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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자의 민낯 취재] 살충제 계란 전수검사 결과까지 8시간? "현실적으로 불가능"

부적합 농가 하루 만에 31곳 늘어..."유통경로 파악 조차 안되면서 통제 가능하냐"
전수조사 샘플링 헛점..."조사 담당자 아닌 마을 대표가 특정 장소에 모아서 제출"
수거→전처리→질량분석...전처리만 3~4시간, 분석기 워낙 고가 1~2대 정도만 보유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온 나라가 들썩거리는 가운데 정부의 살충제 계란의 전수조사에 헛점이 드러났다.


정부는 17일까지 '살충제 계란' 산란계 농장 전수검사를 완료하고 안전한 계란을 시중에 유통하겠다고 국민 안심에 나섰다. 그러나 전수조사의 표본추출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살충제 계란 대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더니...살충제 계란 농가 하루 만에 31곳 늘어

살충제 계란을 생산한 농가가 6곳에서 하루 만에 총 31곳으로 늘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17일 오전5시 기준 산란계 농가 1239호 중 876개 농가 검사를 완료한 결과, 25개 농가가 추가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경기 남양주시.광주시를 시작으로 6개 농가의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데 이어 강원, 춘천, 전북, 전남 등으로 살충제 계란을 생산한 농가는 총 31곳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김영록 농식품부장관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오늘까지 전수조사 검사를 완료하고 안전한 달걀만 유통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이낙연 국무총리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계란의 유통경로는 완전하게 포착된다. 이번 파동은 충분히 통제될 수 있다. 빠르면 모레 오후쯤엔 안전한 계란의 전량이 유통된다"고 진화에 나섰다. 

살충제 계란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정부의 이 같은 행보는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전날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여야 의원들은 정확한 유통 경로를 파악조차도 하지 못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질타했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이낙연 총리가 국무회의에서 '몇일 안에 이 문제를 충분히 관리 가능한 상태로 된다'고 발언하고 그 이유는 '계란은 생산과 유통과정이 거의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어서 AI 등 다른 문제보다는 더 쉽게 통제될수 있는 사안이다'라고 했다"면서 "(살충제 계란)어디로 유통됐는지 조차도 파악이 안되는 상황에서 가능하다고 보느냐"고 류영진 식약처장에게 따져 물었다. 류 처장은 정확한 답변은 하지 못한 채 "식약처에서 총 동원돼 추적을 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 전수조사 샘플링 헛점..."마을 대표가 달걀 가지고 오라고 해서"

농식품부와 식약처는 산란계농장 전수검사 결과 8월 17일 05시 기준으로 적합 판정을 받은 847개 농가는 전체 공급 물량의 86.5%에 해당되고 시중 유통을 허용, 금일 중에 전수조사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5일부터 3일 만에 신속으로 이뤄진 전수검사에 문제점이 발견됐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현안보고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은 "3일만에 전수조사를 마치는 것에 대해 검사의 정확성이 의심스럽다"면서 "실제로 검사를 받은 농장주에 따르면 현재 전수조사라는 것이 담당 직원이 샘플링 하는게 아니라 마을 대표가 달걀 가지고 오라고 해서 조사가 이뤄진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계란에 대한 시료 채취는 일반란의 경우 '식용란 미생물 및 잔류 물질 등 검사 요령'(식약처 고시), 친환경계란의 경우 '친환경 농축산물 인증 세부실시 요령'(농관원 고시)에 따라 실시하고 있다. 시료채취는 모집단을 대상으로 대표성을 갖도록 Z 또는 W자형의 방식으로 6개 지점 이상을 선정해 수거 하고 외관 및 냄새 등으로 특별히 의심스러운 것이 있는 경우 우선 수거도 가능하다.

이번에 문제로 지적된 것이 시료 채취다. 조사 담당자가 직접 농장을 방문해 샘플링을 하지 않고 계란을 해당 마을의 특정 장소에 가져다 두는 방식으로 검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전수조사 검사 결과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철민 의원은 "이런 조사 방식이라면 우리농장은 살충제 썼으니 옆에 농가는 살충제를 안 썼으니 옆에 농가에 있는 계란을 가져다 낼 수도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김 장관은 "신속하게 했지만 정확하게 하고자 노력했다"면서 "표본추출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121개소에 대해서는 재검사를 지시했다"고 답했다.

국민의당 정인화 의원은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전수검사 과정이나 방법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밤낮없이 닥치는대로...검사 결과까지 8시간? 현실적으로 불가능"

현장의 분위기 역시 무겁다. A지자체 성분분석팀 관계자는 "(살충제 계란 검사 소요시간)현재 언론에 알려진 시간은 8시간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수거를 하고 실험실에 도착하면 전처리 과정을 거친다. 전처리 과정 후 LC/MS/MS 질량분석기에 넣어 분석이 들어간다. 이게 아무리 빨리 돌아가도 이틀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처리 하는데만 3~4시간이 걸린다. 전처리가 끝나서 검사에 들어가면 6시간 정도 장비를 건드릴 수 없다"며 "중간에 분석기를 중단시킬 수 없기때문에 들어오는 대로 성적을 내고 그 사이에 들어오는 것은 홀딩된다. 그러니 2~3일씩 걸린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장비가 워낙 고가이다 보니 전국 어떤 검사기관도 보통 1~2대 정도 가지고 있다"면서 "국가 기관은 보유하고 있지만 민간 검사기관은 없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최대한 빨리 성적을 내라고 지시도 내려 오고 국민들이 불안해 하기 때문에 밤낮없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실험을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정부기관 분석팀 관계자 역시 "새벽에도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시료 채취해서 결과까지 최소 2~3일은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민간이 의뢰하는 건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