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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 칼럼> 의사가 영양학 모르면 영양학자가 의사 노릇할 것

1975년 미국 제38대 포드 대통령은 미국 인구의 3분의 2 이상이 성인병으로 고통을 받게 되자 병의 원인을 밝히기 위하여 ‘국민 영양 및 의료 문제 특별위원회’를 설치한다. 상원의원 맥거번을 위원장으로 전 세계 280명의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초대형 다국적 공동연구가 2년간에 걸쳐 수행되었다.


그 결과 발표된 5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는 19세기 말부터 당시까지의 식생활 변천과 질병과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추적하였다.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지역의 식생활과 질병 패턴까지 연구 분석한 자료로서, 20세기 위대한 문명사적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방대한 연구의 핵심은 현대로 갈수록 질병의 원인은 세균에 의한 전염병이 아니라, 잘못된 식습관, 한마디로 ‘식원병’(食源病)이라는 것이다.


이 연구는 미국인들의 그릇된 식생활이 미국을 질병 일등국으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청소년들의 비행을 부추겨 범죄 일등국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까지 밝혀내었다.


또한 영양문제에 문맹인 현대 의학으로는 현대병을 고칠 수 없으며 ‘오늘의 의사가 영양학을 모르면 내일은 그 자리를 영양학자에게 넘겨줘야 한다’고 비판하였다.
 

이렇게 질병의 원인을 규명한 결정적 보고서가 나왔는데도 미국병은 고쳐지기는커녕, 미국은 이 병을 전 세계로 전파시키고 있다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의 패스트 푸드와 가공 식품이 들어간 나라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 미국병에 걸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진정 없는 것일까?


수년전부터 하바드 의과 대학은 미국 유명 조리학교인 CIA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와 공동으로 ‘Healthy life, Healthy kitchen’이라는 슬로건으로 워크샵을 하고 있다.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의사들이다. 바쁜 일정의 의사들이 며칠씩 여기서 영양학 강의를 듣고 조리 실습을 한다.

 
그곳에서 만난 의사들은 한결 같이 자기 환자의 대부분이 약이나 주사, 수술로 치료할 수 없기에 이곳에 왔노라고 했다. 왜 의과대학에서 식품 영양학을 가르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여기서 배운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하루 빨리 자기 환자들을 치료해야겠다는 열기가 대단했다. 바로 현대병의 대부분이 잘못된 식습관에서 비롯되었다는 맥거번의 외침이 들리는 현장이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워낙 전통적인 식생활 기반이 강해서 미국의 바람에도 끄떡 없을줄 알았다. 모든 게 다 변해도 먹는 것만은 보수적이라 쉽게 변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렇게 마음을 놓고 있는 사이 내 아들, 딸들의 몸매가 달라지고 있었다. 가족끼리의 밥상을 마다하고 밖으로 나돌면서 무얼 먹고 다니는지 알 수가 없다.


이제 내 자식들의 식생활 관리는 엄마가 아닌 외식업체와 식품회사가 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늘어나는 편의점은 가정 간편식이라는 미명하에 집밥을 밀어내고 있다.


온갖 방송과 SNS 매체에서는 건강식품 이야기가 난무한다. 미국 MD 앤더슨 김 의신 박사는 한국인들은 영양식보다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에 매달리고 있어서 치료하기가 가장 힘든 국민이라고 한다.

 
진실보다 ‘카더라’ 통신이 지배하는 사회, 언젠가부터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 되었다. 유행하는 뜬소문으로 더 이상 우리의 건강과 밥상을 흔들지 말았으면 한다. 아니 우리의 건강 밥상 문화로 세계인의 건강에 기여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자신있게 세계로 향해야 할 때다. 한식의 본 모습이 맥거번 보고서가 지향하는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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