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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투데이 창간 15주년 특집> 라면삼국지...한국 넘어 세계를 꿈꾼다

농심,오뚜기,삼양 '반짝 특수' 아닌 '스테디셀러'로 시장 공략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볶음라면, 프리미엄라면, 중식라면 등 새로운 종류의 라면이 새 트렌드에 도전하고 인기를 끌면서 다시 한번 '라면시장'이 재조명 되고있다.


세대를 아우르며 인기를 끌고 있는 라면은 어떻게 한국인의 식탁에 오르게 됐을까.

 


라면을 처음 소개한 삼양식품, 우지파동에서 '불닭볶음면' 까지

우리나라에 라면을 처음 들여 온 회사는 삼양이다. 1960년대 모두가 굶주렸던 시대에 값싸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선택한 것이 라면이었다. 1960년대 우리나라는 농업인구가 80%를 넘는 전통적인 농업국가이면서도 식량 자급율은 60%에 불과했다. 또한 국민소득은 1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이었다.


라면의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삼양식품은 1989년 '우지 파동'으로 점유율이 10% 초반까지 떨어졌다.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은 1988년말 농심이 54%, 삼양식품이 26%로 이미 두배 가량 차이가 있었고, 우지 파동을 겪으며 삼양식품은 농심에 시장을 송두리째 빼앗겼다. 라면의 원조라고 불리는 삼양식품이 경쟁사인 농심과 오뚜기가 다양한 제품들과 마케팅을 시도하는 동안 두 손을 놓은 탓에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게 된 것이라고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이에 삼양식품은 그간 신제품 개발에 밀린 것을 만회하기 위해 2012년 '불닭볶음면'을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불닭볶음면은 지난해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 비중이 차지하는 비율이 50% 정도로, 이미 '수출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또한 국내에서는 삼양식품의 간판브랜드 '삼양라면'의 지난해 점유율이 6.1%, 전체 라면순위서 4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여전히 인기가 높다.


'불닭볶음면'은 특히, 중국·일본·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다.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20억원, 70억원의 수출고를 보인 불닭볶음면은 3분기 240억원, 4분기 320억원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는 마케팅 집중여부에 따라 삼양식품이 3위 자리를 지킬지, 팔도에게 넘길지가 결정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삼양식품이 '쿨불닭비빔면'을 내놓으며 불닭시리즈를 강화해 비빔면 시장 공략에 나선 것도 이미 팔도를 의식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앞서 삼양식품은 지난해 3월에는 '치즈불닭볶음면', 8월에는 '불닭볶음탕면'을 출시해 불닭 브랜드를 확장했다. 또 11월에는 김치찌개면으로 프리미엄 라면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해 1월에는 한정판으로 기존 불닭볶음면보다 두 배 매운 핵불닭볶음면을 출시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삼양식품은 불닭 시리즈가 이미 내수 시장에서도 자리를 잡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불닭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는 동시에 대표 제품인 삼양라면의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라면 No.1 농심, 세계인의 입맛 사로잡다

1980년대 한국이 고도의 성장기를 맞으며, 라면시장도 ‘황금기’를 맞게 된다. 이에 농심은 라면의 질적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라면의 스프에 초점을 맞췄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면의 양을 중요하게 여기던 소비자들이 1970년대가 되어 생활형편이 나아지자 품질과 맛을 따지는 추세로 바뀌었다. 농심은 변화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스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판단 아래, 1982년 경기도 안성에 스프 전문생산시설인 ‘안성공장’을 설립하게 된다. 안성공장 설립 후 농심은 ‘너구리’와 ‘육개장사발면’(이상 1982년), ‘안성탕면’(1983년), ‘짜파게티’(1984년), ‘신라면’(1986년) 등 히트작을 연이어 발표하며 라면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농심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또 다른 답을 ‘매운맛’에서 찾았다. 전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품종의 고추를 사들여 매운맛 실험을 했고, 붉은 고추와 소고기가 잘 조화돼 매콤하고 개운한 소고기 국물맛의 라면을 개발했다. 이렇게 개발된 ‘신라면’(1986년 출시)은 대부분 순한 맛 위주였던 당시 라면시장에서 한국인의 입맛에 충실한 ‘매운맛’을 제대로 구현해낸 제품으로 평가 받았다.


1985년, 농심은 인기절정의 너구리, 육개장사발면, 안성탕면, 짜파게티를 앞세워 라면시장에서 1위의 자리에 올라섰다. 이듬해인 1986년 농심은 한국의 매운 맛을 대표하는 ‘신라면’ 출시, 2위와의 간격을 더욱 넓히며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된다.


농심은 1988년 시장점유율 50%를 돌파한 이후 시장에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며 독보적인 1위의 자리를 수성했고, 삼양식품은 2위 기업으로 남게 되었다. 빙그레와 오뚜기, 팔도가 경쟁 하고 있었다. 빙그레는 1997년 최초로 MSG를 첨가하지 않은 ‘뉴면’을 출시, 또한 건강을 화두로 ‘매운콩라면’을 출시하면서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 나가려 했으나, 한화로부터 독립하면서 신제품 개발 여력을 상실, 결국 2003년 라면 시장에서 철수하게 된다.


