이 마시는 소주에 세금이 늘어나 소주 가격 상승으로 인한 국민적 반발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공통적인 우려다. 때문에 1968년 도입된 국내 주세법은 50여 년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 위성곤 의원 "현행 종가세 소주 값 묶어두고 안정적 세수 확보 위한 것"
국산보다 수입산에 유리한 구조...세금 폭증, 양질의 술 개발 기피 현상 초래

지난달 3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설훈) 국정감사에서 주류세 개편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서귀포시)은 현행 주류세 제도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위 의원은 "국내에서 주류세는 알코올 도수가 아니라 가격에 따라 매기는 '종가세'를 적용, 서민 술로 자리 잡은 소주 값을 묶어두고 안정적인 세금 수입도 확보하기 위해 1968년 도입됐다"고 설명하고 "현 종가세 체계는 국산보다 수입산에 유리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현재 종가세는 제조원가에 인건비, 마케팅비, 이윤 등을 모두 포함한 금액에 72%의 세금을 매기고 있어 양질의 원료로 술을 빚고 오래 숙성시켜 좋은 병에 담으면 출고가가 오르기 때문에 제조자가 내야 할 세금도 폭증, 양질의 술 개발을 기피하는 현상을 초래해 주류 발전에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주류는 다른 식품과 달리 기본적으로 주세율이 적용된 출고가격에 유통마진이 더해져서 결정된다. 출고가격은 제조원가에 주세, 교육세, 부가가치세가 합산돼 결정되는데, 탁주 5%, 약주 30%, 청주 30%, 맥주 72%, 소주.위스키.브랜디 72%의 주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주류세 인상 카드는 해마다 거론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현행 출고가격 기준인 종가세에서 알코올 도수 기준인 종량세로 개편하게 되면 알코올 도수가 낮은 맥주 가격은 내려가고 상대적으로 도수가 높은 소주 가격이 인상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소주에 붙는 세금이 최대 4배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주 가격은 2배 가량 오르게 된다. 소주의 세금 부담은 결국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서민 증세라는 비난 때문에 어느 누구도 쉽사리 나서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양주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소주는 국민 술이라 불릴 만큼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연간 소주 소비량은 2013년 80.1병에서 2016년 86병으로 국민들의 소주 사랑은 날로 높아져 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 국산 주류 수출액 제자리 걸음, 주류 수입액 30% 급증...수입맥주 급성장
주류업계 "업계가 가격 상승 주도하는 것처럼 소비자 오해할까 우려스러"

그렇다고 현행 주류세 체계를 그대로 둘 수 만은 없다는 것이 국회와 정부, 업계의 공통된 뜻이다.

위성곤 의원은 "국산과 달리 수입산은 포장재와 마케팅 비용이 빠진 수입신고가격에 세금을 매기고 있어 주류업체로선 국산술 개발보단 와인이나 맥주를 수입해 파는 게 훨씬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면서 "국산 주류 수출액이 제자리걸음 하는 사이 주류 수입액은 30% 넘게 급증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위 의원에 따르면 일본산 청주 수입량은 2014년 3322t에서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2015년 3405t으로 증가했다. 쌀 1㎏에 4L 안팎 청주가 나오는 것과 비교하면 매년 1000t에 달하는 일본 쌀을 국내 소비자가 사먹고 있는 셈이다.

국산 맥주나 수입 맥주나 주세율은 72%로 같지만 과세표준이 다르게 적용된다. 국내 맥주는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영업비, 마케팅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한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반면 수입 맥주는 마진 등이 붙지 않은 수입원가에 과세만 더해 세금을 매긴다.

수입 맥주에 유리한 구조는 수입 맥주 업계의 급성장을 불러 왔다.

관세청에 따르면 맥주 수입액은 2013년 8965만달러, 2014년 1억1169만달러, 2015년 1억4186만달러, 2016년 1억8156만달러를 기록, 올해 7월까지 총 1억4392만달러를 달성해 전년 동기 대비 51% 성장했다. 이는 2001년 이후 16년래 최고 성장률이다.

때문에 업계가 최근 맥주시장을 수입으로 전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해석도 적잖다. 

주류업계는 이에 대해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종량세로 개편하게 되면)가격이 올라가는 구조가 되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적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소주)기존 출고가는 동일하고 세금 때문에 가격이 올라가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업계가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것처럼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어 그 부분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 종량세는 수입맥주 공세에 맥주사업이 어려워 지는 상황이고 바꾸자니 소주사업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면서 "맥주 보다 소주가 국민들의 저항성이 큰 품목이기 때문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고 애로 사항을 전했다.



