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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 칼럼> 식약처의 뒷북 행정 개선해야

요즘 식품의약품안전처(약칭 식약처)는 속된 말로 ‘죽을 맛’일 것이다.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살충제 계란, 유해물질 생리대, E형 간염 소시지와 같은 이슈의 공통분모는 식약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임 식약처장에 대한 자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니 설상가상이다.


일련의 이슈에 대해 식약처 공무원들은 아마도 “수없이 많은 식약에 수없이 많은 성분이 들어가는데 어떻게 일일이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나?”라는 볼멘소리를 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시중에 유통되는 식품 및 약품 전체를 대상으로 성분의 안전성을 확보할 인력도 예산도 충분히 따라주지 않기 때문에 일견 맞는 말처럼 들린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부족한 인력과 예산을 충분히 지원해야 하는 과제는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들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기 전에 이미 시민단체 등에서 안전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식약처에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안이하게 대응한 것은 어떠한 이유로든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살충제 계란에 대한 위험성은 1년여 전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문제가 제기 됐지만 식약처에서는 이를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한참 살충제 계란이 뜨거운 이슈가 됐을 때도 우리나라에서는 안전하다고 서둘러 섣부른 발표를 했다. 우리보다 더 엄격한 식품안전의 기준을 가지고 있는 유럽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다면 더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응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식약처 공무원들의 관료주의적 안이한 사고방식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유해물질 생리대는 어떤가? 이 문제 역시 시민단체에서 문제제기를 했지만 식약처에서 깔아뭉갠 것은 이미 언론을 통해 다 알려진 사실이다. 게다가 유해물질 생리대로 인해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하고 시민단체에서 생리대 전수조사를 요구했지만 식약처는 이마저도 거부했었다. 그러나 결국은 시민단체의 요구대로 전수조사에 착수하지 않았나? 이러한 과정을 보면 국민들의 식약처에 대한 불신은 당연해 보인다.


감염 소시지 문제를 보자. E형 감염 소시지 우려 역시 이미 오래 전에 드러났다. 식약처에서는 대책을 세우겠다는 보도자료 까지 배포해 놓고 우선순위나 예산 문제를 이유로 미루고 있다가 결국 사회적으로 또 다시 문제가 불거졌고, 식약처는 과거와 거의 유사한 보도자료를 또 내놨다. 이번에는 그 약속이 이뤄질까?             


이러한 일련의 세 가지 사태에서 식약처의 ‘뒷북 행정’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항상 문제가 발생한 뒤에야 대책을 강구하느라 바쁘다. 시민단체가 검사를 해서 문제가 있다고 발표하고 언론에서 이슈화를 시킨 뒤에야 발 벗고 나서는 것은 전형적인 뒷북 행정이다. 만약 이러한 일이 없었다면 아직도 잠자코 있었을 것이며, 국민의 건강은 계속해서 심각해지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 국민이 관련 당국보다 시민단체를 더 신뢰하는 이유가 여기 있지 않은가? 아니, 시민단체와 같은 검사를 기대하기보다 어쩌면 차라리 시민단체에서 발표했을 때라도 즉각적으로 대응해 주기를 바랄지도 모르겠다. 


식품안전에서 있어서 뒷북은 국민의 건강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식약처는 사전 예방 강화에 총력을 기울임으로써 건강위협 요소를 철저하게 제거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위해 요소를 파악하고, 생산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건강을 위협하는 모든 요소를 점검함으로써 처음부터 이러한 성분이 포함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시민단체와 공조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식약처의 허둥지둥, 섣부른 대응도 개선돼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일련의 사태에서 식약처의 대응은 과연 식약안전에 대한 전문가 집단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허둥지둥 하며 설익은 검사결과로 식품안전에 대해 국민의 불신을 키운 것은 어떠한 변명도 통할 수 없다. 단순히 그 순간만을 모면하기 위해 부정확한 정보를 발표해서는 안된다. 차라리 국민의 요구대로 발 빠르게 조사에 착수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류영진 식약처장의 자질 논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처장 하나 바꾼다고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태로 인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많은 비판을 통해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결에 대한 동기부여는 충분히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