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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썹 도입 의무화] 영세식품업체 '폐업 도미노' 오나

식품제조업체 80%가 10명 미만 영세업체..."의무적용 기준.방법 재검토 시급"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HACCP)이 국내에 도입된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무늬만 해썹'이라는 지적이 높다. 실제 2015년 기준 전체 식품제조가공업체의 13% 정도만 해썹을 인증 받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류영진)는 식품 유형별로 추진하던 HACCP 의무적용 대상을 올해부터 전년도 매출액 기준으로 100억원 이상인 식품제조업체의 전체 생산제품으로 확대했다. 또한 2020년 12월부터 연 매출 1억원 미만 또는 종업원 5인 이하 업체도 해썹 적용대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각종 식품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상황에서 안전한 먹거리 생산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규제로 영세 식품제조업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20년 해썹 전면 의무도입으로 소규모 영세업체가 폐업 위기에 처할까. 소규모 업체 해썹 의무도입의 현실성 여부를 각계 목소리를 통해 집중 진단해 봤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천정배 의원은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소규모 식품제조업체를 위한 HACCP제도 발전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천 의원은 "HACCP 제도가 국민건강의 보호라는 원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의무품목이 확대돼가는 추세이지만 영세한 제조업체들은 시설투자 부담이 증가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HACCP 제도의 발전을 위해 영세업체들이 소비자 안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배려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해썹은 왜 필요한가...사전 예방적 식품 위생.안전성 확보

해썹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시작했다. 우주를 탐사하는 동안 비행사들에게 100% 안전한 식품을 공급하기 위해서 개발된 것이다. 이후 1993년에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해썹 적용을 위한 가이드 라인’을 내고 전 세계 회원국에 식품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해썹 도입을 권고하면서 시작됐다.

해썹은 세계 모든 나라에서 도입.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5년 식품위생법에 도입했으며 2년 뒤인 1997년 축산물위생관리법에도 해썹 관련 규정을 제정하고 해썹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축산물은 2001년부터, 일반식품은 2002년에 의무화를 하기 시작했다.  



해썹은 팀 구성, 제품설명서 작성, 용도 확인, 공정흐름도 작성, 작업현장과 일치 확인의 예비 5단계와 위해요소 분석, 중요관리점 결정, 한계기준 설정, 감시방법 설정, 개선조치 방법 설정, 검증방법 설정, 기록유지 방법 설정 등 해썹 7원칙을 적용해 운영되고 있다.

김진만 건국대학교 교수는 해썹 운영 이유에 대해 ▲식품 위생?안전성을 확보하며 과학적 개념인 안전과 소비자의 니즈인 안심을 확보할 수 있는 사전 예방적 식품관리 체계, ▲식품의 원료인 농?축?수산물 및 가공식품의 생산과 제조, 보관 및 운반 등 수출?수입국가 간의 안전한 식품 교역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 ▲제품 간 식품 위생?안전성의 차별화를 통해 학교급식, 단체급식의 안전한 공급과 기업 이미지 제고 및 고객 만족을 향상시킬 수 있는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식품위생 관리제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0명 미만 영세 식품제조업체 80%...시설 확충, 인력 등 비용부담 커

식품업체가 해썹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컨설팅과 시설 확충, 인력 등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투자돼야 한다. 시설을 갖추고 가동시킨다해도 지속적인 관리에도 만만치 않은 자금이 소요된다.

그러나 국내 식품업계 사정은 만만치 않다. 종업원 10명 미만 영세 식품제조업체 비율이 80%가 넘는 상황에서 영세업체가 정부지원 없이 해썹을 도입하기란 쉽지 않다.

김진만 교수는 "국내 식품 산업 중 '연 매출 1억원 미만 또는 종업원 5인 이하' 소규모 또는 Micro 식품제조업체의 경우 산.학.연 공동연구를 수행해 HACCP 의무적용에 대한 기준과 방법을 재검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소규모 식품제조업체의 '위해예방관리제도'의 표준 모델 확대.운영.연구에 필요한 예산 확보와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의 인력과 예산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순 품목류 지정 한계점 드러나...구체적으로 하한기준 설정해 지정해야

전문가들은 해썹을 품목류로 단정해 지정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품목류로 단정해 지정하기 보다는 구체적인 품목으로, 하한기준을 설정해 지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병용 전북대학교 교수는 "의무적용품목 중 면류 중 국수.유탕면류가 지정돼 있는데 국수 중 건면인지 생면인지 구분을 해야 한다"며 개정 될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서는 국수란 용어가 없어지고 생면, 숙면, 건면, 유탕면류 등으로 면류가 변경되는데 식약처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품목을 지정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자류도 마찬가지다. 안 교수는 "과자류도 의무품목이 되기 때문에 한과도 2020년까지 해썹인증을 받아야 한다"면서 "영세업체가 대부분인 한과, 떡류 등 전통식품산업이 의무화 품목으로 저정되면 전통식품산업은 위축될 수 밖에 없고 다양성도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해썹 교육기관 지역별 편중...전남.강원.충북 교육원 부재

광주.전남 식.음료 제조업체 수는 5161개로 전라남도 총 제조업체 수의 약 46.7%에 달한다. 그러나 해썹 교육원은 전남 지역 내에 한곳도 없다. 이는 강원도나 충청북도 역시 마찬가지인 실정이다. 대부분의 교육기관은 서울.인천.경기 지역에 몰려 있다.

정재훈 교수 전남도립대학교 교수는 "식품산업은 전라남도 지역경제 기반 중심 산업이며 해안 및 도서지역에 많은 식품관련 기업이 위치해 있다"면서 "광주, 전라남도 HACCP교육원 설치 운영 시 시간 절약 및 편의성 제공에 따라 HACCP인증 및 준비업체의 HACCP교육에 대한 고충이 해결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소규모 HACCP 지정업체의 사후관리 지원정책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2015년 HACCP정기 조사평가 결과에 따르면 미흡업체 비율은 일반업체 6.3%뿐이었지만 소규모 업체는 13.1%로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정 교수는 또 "전문강사 자격을 완화하고 교육기관간 교차강의를 허용해야 하며 영업자 교육훈련, 팀장교육, 정기교육은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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