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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자의 민낯 취재] "소송 대상이 없어요"...식품사고 소비자 보상은

"국내 입증 책임 소비자에게 사실상 보상받기 힘들어"
소비자단체, 제조물 책임법 강화.집단소송제 도입 촉구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소송을 한다고 보상 받을 수 있을까요? 얼마나 받을지도 모르고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는데..."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계란을 환불을 하러 온 소비자 A씨의 말이다.


살충제 계란 사태로 온 나라가 떠들썩지 15여일이 지났다. 정부는 지난 14일 첫 검출 이후 1239개 농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마치고 부적합 판정을 받은 52개 농장의 계란은 전량 폐기했다. 적합판정을 받은 계란은 다시 판매가 재개됐다. 성인은 하루 계란 126개까지 먹어도 된다며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고도 발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24일 응급조치는 일단락됐다며 계란 파동의 완전한 종식을 위해 꼼꼼하게 끝까지 살피겠다고 밝혔다.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에서도 소비자 피해 보상 구제책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소송 대상이 없어요. 정부 발표가 날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친환경 약속을 지키지 않은 농장과 거짓으로 인증을 해 준 기관을 대상으로 '부당이득반환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추진에 나섰지만 소송 대상조차 좁혀지지 않아 속수무책인 상태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 관계자는 "정부가 1차 조사는 마쳤지만 농가들이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소송 대상이 아직 명확하게 나오지 않아서 정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가 자료를 안 내놓고 있어 답답하다"며 "릴리안 생리대 사태처럼 회사가 명확하면 그나마 다행인데 이번 건은 장기전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강화되고 집단소송제가 하루 빨리 도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환경에서는 현실적으로 소비자들이 법적으로 보호받기 힘들다는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법률사무소 서화 임성욱 변호사는 "식품이나 생리대라던지 제조사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소비자가 성분에 대한 문제점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증명 됐다하더라도 제조사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2단 책임이 있다. 이 과정이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집단소송을 많이 진행한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또 "고의성까지 입증이 된다하더라도 실제로 입은 손해를 또 입증하기가 힘들다"면서 "중간에 개입될 수 있는 상황이 많아 해당 제품으로 인해 이 증상이 나타났는지를 입증하기가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의 경우 인과관계 단절을 사실상 추정해 주는 제도도 있고 법리상 추정도 많이 해준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 손해배상액이 굉장히 크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단체 "제조물 책임법 강화하고 집단소송제 도입해야"


때문에 소비자단체에서는 '제조물 책임법'의 강화와 '집단소송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제조물 책임법은 제조물로 인해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회사가 면책사유를 증명하지 못하면 무조건 손해배상을 책임지는 제도로 국내에도 도입이 돼 있지만 그 범위에 농축산식품이 포함돼 있지 않아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집단소송제는 기업이나 정부가 부당행위로 인한 특정 피해자가 소송에서 이기면 나머지 피해자도 모두 배상받는 제도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집단소송제 도입을 공약한 바 있다.


박명희 소비자와 함께 공동대표는 "정부가 제조사에 대해 감시했다고 해서 약간의 벌금을 내고 사건이 끝나는 이런 것들이 다반사다"라며 "소비자 관련 제조물 책임법이 더 엄격하게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공동대표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법적으로 소송을 하더라도 현재는 소비자가 보상을 받기가 어렵다"며 "미국의 경우는 입증 책임이 기업에게 있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해진다면 보상한도가 엄청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번 문제가 터지면 기업이 휘청거릴 정도가 되니까 평소에 엄격하게 관리하고 주의를 한다"면서 "새 정부가 집단소송제를 통과시키겠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아무것도 통과가 안된 상황이다. 하루 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