◇ OECD 29개국 '종량제' 채택...술 소비 억제 역할
음주 사회적 비용 연간 20조원 넘어, 절주정책 시급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9개국은 가격이 아니라 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를 채택하고 있다. 도수가 높은 술일수록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는 술 소비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독한 술을 많이 마실수록 세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20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의 절주 정책 추진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여기서 비롯된다.

위 의원은 "종량세를 통해 도수가 낮은 순한 술 중심으로 적게 마시게 유도하자는 인식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뿌리 깊게 박혀 있다"면서 "대부분 OECD 회원국은 종량세 대신 술의 가격에 따라 세금을 붙이는 종가세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종량세를 적용하는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멕시코, 터키, 칠레, 이스라엘 등 5개 국가 뿐이다. 한국은 주정(에탄올 성분으로 술의 원료)에만 ㎘당 5만7000원의 종량세를 적용할 뿐 나머지 모든 주류에 종가세를 적용하고 있다.

위 의원은 또 "한국에선 소주, 멕시코에선 ‘테킬라’, 터키에선 ‘라크’, 칠레에선 ‘피스코’ 등 도수가 높은 술이 전통주로 자리 잡고 있다"면서 "고도주(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 중심의 전통주 시장이 세금 때문에 위축되는 일을 막으려 종가세를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특히 한국에선 서민주로 자리 잡은 소주 가격 인상을 우려해 종가세를 유지해 왔다"고 주장했다.

위 의원은 독주를 전통주로 가졌지만 종량세를 채택한 국가로 일본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쇼주'나 '사케'처럼 도수가 비교적 높은 전통주를 둔 일본도 1990년 주세 체계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했다"며 "도수가 높은 술에 불리한 종량세를 시행한다고 해서 관련 산업이 가라앉은 전례도 찾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전통주 보호보다는 국민 건강을 앞세운 것이라는 것.

그는 "현 주세제도 도입 부분을 살펴보면 세수수입 목적으로 1968년 도입됐다"며 "한때 주세 수입은 '조세 원유'라고 할 만큼 비중이 컸지만 이젠 국세의 1.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세 체계도 세수가 아니라 전통주 진흥 차원에서 새로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저도주 소주 인기..."일본처럼 도수 구간 세율 적용하면 소주 값 상승 없다"
국회-정부-업계 "주류산업 발전 위해 개편은 필요, 충분한 논의 과정 필수"

종량제 도입을 망설이는 가장 큰 부분은 소주 값 상승이다.

이에 대해 위 의원은 일본처럼 도수 구간에 따른 세율 적용을 제안했다.

위 의원은 "도수와 주정에 따라서 세율을 차등하면 (소주의)세금을 현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며 "일본의 경우 알코올 도수에 따라서 13도, 21도, 37도 이런식으로 구간을 세분화해서 세금을 매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 소주의 경우 알코올 도수가 21도 미만이라면 킬로미터당 20만엔(약 195만원)의 세금을 부과하고 21도 이상이면 1도가 올라갈때 마다 20만엔에서 1만엔씩 붙는 방식이다"라며 "국내 소주는 과거 알코올 도수가 20도가 넘었지만 최근에는 20도 미만인 소주가 많이 나오고 있는 추세"라며 "그렇다 보니 종량세를 도입하고 도수별로 세금을 매기면 소주 가격이 증가하는 부분은 극히 드물 것이라는게 종량세 도입하고자 하는 분들의 논리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위 의원은 "(종량제 도입)분명 우려가 있는 것은 분명한 부분이다"면서 "때문에 기재부 차원에서도 장기적인 과제로 둔 것이다. 전통주 발전, 세수확보, 국민적 인식이 함께 가야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심사숙고 하면서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종량제로 가는 것은 맞지만 당장 급진적인 변화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바꿔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통주업계 관계자는 "(종량제로 개편하게 되면)현재 맥주 세금은 72%이고 막걸리는 5% 밖에 안된다. 때문에 맥주는 싸지고 막걸리는 비싸질 것"이라며 "실제 막걸리 제조 원가는 비싼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막걸리를 싼 술로 잘못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막걸리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막걸리 산업이 위축될 수 있어 우려스럽지만 주류산업 전반을 놓고 본다면 주류세 개편은 필요하다"며 "주종별로 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업계에 분분하지만 이것 또한 자유무역협정(FTA)에 저촉될 수 있는 부분이라 주류업계에서는 이 부분이 늘 딜레마이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 역시 "종가세가 옳다, 종량세가 옳다라는 식으로 단정적으로 하기 이전에 충분히 양쪽 제도에 대한 장.단점, 해외사례를 비교하고 분석, 검토한 후에 충분히 의견 수렴을 거쳐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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