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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 풀리는 '환자용식품'...제조기준 없이 괜찮을까

식약처, 특수의료용도등식품 '환자용식품'으로 통합...내년 시행
세부 분류, 분류별 제조.가공 기준 사라져...안전성 우려 목소리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보건당국이 일반 식품을 섭취, 소화하기 어려운 환자들을 위한 '특수의료용도식품'에 대한 규제 완화 개정안을 고시하면서 '환자용식품'의 빗장이 내년부터 풀리게 된다. 그러나 보건당국이 질환별 제조 기준 없이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환자들이 건강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손문기)는 최근 '환자용식품'의 제조․가공 및 표시․광고 지침을 발표했다.

이는 기존 당뇨환자용, 신장질환자용, 장질환자용, 연하곤란환자용 식품 등 4종의 질환별 환자용 식품 이외에 모든 질환을 포함하는 '환자용식품'유형이 신설되고‘환자용식품‘에 ‘○○(질병명, 장애 등)환자의 영양조절을 위한 식품‘으로 표시ㆍ광고할 수 있도록 개선함에 따라 이뤄진 조치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기존 4종으로 분류되던 특수의료용도등식품을 '환자용식품'으로 통합하는 내용을 담을 '식품의 기준 및 규격 전부개정고시안'을 고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환자용식품의 세부 분류와 분류별 제조.가공 기준이 없어지고 '환자용식품'으로 통합, 환자의 식사 일부 또는 전부를 대신하는 식품을 '환자용식품'으로 확대한다. 현재 특수의료용도등식품은 당뇨환자용 식품, 신장질환자용 식품, 장질환자용가수분해식품, 삼키기 어려운 환자용 식품 등으로 나뉜다.

'환자용식품'의 제조․가공 및 표시․광고 지침에 따르면 HACCP 적용원칙에 따라 위생적으로 제조.가공해야 하고 HACCP 미인증 업체는 HACCP Plan을 적극 도입해 제조해야 한다.

또한 제품의 특성에 따라 바이러스나 세균 등 위해미생물로 인한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살균 또는 멸균 공정을 하고 섭취 대상의 섭취, 소화, 흡수, 대사, 배설 등의 능력을 고려해 제품을 설계해야 한다.

안전성 검사는 세균수, 대장균군, 바실레스세레우스 등에 대해 1개월마다 1회이상 자가품질검사하고 기록서는 2년간 보관해야 한다.

현재의 당뇨환자용 식품, 신장질환자용 식품, 장질환자용 가수분해 식품은 식품공전에 따라 제조가 가능하고 환자맞춤형이나 식품공전에 규정돼 있는 질병 이외의 새로운 환자용식품의 성분의 배합 및 제조․가공은 영양학적, 의학적, 생리학적인 측면에서 의사 등과 상의해 과학적 근거에 따라 영양성분을 조정해 환자맞춤형으로 제조가 가능하다.

아울러 'ㅇㅇ(질병명, 장애 등) 환자의 영양조절을 위한 식품'으로 표시ㆍ광고가 가능해진다. 질병명, 장애명을 구체적으로 표시해야 하며 소비자가 일반식품 또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혼동되게 표시․광고하면 안된다. 


판매는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표시․광고 사전심의를 받아야 가능하다. 지난해 특수용도식품 표시․광고 사전심의 현황은 총 1408건 중 ‘환자용 식품' 54건(3.8 %)이다.

심의위원회는 식품 및 광고에 관한 전문지식이 있는 산업계, 학계, 소비자단체, 변호사 등으로 구성되고 ▲질병의 예방․치료를 표방하거나 의약품․건강기능식품과 혼동할 우려가 내용 포함 여부, ▲거짓․과장․기만 내용 포함 여부, ▲부당한 비교․비방 내용 포함 여부, 필요시 표시․광고 내용 수정요청(특수용도식품 표시 및 광고 심의기준) 등을 심의한다.

식약처의 이같은 조치를 두고 일부에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환자용식품의 세부 분류와 분류별 제조.가공 기준이 없어지면 진입 장벽이 낮춰지면서 과당경쟁, 질 저하 제품 등으로 환자들의 건강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환자용 식품은 질환별로 영양학적인 요구량을 구분해 개발.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질환별 영양학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우유, 죽 등 가공식품이 환자용식품으로 둔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국내 식품업체들은 환자용식품 시장에서 속속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국내 고령식품 산업은 2010년 기준 4조9000억원에서 2015년 9조원, 2020년 16조6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빠른 고령화로 환자용식품의 성장성에 주목한 식품업체의 진출도 본격화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국내 환자식 식품 시장은 1991년 국내 최초로 환자용 영양식인 '그린비아'를 출시한 정식품에 이어 대상 계열의 대상웰라이프가 30%대 점유율로 1위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매일유업, 엠디웰, 한국메디칼푸드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최근에는 CJ프레시웨이, 삼성웰스토리, 현대그린푸드, 동원홈푸드 등 급식업체들까지 주요 종합병원들과 손잡고 환자식을 개발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표시․광고한 내용에 따라 특정 질환자에게 필요한 영양성분이 균형있게 제공되는 제품인지 평가․분석하고 평가위원회를 통해 주기적으로 제품 개발 당시 의사 등과 상의한 근거자료를 확인,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의결과 영양성분이 적정하지 않을 경우 품목제조정지 등 행정처분을 하고 향후 표시.광고 자율심의기구와 실증제를 운영할 예정"이라며 "국민들이 우려하는 규제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고시는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