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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위기의 육계산업 탈출구 찾을까...관건은 '소통'

"거래상지위남용, 부칙 등 농가 불리한 계약" vs "농가협의회 구성 계열업체는 문제 없어"
미국, 브라질 등 전세계적 수직계열화 추세....'생산성↑', '농가소득.소비자 가격 안정'
'계열업체 평가제' 도입, 주기적 평가 등급 공개...소규모 영세 계열업체 부당행위 근절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갑을 논란'에 휩싸인 육계 계열업체와 위탁사육 농가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 양적.질적 측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일궈내며 유망산업으로 불리던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특히 육계산업 주체간의 불신과 갈등으로 부정적인 산업으로 낙인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대한양계협회 육계위원회가 국내 육계 위탁농가를 대신해 A사를 거래상 지위남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부터 고조되기 시작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지난 겨울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로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 심리를 더욱 움츠려들게 할지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소비 심리 위축으로 사육수수 감소, 이로 인한 농가의 사육회전수 감소로 이어져 농가 소득 저하로 이어지는 부정적 영향을 주는 형상이다.

내홍이 깊어지자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축산계열화 사업자대표자들이 14일 한자리에 모였다.

"농가협의회가 구성된 계열업체는 문제가 없다"

축산계열화 사업자대표자들은 이날 서울 양재동 소재 aT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그동안 소규모 영세 계열업체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육비지급 지연 및 미지급, 농가 가공공제보험금.AI 살처분 보상금 계열사 편취, 거래상지위남용, 갑질 등 일부 문제점을 마치 주요 계열업체 전체의 문제로 부각돼 육계계열화사업 전체가 심각한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대한양계협회 육계위원회는 업체가 위탁 사육농가에 적정한 대가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A사를 거래상 지위남용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번 공정위 신고의 주요 골자는 상대평가방식. 양계협회는 위탁농가와의 계약의 불공정성도 문제로 삼았다. 계열업체가 육계계열 사육계약 표준계약서와 별도로 부칙과 특약 등을 통해 농가에게 불리한 계약을 강요해 왔다는 것이다.

양계협회 입장은 완강했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현재 공정위가 자체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상대평가 뿐만 아니라 계열화사업 문제점에 대해 공정위를 통해 공정성 여부를 짚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계열업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계열업체에 따르면 사육표준계약서에는 출하후 25일 영업일 이내에 사육경비를 지급하도록 돼 있다. 대부분의 계열사들은 출하 25일 전후로 경비를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유통업체나 영세계열업체와 계약하고 있는 사육농가는 경비지급이 늦어지거나 계열회사 파산 등으로 사육경비 전체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중견 닭고기 생산업체 청정계 부도로 100여명이 넘는 위탁사육 농가가 사육비를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가축공제보험금.AI 살처분 보상금 편취 부분도 오해라고 일축했다. 대부분 계열업체는 보상금 수령에 대한 오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사육농가의 모든 보상금 수령은 농가에서 100% 직접 받아 회사로부터 외상으로 구입한 병아리와 사료대금의 미 상환 대금만을 상환하는 정산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육계농가 95% 이상 계열화...'생산성↑', '농가소득.소비자 가격 안정' 성과
미국, 브라질 등 전세계적 수직계열화 추세...제품공급 효율성↑, 맛.질 평준화 성공

국내 육계농가의 95% 이상은 계열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계열화사업은 1980년대 후반부터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이후 1990년 조합형태와 기업형태가 등장하면서 통합 경영체계가 정착됐다. 이때부터 농가단위에서는 사육규모의 전업화와 대형화가 시작됐으며 계열화 생산업체가 늘면서 전체 육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계열화 생산 물량이 점유하게 됐다. 