업계는 왕뚜껑, 튀김우동, 오징어짬뽕, 생생우동, 수타면, 신라면큰사발 등 다양하 맛을 가진 제품과 용기면을 출시하며 시장을 공략했다. 또한 냉장면, 냉동면, 생면 등 비유탕면 신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1998년에는 라면 매출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또한 이 시기에 본격적인 라면 수출이 시작됐다. 특히 농심은 1990년대에 중국 상하이와 칭다오에,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는 중국 선양과 미국 LA에 식품제조시설을 설립, 해당국가는 물론 인근 지역에 대한 수출을 더욱 확대한다.


삼양식품과 팔도도 해외진출에 나섰다. 특히 팔도가 1986년에 출시한 ‘도시락’은 부산항을 드나들던 보따리 상인들을 통해 러시아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1997년 팔도가 블라디보스토크에 사업소를 개설한 이후 러시아 매출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팔도는 2005년 라면공장을 지어 러시아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2000년 들어 라면은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한층 속도를 더한다. 농심은 지구의 지붕인 히말라야 트래킹코스에서 지구 최남단 도시인 칠레 푼타아레나스까지 전세계에 라면을 수출하고 있다. 오뚜기는 미국과 중국, 동남아시아, 유럽에 진라면 등을 수출했다.

 
2011년 후반에는 하얀국물 라면이 인기의 중심에 서며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했으나 2012년 들어 급속하게 퇴조했다. 2013년은 모디슈머들이 만든 짜파구리 열풍이 특징이다. 젊은 신세대들이 새로운 맛을 찾아 라면과 라면, 혹은 라면과 기타 식품간의 새로운 조합을 시도, 자기 입맛에 맞는 레시피로 승화시킨 ‘모디슈머’ 열풍은 창조경제의 사례로까지 언급되기도 했다.


2015년에는 중화풍 라면이 큰 인기를 끌며, 짜왕, 맛짬뽕, 진짬뽕과 같이 집에서도 근사한 요리수준의 제품을 맛볼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들이 출시했다. 2015년 말부터 시작된 짬뽕라면의 인기는 2016년 하반기로 접어들며 부대찌개라면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메가브랜드를 키워라"...오뚜기의 '라면 뚝심'

지난해 오뚜기는 2조원 클럽에 가입하며 업계의 화제가 됐다. 지난해 프리미엄 짬뽕라면 열풍을 주도한 '진짬뽕'이 연매출(소비자가 기준) 2000억원, 스테디셀러인 '진라면'이 1500억원대 메가 브랜드로 성장해 라면시장 2위 입지를 확실히 다진 것.


지난해 '마의 고지'로 통했던 라면시장 점유율이 20%를 돌파한 데 이어 현재는 20%대 중반을 기록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오뚜기의 라면시장 점유율은 24.2%다. 또,  지난해 수출액이 35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오뚜기는 1988년 진라면을 출시하며 라면시장에도 본격 진출했다. 라면업계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진라면을 경쟁사보다 200원 이상 저렴하게 파는 전략을 펼쳤다. 수출에도 꾸준히 매진했다. 2011년 홍콩에 수출한 오뚜기 치즈라면은 대만·싱가포르 등 동남아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었고, 2013년 치즈라면의 홍콩 수출액은 50억원에 이르렀다.



올해 오뚜기는 진짬뽕과 진짜장 등 히트 상품을 연달아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 20%를 넘어섰다. 진짬뽕은 작년 출시 후 현재까지 약 1억 4000만 개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일일 최고 판매량은 180만 개에 달했다. 업계에 따르면 진짬뽕은 지난 7~8월 일평균 30만개의 판매량을 기록했고, 9월에는 40만개로 늘며 인기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히트 면제품을 중심으로 시장 지배력을 높여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라며 “소비자 기호를 반영한 다양한 신제품 출시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세계속의 한국 라면...3억 달러 규모 수출
국내 라면업체들은 정체된 국내 라면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한국의 라면 수출액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2016년 라면 수출액은 2억9천41만 달러다. 이는 수출액이 가장 많았던 2015년 2억1천880만 달러보다 32.7% 증가한 기록이다. 2006년 수출액이 1억264만 달러 규모였으니, 10년 만에 3배 수준으로 늘어난 셈이다


한국 라면의 세계시장 진출에 앞장서고 있는 기업은 단연 업계 1위 농심이다. 세계 100여개 국에 수출하며 한국의 맛을 전하는 농심은 2016년 12월 5일 열린 제53회 무역의 날 행사에서 라면업계 최초로 1억불 수출의 탑을 받으며 라면 수출의 일등공신으로서 공로를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


농심은 2016년 해외시장에서 15% 성장한 약 6억 3,500만 달러(약 7,3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K-Food를 세계에 전하는 식품한류기업으로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농심은 미국과 중국, 일본, 호주에 법인을 두고 있으며, 글로벌 식품브랜드로 성장한 ‘신라면’을 세계 100여 개국에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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