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윤선 칼럼> 현대인의 허기; 음식 문맹자

현대인들은 ‘값싸고 빠르게 한 끼 때우는 삶’에 점점 익숙해 가고 있다. 끼니는 적당히 때우고 그 허기짐을 달콤한 간식이나 음료로 달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점점 가속도를 내면서 전 연령층으로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편의점 수가 매일 늘어나는 것도 바로 편의점에서 파는 간편식과 도시락 매출 증대와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 이제 가족들이 더 이상 엄마나 아내에게 먹거리를 의존하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다.


행인가 불행인가? 사실 가족들의 먹거리는 여자들의 숙명적인 멍에였다. 특히 반찬이 있어야 식사 구성이 되는 한식의 경우는 더욱 힘들었다.


그러나 집밥이 대량 생산형 간편식으로 대체 되고 있는 이 흐름! 한번은 짚어 봐야한다. 왜? 몸속으로 들어가는 먹거리는 바로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득실을 따져보자. 우선 득을 따져 보면 간편식은 무엇보다도 값이 싸다. 그리고 편리하다. 언제 어디서나 구입이 용이하며 혼자 먹기에 십상이다. 꺼내고 차리고 치워야하는 번거로움이 없으며 먹으면서도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시간이 절약된다. 바빠진 현대인의 삶을 정 조준해서 만들어진 간편식! 시대의 흐름이 아닐까?


실을 논하기 전에 당신 아들이 편의점의 가정 간편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고 생각해 봐라. 마음이 편하겠는가.


왜? 제대로 된 한 끼 식사가 안되기 때문일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 못할 것 같은 불안함이 있을 것이다. 맞다. 편의점 간편식은 말 그대로 간편하게 배고픔을 달래기 위한 목적이지, 영양소를 균형있게 제공하겠다는 엄두는 아예 접어 버린 가공 식품들이다.


가격 경쟁력, 가공 적성과 유통 조건을 만족시키기에 급급한 나머지 영양이나 건강은 아예 고려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서양식 패스트푸드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밥을 위주로 하는 한국형 간편식이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형 간편식은 더 건강한가? 단연코 아니다. 오히려 밥 위주로 한 끼 식사를 구성하다 보니 짠 음식들과 짝을 이루고 있다. 즉, 다른 영양소는 없고 열량과 나트륨만 있는 텅빈 음식들이다. 단지 가격이 싸고 편리하고 입맛에 맞다는 이유로 섭취해온 가정 간편식들이 현대병의 주범중 하나로 합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슬로우 푸드 문화원 이사장인 김 종덕 교수는 현대인의 대부분이 ‘음식 문맹자’로 자신이 먹고 있는 음식에 대해 무지하며, 음식이 우리의 생명과 환경에 직결 되는데도 그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야생 침팬지 연구가로 유명한 영국의 제인 구달 박사는 ‘희망의 밥상’이라는 저서를 통해 현대인의 먹거리가 자본의 탐욕에 의해 얼마나 오염되어 가고 있는지를 샅샅이 보여주며, 어떻게 먹는 것이 건강과 환경을 지키고 생명을 존중하는 길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풍요롭고 편리한 먹거리 환경 속에서 오히려 현대인들은 허기를 느낀다. 먹어도 무언가 부족한 것 같아서 또 먹고 마시고, 이러한 현대인의 허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몸이 원하는 음식,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들이 채워지지 않기 때문에 몸이 보내는 신호가 아닐까?


그 몸의 신호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하여 우리는 음식 문맹으로부터 탈출해야한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우리 조상들이 지켜왔던 음식에 대한 철학, 조리법, 엄마들이 차려주었던 바로 그 밥상 거기에 해답이 있다. 혼자 하기 힘들다면 이웃과 함께하는 공동체 부엌, 소셜 다이닝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You are What you eat’라는 영양학 교과서의 첫 문구가 명언으로 새삼 가슴에 다가오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