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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 칼럼> 전통 상차림의 과학성-반상 문화

식품 영양학의 금과 옥조의 첫 번째는 여섯 가지 기초 식품군을 통한 모든 영양소의 섭취이다.


영양소란 우리 몸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몸을 구성하거나 생명 활동에 필요한 물질들을 말하는데, 신체가 스스로 만들 수가 없어서 외부로부터 필수적으로 공급되어야만 하는 성분들이다. 이러한 영양소들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여섯 가지 식품군을 골고루 섭취해야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 핵심은 이들 영양소를 하루 기준으로 얼마나 섭취해야 되는지를 알려주는 일일 영양 권장량이다.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수십 가지 영양소들을 하루 권장량에 맞추어 챙겨먹는 일은 전문가라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 어머니들은 이미 반상이라는 전통적인 상차림으로 현대 영양학의 금과 옥조를 실천해 오셨다. 요즈음은 그 개념이 흐려져서 반상이라는 단어 자체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경하게 들리지만 곡류를 주식으로 하고 채소, 해조류, 두류, 어패·수조육류로 만든 갖가지 반찬을 부식으로 어울리게 함으로써 영양이 균형되게 한 상차림이 바로 반상이었다.


형편에 따라 반찬의 가짓수를 조절한 3첩, 5첩, 7첩, 9첩 반상 등으로 구분 되나 상차림의 원칙은 식재료와 조리법의 조화를 고려한 영양 균형식이었다.


즉 반상의 구성은 열량의 60%는 주식인 곡류에서 단백질은 두류, 어패·수조육류로 만든 구이나 찜류에서, 그리고 비타민, 무기질, 식이 섬유, 식물성 생리활성 물질들은 생채, 숙채, 침채에서, 국이나 찌개에서는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게 함으로써 적절한 열량과 영양소를 적당량 섭취하도록 한 영양 균형식의 실천적인 지침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구성을 고스란히 한 그릇에 담아내면 비빔밥이 되고, 밥 대신 국수를 이용하여 잔치 국수, 냉면과 같은 일품요리도 개발되었다. 찜이나 찌개, 국에도 육류와 채소류를 함께 사용하여 다양한 식재료의 어울림을 통하여 맛뿐만 아니라 영양의 균형성을 이루었다.


전통 상차림의 형식을 따르게 되면 매일 매일의 모범적인 식단을 짜기가 용이하게 된다.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영양 불균형은 바로 잘못된 식품의 조합, 즉 불균형적인 식단 구성에서 기인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전통 상차림의 원리를 적용한다면 현대인이 좋아하는 패스트푸드도 반상의 일부분이 되어 다른 음식과 어울리게 함으로써 훌륭한 균형식을 이룰 수 있게 된다.


패스트푸드들이 이렇게 반상의 일부분으로 자리를 잡게 되면 적당한 양을 섭취하게 되고, 따라서 비만이나 고지혈증의 원인 식품으로서의 오명을 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몸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영양소와 생리활성 물질들은 몇 가지 식품 재료로는 도저히 충당할 수가 없다. 유사 이래 가장 풍요로운 식생활 환경 속에서, 잘못된 식품 선택으로 오히려 몸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은 실로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이를 바로 잡는 확실한 방법은 한국인의 건강을 지켜왔던 반상 문화의 진수를 다시금 깨닫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가장 부러워하고, 세계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한국의 식문화는 바로 식품 영양학의 금과 옥조를 고스란히 보여 주고 있는 다양한 반찬으로 차려진 한식의 상차림, 즉  반상 문화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