계열화사업이 도입되기 전 국내 육계산업은 농가에서 병아리, 사료를 시세로 구매해 사육한 생계를 시세로 유통상인에게 판매하는 구조로 생계시세 폭락시 양계장을 버리고 야반도주하는 전형적인 투기산업이었다. 수직계열화사업이 정착되면서 육계산업은 농축산업 중 가장 안정되고 고소득을 올리는 산업으로 발전했다.

계열화사업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히는 것은 '생산성 증가'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 결과, 계열화 농가의 생산지수는 비계열화 농가보다 그 증가 폭이 컸다. 계열화 농가는 2000년 203.5에서 2013년 294.0으로 크게 증가했다. 또한 육계 산지가격을 상승시켜 농가소득을 안정시키고 계열화 관련 법률 제정 이후 '사육비 정산기준 준수', '사료 품질', 병아리 품질', '입추 간격', 등 긍정적인 변화가 이뤄졌다.

닭고기 소비자가격 안정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최근 10년 평균 닭고기 도매가격은 3222원으로 가격 변동이 거의 없다. 이같은 소비자 가격안정은 국산 닭고기 자급율 유지에도 영향을 줘 최근 10년 평균 자급율이 84%로 돼지고기 75.5%, 소고기 46%에 비해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브라질, 태국 등 세계 주요 경쟁국에서도 수직계열화사업을 채택하고 있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 수평계열화방식을 운영하고 있으나 이는 협동조합을 바탕으로 이룬 성공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내 상황과는 다르다는 말이다.

닭고기 최대 생산국인 미국은 1950년대부터 수직계열화를 운영하고 있다. 1960년대부터 수직계열화가 가속되면서 현재는 전체 닭고기 생산량의 95%가 계열화를 통해 생산된다. 수직계열화를 통해 미국은 제품 공급의 효율성을 높이고 맛과 질의 평준화에 성공했다.



계열업체 평가제 도입...평가 등급 공개
기준 미달 강력 제재, 우수업체 지원 강화 

이번 사태가 해결되려면 결국 업계와 농가 간 자발적 상생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도 계열화업체와 계약농가가 간의 계약 관계가 서로 대등하고 신뢰가 형성되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계약농가를 대상으로 계약거래 관련 법률 교육과 법률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체 부도발생 시 계약 사육농가의 사육수수료를 보전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계열화사업자의 부도 발생시 채무변제 우선 순위 설정을 농가의 사육수수료가 우선 변제될 수 있도록 관련 법률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

계열화업체도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계열업체 평가제 도입을 주장했다.

계열화 사업자대표자들은 김영록 장관에게 금융기관의 기업 신용등급평가, 농식품부의 사업장 HACCP 평가 제도처럼 정기적으로 전체 계열업체를 평가해 등급을 공개하는 계열업체 평가제를 건의했다.

이를 통해 농가들이 거래회사 선택시 참고하도록 하고 기준에 미달하는 업체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우수업체는 지원을 강화해 계열화사업이 정착될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닭 사육 확대 지원을 요청했다. 

계열업체는 사육농가의 지속적인 소득 확대를 위해서는 경쟁국처럼 육계 출하체중을 2.5kg 이상으로 요구되고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종계농장의 AI 안전지대 이전 및 시설현대화 지원 확대, 난계대 질병 관리 특별 대책반 구성을 통한 병아리 품질향상이 필요하며 육계농장도 시설현대화 지원확대와 과도한 축사 신축규제를 완화해 축사 부족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대닭시장 확대를 위해 닭고기 중량단위 가격표시제 도입과 부분육, 양념육 소비확대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각 단계별 맞춤 지원정책을 요구했다.

한 계열화업체 관계자는 "지난 2014년 경기도 북부 소재 C계열업체가 부도나면서 많은 계약사육농가들이 사육비를 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했고 최근에도 일부 유사 계열업체들이 영세규모 사육농가와 계약사육을 실시하면서 가축재해 보험금 치 AI 보상금 등을 편취하는 부당행위가 발생했다"며 "잘하고 있는 계열화사업 업체까지 전체가 오해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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