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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자의 민낯 취재] 멜라민 분유 파동 데자뷰...축산물 안전관리 어디로

식약처 권한 강화 법안 잇따라...관리.감독 농식품부 위탁 규정 삭제법안 발의
이 총리 과거 발언 "농식품부 맡는 것이 타당"...축산업계, 농식품부로 일원화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분유는 식약청 소관이 아니고 이유식 관련은 식약청 소관이라..", "농식품부가 발표했듯 시중 유통제품 중 분유, 치즈 등은 농식품부가 수거검사하고 있다"며 "우리 관할이 아니기 때문에 검사현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지난 2008년 중국에서 시작된 멜라민 분유 파동 관련 당시 식약청 브리핑 내용이다. 당시 식품관리 체계는 식약청과 농식품부로 이원화 돼 있어 발빠른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비난과 함께 당시 청장이였던 윤여표 식약청장의 사퇴요구가 거셌다.

그로부터 약 9년. 유럽발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농식품부와 식약처가 위기관리능력 부재 위기에 직면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식약청을 처로 승격시키면서 식품안전관리 체계를 식약처로 일원화 시켰지만 상황은 별반 다를 바 없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격론이 한창이다. 지난 정부때 식약처로 넘어간 축산물위생관리 업무를 다시 농식품부에 환원해야 한다는 의견과 식약처로 완벽하게 일원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농장.도축장.집유장 등 관리.감독 농식품부 위탁 규정 삭제법안 발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서울 성북을)은 계란 등 축산물 위생.안전관리 전 과정을 식약처로 일원화하는 '축산물 위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28일 대표 발의했다. 생산 단계는 농식품부, 유통 단계는 식약처로 이원화돼 있는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식약처가 농장과 도축장, 집유장 등 생산시설의 관리.감독을 농식품부에 위탁하도록 하는 규정을 삭제했다. 현재 정부조직법, 축산물위생관리법 등에 따르면 식약처가 식품 안전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돼 있다. 하지만 생산 분야 실제 행정은 업무위탁방식으로 농식품부가 맡고 있다. 

2013년 식약청이 처로 격상되면서 식품 안전관리 일원화를 위해 각 부처로부터 관련 업무들을 이관 받았지만 부처간 이견 등 각종 이유로 농축산물의 안전관리를 위한 검사조직 등이 이관되지 않아 아직도 농식품부가 실제 행정을 하고 있는 것.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할 식약처는 현장 농가에 대한 통제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기동민 의원은 “살충제 계란 사태가 국가식품관리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식품안전 컨트롤타워라는 식약처 설립의 취지, 농축산업 육성(농식품부)과 규제를 통한 국민안전관리(식약처) 주체는 구분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식약처로의 안전관리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완전한 일원화'는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식약처는 산란계 농장을 검사할 인력과 권한이 없다보니 컨트롤타워로서의 한계를 드러냈다.

위탁 업무의 특성상 식약처가 농식품부에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책임 져야하지만 두 기관간 협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상대 부처가 발표할 내용이라며 제대로 된 정보 공개에 소홀했고 한 곳이 발표한 결과를 추후 번복하는 등 국민 혼란을 가중시켰다. 

"위탁규정 없애 놓고 본격적으로 논의해보자"
검사조직 이관 예산낭비 농식품부로 환원 촉구

기동민 의원이 이날 발의한 '축산물 위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세부적인 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식약처로의 완벽한 일원화를 위해서는 농축산물의 안전관리를 위한 검사조직 등이 함께 이관돼야 한다. 여기에 농축산물의 원산지 표시 단속 권한도 부여돼야 한다. 현행법은 해당 권한을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시.도지사에게만 부여하고 있다. 

때문에 관련 업무를 농식품부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검사조직을 이관하거나 새롭게 식약처에 검사조직을 만든다는 것이 예산 낭비라는 것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의원은 "실무와 권한이 부처별로 분리되면서 관련 법령 정비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최소한 복잡 다양한 축산물 만큼은 선진국처럼 농장에서 식탁까지 일괄적인 관리를 통해서 효율적으로 관리를 해야 오늘날 업무공백에 따른 살충제 계란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농식품부로의 일원화를 주장했다.

기동민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축산물 위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농식품부 위탁 규정을 없앤 것"이라며 "법이 논의되면서 다양한 주장들이 나올 것이다. 일단 위탁규정을 없애 놓고 본격적으로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법안 식약처에 힘 실어...이 총리 과거 발언 "농식품부 맡는 것이 타당"

현재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들은 식약처에 권한을 주는 법안들이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서울 송파병)은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단속 권한을 식약처에도 부여하는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지난 5월 발의했다. 

남 의원실 관계자는 "현행법은 원산지 표시대상 농수산물이나 그 가공품의 조사권한 또는 원산지 표시위반에 대한 교육이나 처분 등의 권한을 농식품부, 해양수산부, 시.도지사에게만 부여해 위반을 발견해도 모른척 할 수 밖에 없다"며 "일원화를 위해 그동안 미뤄왔던 부분을 해결하고자 한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서울 송파갑)은 지난해 12월 9일 '축산물위생관리법'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법률안은 농장에서 생산한 식용란을 전문적으로 검란.선별.포장 등을 하는 식용란선별포장업을 신설하고 해당 영업은 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또한 계란의 안전한 유통관리를 위해 계란 생산자는 출하 시 산란일자 등 관련 정보를 기재한 거래명세서 발급을 의무화하고 검사관 또는 관계 공무원이 식용란 생산농장에 출입해 식용란을 검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박인숙 의원실 관계자는 "(생산농장 출입 식용란 검사 관련)여기서 관계 공무원은 식약처 공무원을 말한다"며 "바른정당에서는 당 차원의 중점 법안으로 조속히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일원화 가능성과 시기, 어떤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축산업계는 축산식품은 일반식품과 달리 방역과 위생의 통합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농장에서 식탁까지 농식품부로 완전하게 일원화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이런 업계의 의견을 무시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낙연 총리 역시 축산물 안전관리업무를 일원화 해야 한다는데 동감을 표했다. 이 총리는 지난 21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과거에 축산 진흥과 안전 업무는 구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안전관리 업무를 분리했지만 현재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 축산업의 진흥은 없다는 것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상 업무 효율성이 높다면 당연히 통합해서 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리는 과거 국회의원 시절 식품의 안전에 관한 업무까지 농식품부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 당시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이였던 이 총리는 인터뷰에서 "멜라민 사태에 관해 농수위에서 두 차례에 걸쳐 다뤄본 결과 멜라민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없는 등 식품안전체계가 엉성하기 짝이 없다”면서 "식품의 안전에 관한 업무까지 농식품부에 맡기는 것이 더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국회 복지위 한 관계자는 "이번 살충제 계란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법 제도적 보완책이 따라줘야 한다"면서 "사태가 이렇게까지 벌어졌는데 보완책 없이 이 사태를 넘어갈 수 없을 것"이라며 일원화 가능성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