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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반쪽짜리 식품안전컨트롤타워가 '계란파동' 불렀다

식약처 승격 5년차...농축산물 안전관리 여전히 이원화
농식품부 위탁관리 방식...안전관리 사각지대 발생 우려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국내산 달걀은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는 발언이 5일 만에 대국민 사기극으로 판명이 났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목표인 먹거리 안전 국가 책임제를 제대로 정착시킬 수 있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논란에서 증폭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식약처는 아무런 대책을 수립하지 않고 있다. 국민에 생명과 관련된 민감한 사건에 대한 대책 마련은 뒤로 한 채..."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쏟아지는 비난의 말들이다. 처 승격 5년이 되도록 아직도 식품안전 컨트롤타워로서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2013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독립부처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승격됐다. 처로 승격되면서 식품.의약품의 안전을 통합관리하고 정책 수립까지 가능해져 먹거리 안전의 주무 부처로 강력한 규제권을 행사할 것으로 기대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수축산물 위생안전 분야의 기능과 조직이 이관됐고 보건복지부가 가졌던 식품안전 정책 부문도 가져왔으니 최고의 식품안전 컨트롤타워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처 승격 5년차에 접어들면서 식약처의 존재감 마져 흔들리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햄버거병, 용가리 과자, 살충제 계란 사태가 연달아 벌어지면서 더 짙어지고 있다.



지난정부서 이미 지적...알고도 막지 못했다? '살충제 계란 파동'

2016년 10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식약처 국정감사장.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계란에 대한 식약처의 관리감독 시스템이 전문하다고 지적했다.

기 의원은 "일부 계란농가에서 닭의 진드기 발생을 막기 위해 맹독성 농약을 닭과 계란에 살포하고 있다"며 "현행법은 진드기 퇴치를 위해 빈 사육장에 농약을 뿌리도록 하고 있지만 실상은 번거롭다는 이유로 닭과 계란이 있는 상태에서 살포하는 농가들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손문기 식약처장은 "계란 관련 안전관리 대책 수립에 지적사항을 반영해 곧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1년이 다 되도록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계란 생산 단계의 안전을 책임지는 농림축산식품부나, 유통과 소비 단계의 안전을 맡고 있는 식약처나 수수방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일련의 사태에서 보여준 모습은 잘못된 정보를 발표하는 등 부처 간 엇박자로 허술한 위기관리 대응으로 혼선만 부추기며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두 부처가 손 놓은 사이 2017년 8월 대한민국은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들썩이고 있다. 농약성분인 피프로닐(Fipronil)과 비펜트린(Bifenthrin) 등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장이 전국적으로 49곳이다. 부실검사 논란까지 빚으면서 정부가 420개 농장에 대해 보완 조사를 결정한 만큼 이번 파동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피프로닐, 비펜트린은 독성이 매우 높고 열에 가해 익혀도 사라지지 않는다.

피프로닐은 동물의 기생충 치료에 사용되는 살충제 성분이다. 체내에 침투하면 신경전달물질(GABA) 수용체와 결합함으로써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신경을 흥분시켜 죽게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프로피닐을 중등도 위험물로 분류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이미 사용을 금지했다. 사람이 노출될 경우 구토, 두통, 복통 등을 겪을 수 있다. 장기간 반복 노출되면 신장, 신경계에 위협적이다. 



반쪽짜리 식품안전컨트롤타워...농축산물 안전관리 여전히 이원화

식품안전 일원화는 2004년 불량 만두소, 2005년 기생충알 김치 파동 이후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후 부처 간 힘겨루기 등 상당한 진통 끝에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처로 승격됐다.

그 이전에는 식품안전업무가 식약청, 농림부, 해양수산부, 국세청, 교육부 등 7개 부처로 분산돼 있었다. 때문에 식품사고가 발생하면 어느 단계에서 어떻게 유입됐는지 역추적이 어렵고 사후대책도 중구난방식으로 마련됐다.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식품안전 관리를 일원화하면서 식약처가 농식품부의 위생.안전관리 업무를 흡수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식약처 소관이 됐지만 실제 행정은 그대로 농식품부에 남았다. 농축산물 안전관리를 위한 검사조직 등이 식약처로 이관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보니 실제 행정은 농식품부가 위탁관리 방식으로 하고 있다. 

식약처는 현재 농축수산물의 원산지 허위 표시 등 불법 행위를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현행법은 해당 권한을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시·도지사에게만 부여하고 있다. 실제 이번 계란파동에서도 식약처는 산란계 농장을 검사할 인력도 없거니와 권한도 없다.

말 그대로 반쪽짜리 식품안전컨트롤타워다. 이 같은 이원화된 안전관리 체계로는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고 안전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국회에서는 지난 5월 식약처에 원산지 표시 단속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식품접객업(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 집단급식소 조리식품의 원산지 표시 등의 조사 또는 그 위반에 대한 처분 및 교육, 원산지 표시 위반에 대한 과징금, 과태료 부과 권한 등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도 부여하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발의 했다.

C&I(Communication & Issue)소비자연구소 조윤미 대표는 "농축산식품안전관리와 검사, 검역이 식품안전컨트롤타워 기능을 하기로 한 식약처로 제대로 이관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위탁방식으로 남아있게 되면서 식약처로의 격상과 통합된 식품안전관리 체계 구축은 미완성인 채로 현 정부로 넘어왔다"고 말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생산부처인 농식품부가 동물의약품 등 식품안전관리업무를 관장해서는 안된다"면서 "농식품부 입장에서는 농가에 부담을 주는 관리는 힘들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식품안전행정의 일원화가 제대로 확립돼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